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AI 철학 연구센터’ 출범…포스트 AI 시대 인간·사회·기술의 기준을 다시 세우다

인공지능과 로보틱스가 인간과 사회의 기본 질서를 재편하는 국면에서, 기술의 진보 그 자체보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제도화한 연구 거점이 국내에서 공식 출범했다. KAIST는 AI 철학 연구센터 개소를 기념해 1월 21일 대전 본원 학술문화관(E9) 양승택 오디토리움에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포스트 AI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사회·기술의 새로운 기준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문명의 전환과 철학의 과제’를 주제로, 자율성·자유·존엄과 같은 인간적 가치와 정의·평등·노동 등 사회적 가치가 AI와 로보틱스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돼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KAIST AI 철학 연구센터는 철학과 인공지능 과학기술의 융합을 통해 기술 발전의 의미와 방향을 성찰하고, 실현 가능한 미래 사회 비전과 대응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기술 발전 속도가 사회 변화를 앞지르는 상황에서 철학적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이 사회를 바꾸는 만큼, 그 의미와 방향을 성찰하는 철학이 반드시 필요하며, AI 철학 연구센터가 인간 중심의 기술 발전과 책임 있는 미래 사회를 설계하는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 중심 대학이 철학을 전면에 내세운 연구 조직을 출범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상징성이 크다.

심포지엄은 김동우 AI 철학 연구센터장의 개회사로 시작해, 이광형 총장의 축사와 아구스틴 라요 MIT 인문예술사회과학대학장의 영상 축사, 야스오 데구치 교토철학연구소장의 기조연설로 이어진다. 데구치 소장은 ‘다층가치사회를 향하여’를 주제로, 인간의 사회성을 출발점으로 ‘나’에서 ‘우리’로의 전환을 제안하며, 인간·비인간·인공물 간 관계를 재정립하는 ‘빈 중심(empty-centered)’ 기반 공존 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다.

발제 세션에서는 기술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제시된다. 이광형 총장은 ‘휴머니즘 2.0’을 통해 인공지능·로보틱스·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 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재정의하고, 인간의 존엄과 창의성을 중심에 둔 새로운 사상적 틀을 제안한다. 박성필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은 기술 이해를 넘어 철학적 성찰을 갖춘 AI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반영한 KAIST AI 대학의 연구·교육 전략을 소개한다.

공학적 관점에서도 인간 중심 전환이 논의된다. 김정 기계공학과 학과장은 성능과 효율 중심의 기존 로보틱스 설계를 넘어, 안전성·신뢰성·상호작용성을 핵심으로 하는 ‘Physical AI’로의 전환 필요성을 제기한다. 김혜영 파리고등사범학교 후설 아카이브 연구원은 기술 시대에 ‘이해’ 개념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개인 중심주의를 넘어 관계적·공유된 이해의 틀로 철학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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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주요연사 / 사진 KAIST 제공

마지막 발제에서 김동우 센터장은 행위자형 AI와 로봇의 확산 속에서 인간이 오히려 행위자성을 상실할 위험을 지적하며, 포스트 AI·로보틱스 시대에 철학의 역할은 인간이 삶의 의미와 목적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정신적 토대를 제공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이후 진행되는 패널 토론에서는 서울대, 중앙대, 교토철학연구소 소속 전문가들이 참여해 인간–기계 공존 사회의 비전과 제도·교육적 과제를 논의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단순한 학술 행사를 넘어, 기술 발전을 둘러싼 논의의 중심을 ‘가능성’에서 ‘책임’과 ‘의미’로 이동시키려는 시도로 읽힌다. KAIST AI 철학 연구센터의 출범은 인공지능 시대에 대학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기술 개발에만 머물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술을 설계하는 공학과, 그 방향을 묻는 철학이 하나의 연구 플랫폼에서 결합될 때, 포스트 AI 시대의 사회적 기준 역시 새롭게 정립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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