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와 경쟁, 선택과 집중의 30년을 넘어 한국 고등교육 재정은 안정성, 다양성, 지역성, 공공책무를 중심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반복된 처방이 남긴 마지막 질문
한국 대학재정지원사업 30년은 하나의 긴 반복이었다. 정부는 대학의 위기를 진단했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었으며, 대학은 그 사업에 맞춰 계획서를 쓰고 조직을 바꾸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름은 달라졌다. BK21, NURI,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CK, PRIME, LINC, 대학혁신지원사업, RISE, 글로컬대학까지 정책의 표어는 계속 바뀌었다. 그러나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평가하고, 선별하고, 지원하고, 다시 평가하는 방식이 반복됐다. 정부는 자율을 말했지만 대학은 지표에 맞춰 움직였다. 특성화를 말했지만 대학은 서로 비슷한 계획서를 쓰게 되었다. 지방대학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위기는 더 깊어졌다. 산학협력을 강조했지만 지역 산업 기반이 약한 곳에서는 실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컸다. 등록금 동결은 학생 부담을 낮췄지만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더 의존하게 되었다.
이 연재가 던진 질문은 단순히 어떤 사업이 성공했고 어떤 사업이 실패했는지를 따지는 데 있지 않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왜 한국 대학정책은 같은 방식의 처방을 반복했는가. 왜 대학은 스스로의 교육철학보다 정부 지표에 더 민감해졌는가. 왜 재정지원이 대학의 자율성을 키우기보다 또 다른 통제의 경로가 되었는가.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새 사업명이 아니다. 다음 30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대학재정지원의 원칙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첫 번째 원칙, 안정적 재원 없이는 자율도 없다
대학의 자율성은 말로 보장되지 않는다. 자율이 작동하려면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재정이 불안정한 대학은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다음 학기 학생 모집을 걱정하고, 다음 해 재정지원사업 선정 여부에 따라 예산을 다시 짜야 하는 대학은 장기적 교육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 지난 30년간 한국 대학재정지원정책의 가장 큰 약점은 안정성이 부족했다는 데 있다. 대학은 사업에 선정되면 돈을 받고, 탈락하면 받지 못했다. 사업 기간이 끝나면 다음 사업을 준비해야 했다. 정권이 바뀌면 사업의 이름과 방향도 바뀌었다. 대학은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라고 요구받았지만, 정작 재정지원은 단기 사업 중심으로 움직였다.
초중등교육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라는 안정적 재정 장치를 갖고 있다. 반면 고등교육은 오랫동안 사업별 예산과 공모 중심 지원에 의존해 왔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가 도입되면서 일정한 변화가 있었지만, 고등교육 재정의 안정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등교육을 국가의 미래 기반으로 본다면, 대학재정은 매년 사업 공모로만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이 최소한의 교육 여건을 유지하고, 학생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며, 장기적 교육과 연구를 설계할 수 있도록 기본 재원이 보장되어야 한다. 안정적 재원 없는 자율은 형식에 그친다.
두 번째 원칙, 기본지원과 경쟁지원은 구분되어야 한다
모든 재정지원이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재정은 대학의 기본 운영을 위해 필요하고, 어떤 재정은 특정한 혁신과 성과를 유도하기 위해 필요하다. 문제는 지난 30년간 이 두 기능이 자주 뒤섞였다는 점이다. 기본지원은 고등교육의 최소 기반을 보장하기 위한 재정이다. 학생이 어느 지역, 어느 유형의 대학에 다니든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돈이다. 전임교원 확보, 학생 상담, 도서관, 실험·실습, 장애학생 지원, 기초학문 유지, 학습지원, 안전한 교육환경은 경쟁에서 이긴 대학만 누려야 할 조건이 아니다.
반면 경쟁지원은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정이다. 세계 수준의 연구성과를 내거나,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혁신 모델을 만들거나, 새로운 교육과정 실험을 추진하는 대학에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 경쟁지원은 필요하다. 모든 대학에 같은 방식으로 돈을 나누는 것만으로는 탁월성과 혁신을 만들기 어렵다.
그러나 기본지원까지 경쟁으로 배분하면 문제가 생긴다. 취약한 대학은 더 취약해지고, 이미 강한 대학은 더 강해진다. 학생의 최소 교육권이 대학의 평가 등급과 사업 선정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대학은 교육의 본질보다 지표 경쟁에 매달리게 된다. 다음 30년의 대학재정지원은 기본지원과 경쟁지원을 명확히 나누어야 한다. 모든 대학에 동일한 금액을 주자는 뜻이 아니다. 대학 규모, 학생 수, 설립 유형, 지역 여건, 학문 분야, 교육 기능을 반영해 기본 기반을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위에서 추가 혁신과 성과를 위한 경쟁지원을 설계해야 한다.
세 번째 원칙, 평가는 줄이고 책무는 분명히 해야 한다
대학재정지원에 평가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공적 재정이 투입되는 곳에는 당연히 책무가 따라야 한다. 대학은 자신이 받은 재정을 어디에 쓰고, 어떤 교육적 결과를 만들었으며, 학생과 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문제는 평가의 과잉이다. 지난 30년간 대학은 너무 자주, 너무 많은 지표로 평가받았다. 취업률, 충원율, 교원확보율, 장학금 지급률, 산학협력 실적, 논문 실적, 중장기 발전계획, 교육과정 혁신, 학생 만족도, 재정 건전성, 법인 책무성 등 수많은 지표가 대학을 둘러쌌다. 대학은 평가를 준비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고, 데이터를 정비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평가는 대학을 개선할 수도 있지만, 과도한 평가는 대학을 평가 대응 조직으로 만든다. 교수와 직원은 교육과 연구보다 보고서와 증빙자료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 학생에게 필요한 변화보다 평가표에 보이는 변화가 우선된다.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교육의 본질은 뒤로 밀린다. 따라서 평가는 줄여야 한다. 그러나 책무는 더 분명히 해야 한다. 대학이 받은 기본지원은 학생 교육과 공공적 기능에 제대로 쓰였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회계와 의사결정 구조는 더 명확해져야 한다. 사립대학은 공적 재정을 받는 만큼 법인 책무성과 이사회 투명성, 구성원 참여를 강화해야 한다.
평가를 줄인다는 것은 방임하자는 뜻이 아니다. 불필요한 지표 경쟁을 줄이고, 대신 핵심 책무를 더 엄격하게 보자는 뜻이다. 대학이 학생을 보호하고, 교육의 질을 유지하며,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지역과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지를 중심으로 평가 체계를 재구성해야 한다.
네 번째 원칙, 대학 다양성을 실제로 인정해야 한다
한국 대학정책은 오랫동안 다양화와 특성화를 말해왔다. 그러나 실제 정책은 대학을 비슷하게 만들었다. 모든 대학이 취업률을 관리하고, 산학협력 실적을 만들고, 국제 논문을 늘리고, 중장기 발전계획과 성과관리 체계를 갖추어야 했다. 특성화를 위한 사업이 오히려 동형화를 낳았다. 대학은 모두 같지 않다. 연구중심대학, 교육중심대학, 지역중심대학, 전문직업교육 중심 대학, 예술대학, 신학대학, 산업대학, 소규모 특성화 대학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같은 지표로 모든 대학을 평가하면, 대학은 자신의 역할보다 정부가 요구하는 표준에 맞추게 된다.
다음 30년의 재정지원은 대학의 유형과 역할을 실제로 인정해야 한다. 연구중심대학에는 연구성과와 대학원 교육의 질을 더 엄격히 볼 수 있다. 교육중심대학에는 학부교육의 질, 학생 성장, 교수학습 지원, 중도탈락 예방을 중심으로 봐야 한다. 지역중심대학에는 지역 정주, 평생교육, 지역산업 협력, 공공서비스 기여를 반영해야 한다. 전문대학에는 직업교육의 질과 취업의 안정성, 현장실습의 안전성과 교육성을 봐야 한다.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기준을 낮춘다는 뜻이 아니다. 각 대학의 역할에 맞는 다른 기준을 세운다는 뜻이다. 연구중심대학의 기준을 모든 대학에 적용하거나, 취업률 중심 기준을 모든 학문 분야에 적용하면 대학은 다양해질 수 없다.
다섯 번째 원칙, 지방대학 정책은 대학정책을 넘어 지역정책이어야 한다
지방대학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집중, 지역 산업 약화, 청년 유출, 지방 사립대학 재정 취약성, 경쟁형 재정지원 구조가 겹친 결과다. 따라서 지방대학 정책은 대학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난 30년간 지방대학을 위한 사업은 많았다. 그러나 많은 사업이 대학 내부 혁신과 성과지표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지방대학은 사업계획서를 쓰고, 지역산업과 연계한 교육과정을 만들고, 취업률과 충원율을 높이려 했다. 그러나 지역에 충분한 일자리와 산업 기반이 없으면 학생은 졸업 후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지역이 약하면 대학도 약해지고, 대학이 약해지면 지역은 더 약해진다.
RISE와 글로컬대학은 이 문제를 지역 중심으로 풀려는 시도다. 이 방향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에 책임만 넘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지자체의 역량과 재정, 산업 기반은 지역마다 다르다. 강한 지역은 더 강한 대학지원 체계를 만들 수 있지만, 취약한 지역은 대학과 함께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국가는 지역 간 격차를 보정해야 한다. 지방대학의 최소 교육 기반을 보장하고, 지역별 고등교육 기능을 재배치하며, 산업·정주·문화·평생교육과 대학을 연결하는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방대학 정책은 지역 청년이 지역에서 배우고,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정책이어야 한다.
여섯 번째 원칙, 등록금 정책과 재정지원 정책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등록금 동결은 학생 부담 완화라는 중요한 성과를 냈다. 국가장학금 확대도 고등교육 기회 보장에 기여했다. 그러나 등록금이 장기간 묶이는 동안 대학 운영 재정에 대한 안정적 보전은 충분하지 않았다. 그 결과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더 의존하게 되었고, 등록금 의존은 정부 보조금 의존으로 이동했다. 학생 부담을 낮추는 일은 계속 중요하다. 그러나 낮은 등록금이 낮은 교육의 질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학생이 등록금을 덜 내는 대신 부실한 교육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부담 완화가 아니다. 등록금 정책은 반드시 대학 교육의 질과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등록금 논의는 단순히 인상과 동결의 대립을 넘어야 한다. 소득계층별 지원, 국가장학금 구조, 대학별 재정 투명성, 사립대학 법인 책무성, 정부 기본지원, 지방대학 보전 장치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등록금 자율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면, 학생 부담 보호와 교육 투자 의무, 회계 투명성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등록금 동결을 유지하려면, 대학 운영 재정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등록금은 학생과 대학, 국가가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다. 이 문제를 정치적 구호로만 다루면 또 다른 왜곡이 생긴다. 다음 30년의 고등교육 재정은 학생 부담과 대학 재정, 국가 책임을 하나의 구조 안에서 설계해야 한다.
일곱 번째 원칙, 폐교와 구조조정은 공공적 전환이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대학 구조조정은 피하기 어렵다. 모든 대학이 현재의 형태로 계속 유지될 수는 없다. 일부 대학은 통합되고, 일부 학과는 재편되며, 일부 대학은 문을 닫을 수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방식은 지금보다 훨씬 더 공공적이어야 한다. 폐교는 학교법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학생의 학업 경로가 끊기고, 교직원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지역사회가 충격을 받는다. 따라서 폐교는 마지막 선택이어야 하며, 그 과정에는 학생 보호, 교직원 전환 지원, 지역사회 대책, 캠퍼스 자산의 공공적 활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부실 운영과 비리가 있는 대학에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쇠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어려움에 처한 대학까지 단순한 시장 퇴출 논리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회복 가능한 대학에는 회복의 기회를 주고, 회복이 어려운 대학에는 질서 있는 전환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은 고등교육 지도를 다시 그리는 일이다. 어느 지역에 어떤 교육기관이 필요한지, 국립대와 사립대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의 기능을 어떻게 조정할지, 폐교 캠퍼스를 지역 자산으로 어떻게 전환할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퇴출이 아니라 전환이어야 한다.
여덟 번째 원칙, 대학의 공공책무를 새로 세워야 한다
국가가 고등교육 재정을 더 많이 책임진다면, 대학도 공공책무를 더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사립대학은 공적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사적 법인 구조 안에서 운영되어 왔다. 공적 재정 지원을 확대하려면 회계 투명성, 법인 책무성, 이사회 구성의 공공성, 구성원 참여, 학생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대학의 공공책무는 단지 회계 공개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은 학생이 안전하고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수와 직원의 노동을 존중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책임 있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 연구윤리와 교육윤리를 지켜야 한다. 재정 위기를 이유로 학생의 교육권을 희생시키거나, 정부 사업비를 단기 실적 만들기에만 사용해서는 안 된다.
공공책무가 강화되어야 정부 재정지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커진다. 국민은 왜 대학에 더 많은 세금을 써야 하는지 납득해야 한다. 대학이 사회에 어떤 가치를 돌려주는지 보여줘야 한다. 고등교육 재정 확대는 대학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 지역, 산업, 민주주의, 지식 생태계를 위한 투자라는 점을 대학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한국 대학정책은 그동안 너무 많은 사업을 만들었다. 문제가 생기면 새 사업이 나왔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사업이 많다고 정책이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업이 많아질수록 대학은 본질보다 대응에 집중하게 된다. 다음 30년에는 더 적은 원칙이 필요하다. 안정적 기본지원, 대학 유형별 다양성, 지역균형, 공공책무, 평가 간소화, 장기 성과 추적, 학생 보호라는 원칙이 먼저 서야 한다. 그다음에 사업이 설계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사업이 먼저 나오고 원칙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순서를 바꿔야 한다.
대학재정지원정책의 목표는 대학을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세계적 연구대학도 필요하고, 지역을 지키는 교육중심대학도 필요하다. 산업과 연결된 직업교육도 필요하고, 당장 시장에서 보상받지 못하는 기초학문도 필요하다. 학생의 취업도 중요하고, 시민으로 성장하는 교육도 중요하다. 이 다양한 목적을 하나의 지표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하나의 사업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원칙과 더 긴 호흡의 재정 설계다.

30년의 결론
1995년 5·31 교육개혁은 자율과 경쟁의 언어로 한국 대학정책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 뒤 30년 동안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세계 안에서 움직였다. BK21은 연구성과를 늘렸지만 선택과 집중의 불균형을 남겼다. 포뮬러 펀딩은 공정한 숫자를 약속했지만 대학을 지표 경쟁으로 몰아넣었다. PRIME은 산업수요를 내세워 학과 정원을 움직였고, 지방대학 정책은 반복됐지만 지역 위기는 깊어졌다. LINC는 산학협력의 제도화를 이끌었지만 관계의 질보다 실적의 숫자가 앞섰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자율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평가와 성과관리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폐교는 구조조정의 비용이 누구에게 전가되는지를 보여줬고, 등록금 동결은 학생 부담 완화와 대학 재정 압박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드러냈다.
이제 남은 질문은 분명하다. 한국 대학은 다시 어떤 재정 원칙 위에 서야 하는가. 대학을 경쟁시켜 일부를 키우는 방식만으로 충분한가. 지역의 고등교육 기반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 학생 부담을 낮추면서 교육의 질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사립대학의 공공성은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평가를 줄이면서도 책무를 어떻게 분명히 할 것인가.
대학재정지원사업 30년은 실패의 역사만은 아니다. 그 안에는 연구역량의 성장, 학생 지원 확대, 산학협력의 제도화, 일반재정지원의 가능성, 지역혁신 논의의 진전도 있었다. 그러나 이 성과들은 반복된 구조적 문제를 지우지 못했다. 이제는 성과와 한계를 함께 보아야 한다. 다음 30년의 대학정책은 대학을 더 많이 평가하는 방향이 아니라, 대학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드는 방향이어야 한다. 대학이 정부 사업의 언어가 아니라 자신의 교육 언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이 대학을 필요로 하고, 대학이 지역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은 낮은 등록금만이 아니라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
대학은 단기 성과를 생산하는 기관이 아니다. 한 사회가 다음 세대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공공적 장치다. 대학재정지원의 원칙을 다시 세우는 일은 결국 한국 사회가 고등교육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를 다시 묻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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