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기만 해도 구조가 바뀐다”… 고려대, 태양전지 효율 높인 새로운 상호작용 발견

접촉만으로 내부 재편… 26.25% 고효율·장기 안정성 동시에 확보

태양전지 성능을 높이기 위한 연구는 오랫동안 복잡한 화학 처리와 공정 개선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단순한 ‘접촉’만으로 소재 내부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이 제시되면서,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의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려대학교 건축사회환경공학부 노준홍 교수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서 물리적 접촉만으로 내부 구조를 재편하는 ‘접촉 유도 양이온 상호작용(CCI)’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광전변환효율 26.25%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공정 복잡도를 낮추면서도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높은 광흡수 능력과 전하 이동 특성으로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습기와 열에 취약해 성능이 쉽게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는 첨가제 도입이나 화학 처리 등을 통해 구조를 안정화하는 방식이 사용됐지만, 다양한 화학 반응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어떤 요인이 성능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2차원 페로브스카이트 박막과 3차원 박막을 각각 따로 만든 뒤, 단순히 서로 맞닿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별도의 화학 반응이나 접합 없이도 두 층이 접촉하는 순간 새로운 양이온 상호작용이 발생하고, 내부 구조가 재편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 상호작용은 접촉을 해제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가역적 변화’라는 점에서도 기존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이번 발견의 핵심은 변화가 표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접촉으로 시작된 계면 상호작용이 소재 내부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이온 분포가 더 균일해지고 결정 구조가 정돈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상호작용이 강할수록 분자의 움직임이 제한되며 구조 안정성도 함께 높아졌다. 이 상태에서 추가 열처리를 하면 구조 정제가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구조를 태양전지에 적용한 결과 성능과 안정성이 동시에 향상됐다. 광전변환효율은 최고 26.25%를 기록했고, 2,000시간 작동 이후에도 초기 효율의 95.2%를 유지했다. 가속 열화 시험을 기반으로 한 예상 작동 수명은 약 24,800시간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 효율 향상을 넘어 실제 사용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이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응용과학연구소 이승민 연구원과 서울대 정밀기계공동연구소 장연우 선임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Nature Energy에 게재됐다. 노준홍 교수는 이번 연구가 접촉만으로 계면 상호작용을 유도해 구조 재편까지 이끌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며, 다양한 차세대 결정성 소재 설계에도 적용 가능한 원리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태양전지 기술은 효율 경쟁을 넘어 공정 단순화와 안정성 확보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복잡한 화학 처리를 줄이고도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세대 에너지 소재 설계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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