사업비 사적 사용과 감사자료 허위 제출, 채용 절차 위반, 대학원 운영 미흡까지… 교육부, 기관경고 10건 등 대규모 처분 요구
교육부가 공개한 전남대학교 종합감사 결과는 개별 부서의 단순 실수 몇 건을 넘어 대학 운영 전반에 걸친 내부 통제의 빈틈을 드러냈다. 이번 감사는 2021년 1월부터 2024년 8월까지의 업무를 대상으로 진행됐고, 교직원 인사와 복무, 예산과 회계, 입시와 학사, 시설과 재산, 민원·비위 제보 사항까지 기관 운영 전반을 점검했다. 그 결과 신분상 조치 23명, 행정상 조치 38건, 재정상 조치 5건, 별도조치 13건이 요구됐으며, 행정상 조치만 놓고 봐도 기관경고 10건, 기관주의 6건, 통보 21건에 이르렀다.

이번 감사에서 가장 무겁게 읽히는 대목은 예산과 회계 분야다. 교육부는 감사결과 총괄에서 예산·회계 분야의 대표 사례로 “ㅇ”사업 사업비 등의 사적 사용과 감사자료 허위 제출 문제를 가장 먼저 적시했다. 실제 지적 내용에 따르면 산학협력단 사업 예산 수립과 집행 업무를 관리·감독하던 담당자는 사업비와 간접비에서 법인카드를 이용해 총 45회, 1천839만6천 원을 본인과 가족 식사비 등 사적 목적으로 사용했고, 이를 업무 관련 회의비처럼 허위 회계처리했다. 여기에 더해 교육부 감사 과정에서는 자신의 사적 사용 내역이 드러나지 않도록 총 206건, 9천4만1천850원 규모의 카드 사용내역을 고의로 누락한 채 자료를 제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교육부가 관련자 중징계와 사적 사용액 회수를 요구한 이유가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 사안이 단일 비위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전남대가 감사 과정에서 누락된 나머지 161건, 7천164만5천850원 규모의 삭제 내역에 대해서도 객관적 증빙 없이 당사자 확인서에 의존한 채 추가 점검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미 2년에 걸친 비위행위가 확인됐는데도 대학 차원의 후속 점검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회계관리와 감독 체계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묻는 문제로 이어진다.
채용과 인사 분야에서도 공정성과 절차 준수 문제는 반복됐다. 비전임교원 채용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지원자의 석·박사 논문 지도교수이거나 같은 연구과제·연구소에서 함께 일한 관계였음에도 총장에게 직무관련 사실을 서면 신고하지 않고 서류전형 또는 면접전형 심사에 참여한 사례가 확인됐다. 교육부는 이를 두고 채용 관련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조교 채용에서는 일부 학과가 2021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조교 23명을 채용하면서 학교 홈페이지 모집공고를 하지 않았고, 면접심사 없이 교수 1인의 서류심사만 거쳐 임용 내신한 사실이 적발됐다. 규정이 정한 공개채용 절차가 현장에서 충분히 지켜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임교원 채용에서 드러난 문제는 더 예민하다. 교육부는 감사 총괄에서 전임교원 지원자격 검증 미흡을 채용·인사 분야 핵심 문제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특정 지원자는 동일 학술지 동일 호에 연구실적 2편을 제출했는데, 해당 학술지 규정상 단독저자의 동일 호 2편 게재는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됐다. 그럼에도 관련 심사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걸러내지 못했고, 해당 논문 심사를 맡았던 교원이 이후 전남대 전임교원 채용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해 같은 연구실적물을 다시 평가한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교육부는 이 사안에서 제척·회피나 직무관련자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관련 결과를 제출받아 규정에 따라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단지 한 번의 심사 논란이 아니라, 대학 교원 채용의 신뢰를 떠받치는 이해충돌 관리 장치가 얼마나 엄격하게 운영됐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연구비와 사업관리 영역에서도 허술한 운영은 여러 갈래로 이어졌다. 연구비 중앙관리 지침을 두고도 일부 연구소는 산학협력단장을 거치지 않은 채 지원기관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지원된 연구비 9억531만 원을 중앙관리 체계 밖에서 직접 관리·집행했다. 교육부는 연구책임자와 산학협력단 모두 관련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ㅅ사업에서는 국가연구개발과제 수주 실적이 없는 연구자와 연구소를 애초부터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 당초 안내와 다른 방식으로 과제를 운영했고, 다른 교외과제에서 집행 불인정된 금액을 해당 연구자의 ㅅ사업 적립금으로 대신 납부한 사례, 같은 날 같은 시간대 회의를 중복 개최하고 회의비를 이중 청구한 사례도 적발됐다. 연구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설계된 사업이 오히려 집행 기준과 목적에서 이탈한 셈이다.
교원 지원사업 운영에서도 부실은 드러났다. 신규 임용교원 연구비 지원 사업에서는 연구성과물을 제출하지 않은 채 퇴직한 교원 2명에게 지급된 연구비 4천63만9천 원의 환수 여부를 위원회 심의를 거쳐 검토해야 했지만, 전남대는 이를 제때 진행하지 않았다. 부서 간 정보 공유 미흡으로 적절한 시기에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해명이 뒤따랐지만, 연구지원 제도는 사후관리까지 포함할 때 비로소 제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여비 지급에서도 동일한 출장 건에 대해 대학회계와 산학협력단 회계에 중복 신청해 130만4천830원이 이중 지급된 사실이 확인됐다. 시스템 연계 미비를 이유로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회계 간 교차검증이 충분치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학사 운영 분야에서는 ◫대학원 ㅋ전공 사례가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이 전공은 외국인 학생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는데, 감사 결과 입학전형 기본계획과 모집요강 결재 절차 누락, 서류전형 자격 검토 오류, 구술면접 평가위원 위촉 기준 위반이 한꺼번에 확인됐다. 4년제 학사학위 소지자가 아닌 지원자를 서류전형에서 합격 처리한 사례가 있었고, 반대로 지원자격을 갖춘 지원자의 서류를 접수하지 않아 탈락 처리한 사례도 확인됐다. 면접평가위원은 전임교원 3명으로 구성해야 했지만 2021~2022학년도에는 초빙강사가 포함돼 운영됐다. 교육부는 이를 입학전형 운영의 공정성과 합리성 차원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했다.
지도교수 제도와 학위수여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감사기간 동안 이 전공에서는 전공 주임교수가 대학원장에게 지도교수를 추천하고 대학원장이 위촉해야 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지도교수 1인당 지도학생 수 3인 이내라는 규정 역시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다. 일부 학기에는 교수 1명이 수십 명에서 많게는 100명이 넘는 학생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시험 역시 총장이 시험 30일 전에 요강을 확정 공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7학기 연속 동일한 출제·채점위원, 6학기 연속 동일 문항 출제가 이어졌다. 교육부가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 생활 적응과 학사관리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형식상 운영이 아니라 실질적인 교육 품질과 학위관리의 내실을 묻는 지적이기 때문이다.
대학 주변부의 재단과 법인 관리 문제도 적지 않았다. 창업교수 약정 기부 미이행, 교원의 겸직 미허가, 별도 법인에 대한 국유재산 사용허가와 계약 방식 부적정, 재단 기부재산 관리 문제 등이 잇따라 확인됐다. 창업교수 7명은 겸직 만료 후 총 2천293만2천 원을 기부하지 않았고, 교원 11명은 사전 허가 없이 다른 기관의 직무를 겸했다. 또 일부 재단에서는 정관 목적과 직접적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은 경조사비, 선물비, 보직수행경비 등이 집행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 사안은 본교 행정과는 별개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대학과 연결된 조직 전반에서 규정 이해와 통제 체계가 얼마나 분명했는지를 보여준다.
전남대 종합감사가 남긴 가장 큰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특정 한 부서, 특정 한 개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예산과 회계, 채용과 인사, 연구비 관리, 대학원 운영, 재단과 법인 관리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영역에서 비슷한 유형의 관리 소홀과 절차 위반이 반복됐다. 그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개별 사안에 대한 문책만이 아니라, 대학 전체 차원의 내부 통제 재설계와 규정 준수 문화의 복원이다. 교육부 역시 각 사안마다 개선방안 마련, 전수 점검, 재발 방지 조치를 반복적으로 요구했다. 전남대가 이번 감사를 일회성 지적사항 처리로 넘길지, 아니면 대학 운영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을지는 이제 후속 조치의 수준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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