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의미 형성 능력의 진화를 탐구하고 가상현실·인공지능·인구 감소 등 현대 사회 변화와의 연결을 논의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진화언어학 연구회(대표 김성도 언어학과 교수)가 10월 27일부터 12월 4일까지 유럽 4개국(핀란드·스웨덴·폴란드·이탈리아) 석학들을 초청해 세 차례에 걸친 국제학술행사를 개최한다.
고려대 언어학과, 응용문화연구소, 초학제 지식 연구회(EVLS), 진화언어학 연구회(KRADLE)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인간의 언어와 의미 형성 능력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살펴보고, 이를 가상현실과 인공지능(AI), 인구 감소 등 현대 사회의 변화에 대한 논의로 확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 번째 행사로 10월 27일과 28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핀란드 탐페레대학교 마티아 티보(Mattia Thibault) 교수의 초청 특강이 열린다. 티보 교수는 기호간 번역과 확장현실(XR), 도시기호학을 연구하는 학자로, ‘현실 간 번역의 탐구’와 ‘도시적 상상계의 기호학’을 주제로 강연한다. 디지털 기술과 도시 환경의 변화가 인간의 현실 인식과 의미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예정이며, 28일에는 언어학과 신웅재 교수의 발표도 함께 진행된다.
두 번째 학술행사는 11월 3일부터 7일까지 스웨덴 룬드대학교 요르단 즐라테프(Jordan Zlatev) 교수와 폴란드 마리아 퀴리-스클로도프스카대학교 알렉산드라 무라티두(Alexandra Mouratidou) 교수를 초청해 진행된다. 두 교수는 인간의 의식과 언어적·비언어적 의사소통의 관계를 연구해 온 학자로, 3일 ‘동물의 의식과 기호작용, 인간의 선택 인식과 신체적 표현’을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5일에는 즐라테프 교수가 ‘언어와 인류의 진화: 신체성의 중요성’을 주제로 인간 언어의 출현과 진화에서 신체적 경험과 행동이 수행한 역할을 조명한다.
이어 11월 6일부터 7일까지 강원도 양양 낙산사에서 ‘호모 리추얼리스(Homo Ritualis)’를 주제로 국제 세미나가 열린다. 그리스 정교회의 부활절 의례와 한국의 무속 신앙을 중심으로 종교적 의례에서 서사와 제스처, 신체적 경험이 의미를 형성하고 전달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또한 ‘마음, 몸, 뇌, 언어: 기호현상학과 불교’를 주제로 현대 인문학과 인지과학의 연구 성과를 불교 사상과 비교하는 학제적 논의가 이루어진다.
12월 3일과 4일에는 세계적인 기호학 학술지 ‘세미오티카(Semiotica)’의 편집장이자 저명한 기호학자인 이탈리아 토리노대학교 마시모 레오네(Massimo Leone) 교수의 특강을 끝으로 이번 국제학술행사는 막을 내린다. 이번 강연에서는 동아시아와 서유럽이 공통으로 직면한 초저출산과 인구 감소 현상을 ‘인구학적 동절기(demographic winter)’라는 개념을 통해 조명하고,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기술의 발전이 인구구조의 변화와 맞물려 인간의 의사소통과 사회문화적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논의한다.
김성도 교수는 “이번 국제학술행사는 인간의 언어와 의미 형성 능력이 어떻게 출현하고 진화해 왔는지를 탐구하는 동시에,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인구구조의 변화가 인간의 의사소통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자리”라며 “언어와 의미의 진화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현대 기술문명과 사회의 변화에 연결함으로써, 인간의 의사소통을 진화적·인지적·문화적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진화언어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연구 분야의 국제적 교류를 국내에 소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언어의 기원과 진화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출발해 확장현실과 인공지능, 인구 감소라는 동시대적 의제까지 아우르는 구성으로, 인문학과 기술·사회 변화를 잇는 학제적 논의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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