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심현석 교수팀, 인간 망막 닮은 뉴로모픽 이미저 개발…저전력 AI 비전의 병목을 해소하다

카메라는 오랫동안 ‘보는 장치’에 머물렀다. 인식과 판단, 기억은 촬영 이후의 문제였고, 그 역할은 별도의 인공지능 프로세서가 맡아 왔다. 이 분업 구조는 필연적으로 데이터 이동을 늘리고 전력 소모와 지연을 키웠다. 인간의 시각 시스템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사람의 망막은 빛을 감지하는 동시에 신경 신호를 전처리하고, 반복 자극을 기억한다. 이 생물학적 구조를 전자 소자 차원에서 구현한 연구 성과가 나왔다. 부산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심현석 교수 국제공동연구팀이 인간 망막을 모사한 ‘캐스케이드 뉴로모픽 이미저’를 개발해, 인공 시각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는 해법을 제시했다 .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기능의 통합이다. 연구팀은 빛을 감지하는 단계부터 신호 증폭과 기억을 하나의 구조 안에서 동시에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실리콘 태양전지와 전해질 기반 시냅스 트랜지스터를 직렬로 연결한 ‘캐스케이드(cascade)’ 구조를 통해, 빛이 들어오는 즉시 전기 신호로 변환되고, 이 신호가 다시 시냅스 소자의 입력으로 사용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보고–처리하고–기억하는’ 과정이 센서 내부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구조다.

기술적 차별성은 망막의 신경 메커니즘을 전자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 있다. 태양전지와 전기이중층(EDL) 커패시터 결합 구조에서 생성되는 신호에는 짧은 시간 간격 자극이 누적될수록 반응이 커지는 PPF(Paired-Pulse Facilitation) 특성이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이는 생물학적 시냅스에서 관찰되는 시냅스 촉진(synaptic facilitation) 현상과 유사하다. 연구팀은 이 특성을 활용해 신호 전처리 단계에서부터 생물학적 시간 누적 효과를 구현했고, 기존 단일 시냅스 소자 대비 신호 증폭률과 기억 특성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형태 설계에서도 인간의 시각 구조를 반영했다. 연구진은 키리가미(kirigami) 구조 기반 설계를 적용해, 평면 소자를 사람 눈과 유사한 곡률을 가진 곡면 뉴로모픽 이미저로 구현했다. 이를 통해 기존 이미지 센서와 달리, 곡면 구조에서도 빛 감지와 전처리, 기억 기능이 안정적으로 작동함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이는 향후 인공 시각 보조 장치나 로봇 비전 시스템에서 형태적 제약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 연구가 제시하는 의미는 단순한 소자 개발을 넘어선다. 일반적인 이미지 센서는 감지와 연산, 기억이 분리돼 있어 데이터 이동 과정에서 병목과 전력 소모가 발생한다. 반면 이번 뉴로모픽 이미저는 센서 단계에서 이미 신호 전처리와 기억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 저전력·고효율 AI 비전 구현이 가능해진다. 이는 자율주행, 로봇 비전,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MI), 인공 시각 보조 기술 등 실시간 처리와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분야에서 구조적 이점을 제공한다.

국제공동연구로 수행된 이번 성과는 부산대 심현석 교수가 제1저자,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의 Cunjiang Yu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Nature Electronics 온라인판 1월 7일자에 게재되며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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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심현석 교수 / 사진 부산대 제공

심현석 교수는 이번 연구가 인간의 시각 경로처럼 ‘보고, 처리하고, 저장하는’ 전자 시스템 구현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성과라고 설명하며, 소자 구조와 신호 전달 방식을 통합적으로 설계한 뉴로모픽 비전 플랫폼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인공 시각의 진화가 연산 성능 경쟁을 넘어 구조 자체의 재설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공지능 비전 기술의 확산은 센서 단계에서부터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부산대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카메라와 AI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 시각을 닮은 구조로 시스템을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실제 소자 수준에서 가능함을 입증한 사례다. 저전력·고효율 AI 비전이라는 과제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이 망막 모사 이미저가 차세대 인공 시각 기술의 기준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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