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질환 세계적 유행, ‘미생물 파괴’ 아닌 ‘유익균 변이’로 새 해석 제시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비롯한 대사질환의 세계적 증가는 오랫동안 현대인의 식습관과 생활양식 변화로 설명돼 왔다. 그러나 고려대학교 연구진이 항생제 사용이 장내 유익균의 기능 자체를 변화시켜 대사질환 유행을 촉발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기존 통설에 새로운 해석을 더했다.
고려대는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김희남 교수가 항생제가 장내 핵심 유익균의 기능을 손상된 형태로 변화시켜 전 세계적인 대사질환 위험을 높였을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1월 12일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의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Gut Microbes』에 1월 7일 온라인 게재됐다.
그동안 항생제의 문제는 장내 미생물 균형을 일시적으로 무너뜨린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임신 중이나 영유아기에 항생제에 노출된 경우 장기간 대사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현상, 저용량 항생제가 가축의 체중 증가를 유도하는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김희남 교수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장내 대표적 유익균인 아커만시아(Akkermansia)에 주목했다. 아커만시아는 장 점막 보호와 대사 균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균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항생제가 이 유익균을 단순히 감소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유익 기능이 손상된 돌연변이 형태로 변화시켰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동물 모델을 활용한 선행 연구에서, 정상 아커만시아는 대사질환에 대한 보호 효과를 보인 반면 항생제 노출로 내성을 획득한 변이 균주는 이러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변이 균주는 장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개체 간은 물론 세대 간 전파 가능성도 확인됐다. 이는 장내 미생물 구성이 겉보기에는 회복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기능적으로 결함이 있는 유익균이 잔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 교수는 항생제가 장내 미생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유익 기능이 손상된 아커만시아가 장내에 존재할 경우 대사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향후 인간 코호트 연구를 통해 확인된다면, 항생제로 유도된 장내 유익균 변이가 새로운 주요 질병 위험 인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대사질환의 세계적 유행을 개인의 생활습관 문제를 넘어, 의료 기술의 역사와 장내 생태계 변화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재해석할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항생제 사용의 장기적 영향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장내 미생물의 ‘양’이 아니라 ‘기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질병 예방·관리 전략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연구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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