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색소 없이 색 구현하는 에너지세이빙 구조색 페인트 개발

연구이미지 / 사진 고려대 제공

KU-KIST융합대학원·융합에너지공학과 이승우 교수팀, 금-실리카 나노입자 기반 구조색 팔레트 구현

고려대학교 연구진이 색소를 사용하지 않고 태양광 반사만으로 다양한 색을 구현하는 구조색 페인트를 개발했다. 금-실리카 나노입자와 빛 산란 설계를 결합한 이번 기술은 태양광 흡수를 줄이면서 색을 표현할 수 있어 건물 외벽, 차량, 장식용 코팅,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고려대학교는 KU-KIST융합대학원과 공과대학 융합에너지공학과 이승우 교수 연구팀이 금-실리카 나노입자와 빛 산란 설계를 결합한 에너지세이빙 구조색 페인트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구조색은 나비 날개나 공작 깃털처럼 색소가 아니라 미세 구조가 특정 빛을 반사하면서 만들어지는 색이다.

기존 페인트는 색소가 빛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색을 낸다. 반면 구조색은 미세한 구조가 빛을 골라 반사하는 원리를 활용한다. 태양광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해 색을 표현하기 때문에 건물이나 차량 내부 온도 상승을 억제하고 에너지 절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색이 바래거나 화학 염료가 흘러나올 우려가 적어 차세대 색 구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기존 구조색은 보는 방향에 따라 색이 무지갯빛처럼 변하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빨간색은 분홍색이나 흰색처럼 탁하게 보이는 문제가 있었다. 빨간색을 구현하려면 긴 파장 영역의 빛만 잘 반사돼야 하지만, 입자에서 새어 나오는 파란 배경빛이 함께 섞이면서 색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파란빛은 줄이고 필요한 빨간빛은 남기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약 20nm 크기의 금 중심부를 실리카 껍질로 감싼 금-실리카 코어-쉘 나노입자를 활용해 구조색 페인트를 제작했다.

연구팀은 금-실리카 코어-쉘 나노입자를 자외선을 비추면 빠르게 굳는 투명 수지 안에 분산시켰다. 이때 나노입자의 금 중심부는 500nm 이하의 짧은 파장인 파란빛 영역을 선택적으로 흡수하고, 수지는 실리카와 굴절률을 맞춰 빛이 흩어지는 현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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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연구팀은 투명 수지에 소금을 첨가하고 농도를 조절해 입자들이 완전히 규칙적인 결정이 아니라 ‘광자유리’ 구조를 형성하도록 했다. 광자유리는 나노입자들이 유리처럼 불규칙하게 흐트러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운 거리에서는 질서를 갖는 구조를 말한다.

그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구조색 페인트는 600~800nm의 붉은빛 영역에 반사광을 집중시켜 파란빛 섞임이 거의 없는 선명한 빨간색을 구현했다. 입자의 크기를 160nm, 180nm, 230nm로 조절하면 파랑, 초록, 빨간색을 만들 수 있으며, 이를 조합하면 가시광 전 영역의 색을 표현할 수 있는 구조색 팔레트 구현이 가능하다.

이번 구조색 페인트는 일반 페인트처럼 액체 형태로 보관하고 칠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붓으로 그림을 그린 뒤 자외선을 쬐면 빠르게 굳기 때문에 넓은 면적의 건물 외벽부터 정교한 다색 그래픽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친환경·에너지세이빙 색소 대체, 위조방지 표식, 장식용 코팅, 디스플레이, 건축 외장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고려대 KU-KIST융합대학원 전유원 석사와 이재원 박사가 공동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이승우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 온라인판에 5월 27일 게재됐다.

논문명은 ‘Metallodielectric photonic glass paints enable hyperchromatic, angle-independent structural color across the full visible spectrum’이며, DOI는 10.1073/pnas.2608405123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나노소재기술개발 사업 미래기술연구실과 KIST Institutional Program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성과는 구조색 기술의 한계로 지적돼 온 색 선명도와 각도 의존성 문제를 개선하고, 액체형 페인트 형태로 실제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태양광을 흡수하는 색소 대신 반사 기반 구조색을 활용하는 방식은 건축 외장재와 차량, 코팅 소재 등에서 색 구현과 에너지 절감 가능성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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