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컬쳐

「프로젝트 헤일메리 (Project Hail Mary)」, 과학은 어떻게 우정이 되는가?

멸망의 위기를 푸는 것은 영웅의 기적이 아니라 지성과 신뢰라는 사실을 보여준, 보기 드문 따뜻한 SF 블록버스터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대개 인간을 작게 만든다. 광막한 어둠 앞에서 인간의 감정과 판단, 신념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래서 많은 우주영화는…

7년을 건너 온「끝장수사」, 익숙한 장르에 남긴 불편한 질문

「끝장수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붙는 수식은 “7년 만에 개봉한 영화”다. 이 영화는 새 영화처럼 도착했지만, 동시에 2019년 한국 범죄 수사극의 결을 담고 있다. ‘출장수사’라는 제목으로 2019년 촬영을 마친 뒤 주연 배우 리스크와 팬데믹 등 복합 변수 속에서 장기 표류했다.…

넷플릭스가 데려온 태국의 불안 – 영화 「레드라인」과 보이스 피싱의 익숙한 공포

완성도 높은 범죄 스릴러라기보다, 분업화된 사기 산업과 피해의 감각을 드러내는 OTT 시대 태국 영화의 한 단면 넷플릭스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태국 영화와 시리즈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한때 한국 시청자에게 태국 콘텐츠는 공포영화나 청춘물, 혹은 관광지의 이미지와 함께 떠오르는 이국적…

「브라이드!」, 괴물의 신부는 왜 침묵을 거부했나

매기 질렌할이 되살린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고딕 호러를 넘어 여성의 이름과 얼굴을 다시 쓰다 1935년 제임스 웨일의 고전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신부’라는 존재가 제목에 비해 얼마나 짧고도 제한적으로 소비되었는지 먼저 떠올리게 된다. 제목은 분명 신부를 가리키지만, 정작 그 인물은…

「워 머신: 전쟁 기계 (2026) War Machine」81번이 끝내 넘고 싶었던 것은 레인저 선발선이 아니었다

외계 기계와 맞서는 군사 SF 액션으로 보이는 넷플릭스 영화 워머신은, 조금만 더 안으로 들어가 보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이 영화의 진짜 긴장은 거대한 적의 정체나 전투의 스케일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한 번 누군가를 업고도 끝내 도착하지 못했던 기억,…

AI 시대, 대학 구조를 근본에서 묻다 — 『대학의 해체와 재구성』 출간

“혁신은 넘쳤지만 왜 대학은 바뀌지 않았는가” 생성형 AI의 확산은 대학 현장의 평가 방식과 학문적 성실성 기준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에세이 과제의 실효성 논란, 표절 기준의 혼란, 저자성에 대한 재정의 요구는 이미 현실이 됐다. 단순한 기술 대응 지침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기적이 아니라, 관료주의 였다.” – 넷플릭스 「스웨덴 커넥션」

중립의 섬, 그러나 안전하지 않았던 선택 1942년, 유럽 대륙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점령되었고,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함락되었으며, 동쪽에서는 독일군이 소련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서 스웨덴은 ‘중립’을 선언한 채 버티고 있었다. 영화「스웨덴 커넥션」은 이 지정학적 고립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화면은…

넷플릭스 「파이어브레이크 (Firebreak)」 – 그릇된 확신의 재난 : 불길보다 무서운 건, 그릇된 확신이었다

산불이 아니라 확신이 타오르는 이야기 숲이 타오른다. 연기는 시야를 가리고, 대피 명령은 시간을 압박한다. 넷플릭스 신작 영화 「파이어브레이크 (Firebreak)」는 이러한 재난의 외형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최근 남편을 잃은 마라가 딸 리데와 함께 가족의 여름 별장을 정리하기 위해 숲을 찾고, 그곳에서 예기치…

“모든 사랑은 오해다” 넷플릭스 「파반느」, 도파민 시대에 남겨진 가장 느린 질문

기억에 남는 것은 이야기보다 문장이다 2월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는 서사가 아니라 문장을 남기는 작품이다. 관람을 마치고 나면 사건의 배열은 선명하게 정리되지 않지만, 몇몇 대사는 유난히 오래 잔류한다. “모든 사랑은 오해다. 영원할 거라는 오해.” 그리고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영화 「넘버원」,엄마 밥을 거부해야 하는 아들” – 시간을 먹는다는 것의 역설

부산의 바다는 유난히 잔잔하다. 물결은 고요하지만, 그 안에는 늘 무언가 가라앉아 있다. 「넘버원」은 그 가라앉은 시간에서 시작한다. 태어나는 날, 하민은 아버지를 잃는다. 위암 수술대 위에서 끝내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의 빈자리는, 그가 기억조차 하지 못할 결핍으로 남는다. 시간이 흐른 뒤, 가족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