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대안처럼 추진됐지만, 미성년자 보호와 취업 홍보의 정당성, 공교육기관 존치의 기준을 둘러싼 질문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은 이미 교육 현장의 오래된 위기다. 지방의 직업계 고등학교는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지역 산업과 연계된 인력 양성 체계도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지방소멸위험 지역은 2023년 2월 기준 전체 228개 시군구 가운데 118곳으로 절반을 넘겼고, 최근 5년 동안 직업계고는 매년 입학정원을 신입생으로 모두 채우지 못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관내 직업계고 신입생 충원율 평균은 2021년 90.0%, 2022년 87.8%, 2023년 94.3%, 2024년 93.3%, 2025년 93.9%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계 고등학교는 대부분 지역에서 1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위기 앞에서 일부 교육청은 새로운 해법을 꺼내 들었다. 바로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다. 경상북도교육청은 2024학년도부터 이를 시작했고, 전라남도교육청도 2025학년도부터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교육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학생 충원 문제를 풀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대학 진학과 지역 정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앞세워졌다. 실제 유치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2024년 1개 교육청 45명에서 2025년 2개 교육청 145명으로 늘었고, 2026학년도에는 5개 시·도교육청이 24개 학교에서 227명을 선발했다. 그러나 실제 비자를 발급받은 학생은 60명에 그쳤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은 달라진다. 대학이 성인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과, 직업계 고등학교가 미성년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는 일은 과연 같은 문제인가. 등록금 수입과 국제화 전략의 차원에서 추진되는 대학 유학생 정책과, 공교육 체계 안에서 세금으로 운영되는 직업계고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외국인 아동을 불러들이는 정책은 같은 잣대로 볼 수 없는 사안이다. 여기에는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아동 인권과 보호, 국가의 책임, 공교육기관 존치의 정당성이라는 훨씬 무거운 질문이 얽혀 있다.
같은 유학생이 아니라, 전혀 다른 정책이다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절차는 일반적인 대학 유학과도 다르다. 학교가 교육청에 입학전형 요강 승인을 신청하고, 현지 설명회와 면접을 거쳐 학생을 선발한 뒤, 교육감 초청장을 발송하면 해당 학생은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한다. 경북의 경우 개발도상국이나 ASEAN 국가에서 9학년을 이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중위권 이상의 성적과 TOPIK 2급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기준으로 선발했고, 직업계고 교사들이 현지를 직접 방문해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다. 입학한 학생들은 국내 학생과 동일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며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
문제는 이 구조가 대학의 유학생 유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대학 유학생은 성인이고, 자기 결정에 따라 입학과 체류를 선택한다. 그러나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은 미성년자다. 가족과 떨어져 낯선 나라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교 수업뿐 아니라 방과후, 주말, 방학 기간까지 포함한 생활 전반에서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다. 그런데 정작 이들을 위한 관리 체계는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모나 친인척 등 확실한 후견인 없이 체류하는 상황에서 학교생활과 방과후에 어려움이 생겨도 적시에 대응하기 어렵고, 대학처럼 법에 근거한 외국인 유학생 관리 규정도 없다. 대학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 유학생 담당 직원을 지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직업계고는 오히려 그보다 느슨한 상태에 놓여 있다. 법무부는 교육청이 지정한 후견인이 자원봉사자 수준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아동 인권과 권리의 기준에 비춰 세심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대목에서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행정 미비가 아니다. 성인 유학생 정책의 틀을 미성년 유학생에게 무리하게 적용한 결과에 가깝다. 대학에서는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구조가 어느 정도 전제될 수 있다. 그러나 직업계고에서는 그 전제가 성립하기 어렵다. 미성년자를 유치하는 순간, 국가는 교육 이전에 보호를 먼저 설계했어야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선발과 유치가 먼저 움직였고, 보호 체계는 나중 문제로 밀려났다.
학생을 위한 교육인가, 학교를 위한 모집인가
이 정책을 둘러싼 더 불편한 질문은 따로 있다. 학생이 줄어든 직업계고를 유지하기 위해 외국인 아동을 모집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점이다. 직업계고는 일반 사교육기관이 아니라 공교육기관이다. 국고와 지방교육재정으로 운영되고, 지역 교육체계 안에서 역할을 부여받는다. 그렇다면 학생 수가 줄었다는 이유로 외국인 미성년자를 새로운 충원 대상으로 삼는 선택은 단순한 학생 모집이 아니라 공공정책의 결정이다.
실제로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의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충원 문제와 지역소멸 대응, 지역 산업계 인력 확보라는 목적이 선명하게 깔려 있다. 정책을 추진한 쪽은 이를 직업교육 활성화와 지역 정주 기반 확대의 계기로 보지만, 그 반대편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학생이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학교 존치와 지역 산업 유지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순간, 공교육의 윤리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교육이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학생을 데려오는 것인지 묻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래서 이 사안은 대학 유학생 유치와 같은 범주로 다뤄질 수 없다. 사립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문제에서도 여러 부작용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대학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고등교육기관이다. 반면 직업계고는 고등학교이고, 학생은 아동이다. 여기에 공적 재원이 투입되고, 학교 운영 자체가 공공의 판단 영역에 속한다. 학생 수가 줄었다면 통폐합, 교육과정 개편, 지역 재설계 같은 구조조정의 논의를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외국인 아동 유치가 그 논의를 대체하는 손쉬운 해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취업을 말하며 아동을 유치하는 것은 가능한가
이 정책이 더욱 민감한 이유는 단지 유학이 아니라 취업과 정주까지 암시하는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부처 간담회에서는 교육부가 “아동에게 취업 보장을 홍보하는 것은 국제기구 비판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냈고, 고용노동부는 “미성년자 아동인 직업계고 유학생에 대해서는 안전 및 보호 조치가 우선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를 포함한 관계부처 역시 직업계고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아동 인권 보호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표현상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와 떨어져 타국으로 이동한 미성년자에게 직업교육과 향후 취업 가능성을 결합해 홍보하는 순간, 교육은 곧바로 노동시장 진입의 사전 단계처럼 읽히게 된다. 더욱이 직업계고라는 학교 형태 자체가 특정 분야의 기능과 기술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메시지는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문가 간담회에서는 부모와 분리된 미성년자가 3년간 교육을 받고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한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으로의 차별적 접근이 될 수 있고,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 위배나 인신매매로 판단될 소지까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물론 모든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곧바로 그런 결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 추진 주체의 선의 확인이 아니라 구조의 위험성에 대한 냉정한 점검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국제 이동과 교육, 생활, 진로 선택을 묶어 설계하는 정책이라면, 단지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만으로는 부족하다. 모집 단계에서 어떤 설명이 이뤄졌는지, 학부모 동의는 어떤 방식으로 받았는지, 졸업 후 취업과 체류에 대한 안내는 얼마나 명확했는지까지 따져 묻지 않으면 안 된다.
정작 졸업 후 길은 막혀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실제 제도와도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국내에 남아 취업하려면 E계열 비자가 필요하지만, 현재 제도상 직업계고 전공과 E-7 비자 등 취업 비자 요건이 잘 맞지 않아 발급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많은 학생에게 현실적인 선택지는 국내 대학 진학뿐이다. 경상북도교육청은 관내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현행 비자제도 아래에서는 졸업 후 대학 진학은 가능하지만 취업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사후적으로 설명했다고 되어 있다.
이 대목은 특히 심각하다. 학생이 취업 가능성이나 지역 정주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유학을 선택했다면, 그리고 실제 모집 과정에서 그런 기대를 자극하는 홍보가 있었다면, 그 뒤에 “사실 취업은 어렵다”는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은 매우 무책임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학생을 유치해 놓고, 정작 진로의 핵심 경로는 제도적으로 막혀 있는 상태라면 이는 단순한 미스매치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실패다. 2026학년도에 선발한 227명 중 60명만 비자를 받은 현실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유학의 목적 확인 불가, 목적에 부합하는 서류 미제출, 입국 목적 불명확 등의 사유로 대거 비자가 막힌 것은 애초에 이 정책이 국가 차원의 기준과 합의 없이 너무 빠르게 앞서나갔음을 보여준다.
이쯤 되면 질문은 더욱 선명해진다. 이 정책은 정말 학생을 위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학생이 줄어드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필요를 먼저 충족시키기 위해 설계된 것이었는가. 교육과 보호, 진로와 체류가 하나의 일관된 경로로 설계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성년 외국인 학생을 모집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가.

공교육은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공교육의 경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학생 수가 줄고 지역소멸이 빨라지는 현실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 아동 유치를 공교육기관 존치의 핵심 대안처럼 밀어붙일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무엇보다 미성년자 유학생 정책은 교육청의 행정 아이디어나 지역의 생존 논리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아동의 안전과 권리, 보호체계, 진로의 실질성, 부모 동의와 정보 제공, 국가 간 신뢰, 국제 기준에 대한 검토가 모두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제도 보완 논의만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차원의 판단이 필요하다. 학생이 줄어든 직업계고를 외국인 아동 유치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공교육기관의 존치를 위해 미성년자를 새로운 충원 대상으로 설정하는 방식이 교육의 이름으로 허용될 수 있는가. 부모와 떨어진 아동에게 취업 가능성을 내세워 유학을 권하는 일이 과연 교육기회의 제공인지, 아니면 학교와 지역을 위한 동원인지 냉정하게 물어야 할 시점이다.
이 사안은 더 이상 “외국인 유학생 확대”라는 익숙한 문장 안에 숨길 수 없는 단계에 왔다. 대학에서 성인이 스스로 선택해 오는 유학과, 직업계고가 미성년 외국인 학생을 모집하는 일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전자는 국제화 전략일 수 있지만, 후자는 아동 보호와 공교육 윤리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정책이다. 학생이 없다고 해서, 외국인 아동을 데려와야 하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이 질문을 피하지 않는 일이다.
#직업계고 #외국인유학생 #아동인권 #학령인구감소 #지역소멸 #공교육 #비자문제 #직업교육 #교육정책 #스포트라이트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