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시각 모사해 1mm 이하 구현… ‘두께 vs 성능’ 한계 동시에 넘었다
스마트 기기가 얇아질수록 해결되지 않던 문제가 있다. 카메라다. 성능을 높이려면 렌즈를 여러 겹 쌓아야 하고, 그 결과 카메라는 점점 두꺼워지는 구조적 한계를 갖는다. 얇은 기기와 고성능 카메라를 동시에 구현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접근이 제시됐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정기훈 교수와 전산학부 김민혁 교수 공동연구팀은 곤충의 시각 구조를 모사해 두께 1mm 이하에서도 넓은 시야와 고해상도를 동시에 구현하는 초박형 카메라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광학 설계의 핵심 전제였던 ‘렌즈를 쌓아야 성능이 올라간다’는 공식을 흔드는 사례로 평가된다.
기존 카메라는 구조적으로 딜레마를 안고 있었다. 광각 카메라는 넓은 장면을 담을 수 있지만, 화면 가장자리로 갈수록 초점이 흐려지는 ‘광학 수차’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로 해상도를 높이려면 렌즈를 여러 개 겹쳐야 하는데, 이 경우 장치 두께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초소형 기기에서는 ‘얇은 구조’와 ‘고화질 영상’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자연에서 해답을 찾았다. 기생 곤충 제노스 페키(Xenos peckii)는 여러 개의 눈이 각각 장면의 일부를 촬영한 뒤, 이를 하나로 결합해 전체 이미지를 인식한다. 단순히 넓게 보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보고 다시 합치는’ 방식으로 시야와 해상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그대로 카메라 설계에 적용했다. 이 카메라는 하나의 렌즈가 아니라, 수십 개의 마이크로렌즈 배열로 구성된다. 각 렌즈는 서로 다른 방향을 동시에 촬영하고, 이후 디지털 영상 정합(image stitching) 과정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로 결합된다. 특히 각 렌즈 앞에는 위치가 미세하게 다른 이중층 조리개가 배치돼, 렌즈마다 받아들이는 빛의 방향을 구분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하나의 장치로도 넓은 장면을 동시에 포착할 수 있다. 또 렌즈를 일반적인 구면이 아닌 타원체 형태로 설계하고, 시야 위치에 따라 곡률과 조리개 배치를 달리해 주변부에서도 초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했다.
이 구조를 통해 구현된 카메라는 두께 0.94mm 수준의 초박형 구조를 갖는다. 그럼에도 약 140도의 넓은 시야각을 확보했으며, 근거리에서도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하다. 실제로 미세유체 채널, 구강 구조, 얼굴 등 다양한 대상 촬영에서도 화면 전반에 걸쳐 균일한 선명도가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단순 성능 개선을 넘어선다. 카메라 성능을 높이기 위해 장치를 키워야 했던 기존 설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얇은 구조에서도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정기훈 교수는 기존 광각 카메라가 크기와 해상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며, 자연계 시각 원리를 통해 초소형 구조에서도 안정적인 영상 품질을 확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은 활용 범위도 넓다. 좁은 공간을 정밀하게 관찰해야 하는 의료용 내시경, 초소형 로봇, 웨어러블 기기 등 공간 제약이 큰 분야에서 특히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미 광학 기업에 기술 이전을 완료했으며, 상용화도 추진 중이다. 이번 연구에는 권재명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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