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AI 시대의 시민교육,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①]AI를 잘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세계는 활용 교육을 넘어 윤리와 정보판별의 시민 역량을 핵심 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AI는 더 이상 연구실과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 AI는 학생의 과제 작성에 개입하고, 직장인의 보고서 초안을 만들고, 유권자가 접하는 영상과 이미지의 진위를 흐리며, 소비자의 판단과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술은 눈부시게 빨라졌고, 사람들의 접근성은 전에 없이 넓어졌다. 문제는 바로 그 다음부터다. 누구나 쓸 수 있게 된 기술을, 누구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AI윤리와 AI리터러시(정보판별)함양을 위한 평생교육의 과제」는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짚는다. AI를 활용하는 기술적 역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가짜뉴스와 정보조작, 딥페이크, 통제 약화와 같은 역기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AI윤리와 정보판별 역량을 평생교육의 틀 안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생애 전반에 걸쳐 시민이 AI를 어떻게 이해하고, 무엇을 의심하고, 어떤 기준으로 사용할 것인지가 새로운 교육의 중심 의제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문제의식이 중요한 이유는 AI를 둘러싼 위험이 더 이상 미래형 시나리오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각국은 AI를 국가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보고 적극적인 확산 정책을 펴고 있다. 동시에 그 확산이 낳는 부작용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자료는 AI 활성화에 따라 가짜뉴스, 정보조작, 통제 약화, 일자리 감소 같은 역기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함께 커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가 AI윤리 기준과 AI 역량 강화 방안을 병행해 왔다고 정리한다. 다시 말해 오늘의 교육 과제는 “AI를 쓸 줄 아는 사람”을 늘리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AI를 믿어도 되는지 판단할 줄 아는 사람”, “AI가 만든 결과에 책임을 물을 줄 아는 사람”, “AI의 편리함과 위험을 동시에 이해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변화는 국제기구의 언어에서 가장 선명하게 읽힌다. 한때 AI 교육은 기술 학습과 산업 인력 양성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세계는 점차 AI를 사회적 제도와 민주주의, 인권, 공정성, 문화, 교육의 문제로 확장해 보기 시작했다. 이 흐름의 출발선에는 “AI가 얼마나 똑똑한가”라는 질문보다 “AI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질문이 놓여 있다. 그 질문이 본격적으로 제도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대 후반이다. 세계경제포럼은 이미 2017년 인공지능과 로보틱스를 가장 큰 이익과 동시에 가장 큰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신흥기술로 지목하며, 보안과 안전, 사회적 편견 확산을 막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둘러싼 사회의 준비 수준이라는 경고였다.

AI윤리를 둘러싼 국제 논의가 단순한 도덕 담론을 넘어 제도와 교육의 문제로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자료가 인용한 설명에 따르면, 국제사회에서 말하는 AI윤리는 단순히 선악을 가르는 협소한 기준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를 균형 있게 지키기 위해 어떤 제도와 장치가 필요한지를 통합적으로 탐색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 관점에서 AI윤리는 기술자 몇 사람의 양심 문제도 아니고, 기업의 자율선언만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법과 제도, 시민의 권리, 교육의 방향, 공공기관의 책무, 이용자의 태도까지 함께 묶어 다뤄야 하는 사회적 기준이다. 결국 AI윤리란 기술의 문제를 인간의 문제로 되돌려 묻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기구들이 앞다퉈 AI 원칙을 정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OECD는 2019년 ‘AI 원칙’을 통해 포용적 성장, 지속 가능한 개발과 웰빙, 인간 중심의 가치와 공정성,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견고성·보안·안전성, 책무성을 제시했다. EU는 같은 해 ‘신뢰할 수 있는 AI를 위한 윤리 가이드라인’을 통해 인간 자율성 존중, 해악 예방, 공정성, 설명 가능성을 핵심 원칙으로 내세웠다. 일본은 개발자 중심의 원칙을 넘어 이용자까지 포괄하는 ‘AI 사회원칙’을 발표하며 인간 중심, 교육·리터러시, 개인정보보호, 보안, 공정성, 책임성, 투명성, 혁신을 함께 언급했다. UNESCO는 2021년 ‘AI윤리 권고’를 통해 비례성 및 무해성, 안전 및 보안, 공정성과 비차별성, 지속가능성 등을 포함한 보다 포괄적인 원칙을 제시했고, 적용 대상도 AI 시스템 전 주기와 관련 행위자 전반으로 넓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교육과 문화,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곧바로 활용될 수 있는 수준까지 문제를 구체화했다는 데 있다. AI를 둘러싼 국제 논의가 산업 정책에서 시민 교육의 문제로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는 AI윤리가 더 이상 개발자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초창기 윤리기준은 대체로 개발자, 공급자, 운영기관의 책임에 무게를 두었다.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데이터 편향, 설명 가능성과 안전성 같은 문제들이 대표적이었다. 물론 이런 논의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보급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 사용자가 직접 프롬프트를 입력해 텍스트와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을 사실처럼 유통시키고, 업무와 학습, 소비와 정치의 현장에 즉시 적용한다. 이 단계에서 이용자의 판단력과 윤리 의식은 기술의 부작용을 증폭시키기도 하고 완화시키기도 한다. 가짜 정보가 만들어지는 순간만큼이나, 그것이 믿어지고 확산되는 순간이 중요해진 이유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시선도 “누가 AI를 만드는가”에서 “누가 AI를 사용하며, 그 사용을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일본이 사회원칙에 교육·리터러시를 포함시킨 것도, UNESCO가 교육 부문 활용을 구체적으로 다룬 것도 이런 전환을 반영한다.

바로 여기서 AI리터러시라는 개념이 중요해진다. 많은 사람들은 리터러시를 여전히 읽고 쓰는 능력 정도로 이해한다. 그러나 UNESCO가 정리한 개념은 훨씬 넓다. 리터러시는 디지털화되고 정보가 넘치며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창조하고, 소통하는 수단이다. 디지털 기술, 미디어 리터러시, 세계 시민의식, 직업별 기술까지 포함하는 더 큰 역량의 일부다. 디지털 리터러시 역시 단순한 기기 사용 능력이 아니라, 정보를 안전하고 적절하게 접근·관리·이해·통합·소통·평가·생성하는 능력으로 설명된다. 이 정의 위에서 보면 AI리터러시는 결코 “챗GPT를 잘 쓰는 법”으로 환원될 수 없다. 그것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읽어내고, 그 결과가 가진 편향과 위험을 의심하고, 윤리적 한계를 이해하며,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결국 AI리터러시는 기술 숙련보다 판단 숙련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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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AI리터러시를 핵심 의제로 보는 이유도 분명하다. 「AI윤리와 AI리터러시(정보판별) 함양을 위한 평생교육의 과제」는 디지털(AI) 리터러시를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적용에 따른 격차와 역기능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이자 필수적인 방안으로 설명한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교육 시스템이 디지털 리터러시를 넘어 AI리터러시를 핵심 교육 우선순위로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 언급된다. 이것은 상징적인 변화다. 예전의 디지털 교육이 “접속할 수 있는가”를 묻는 단계였다면, 지금의 AI 교육은 “판단할 수 있는가”를 묻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접속이 곧 정보 이해를 보장하지 않듯, 생성형 AI 접근성은 곧바로 시민 역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술은 보급되지만 해석 능력은 자동으로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의 교육은 사용법 설명서가 아니라 인식의 프레임을 제공해야 한다.

이 문제를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장치가 바로 국제기구의 역량 프레임워크들이다. UNESCO TVET는 교사, 학습자, 시민을 위한 디지털 역량 프레임워크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면서, 세계 각국이 디지털 역량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구조로 교육에 반영하는지 보여준다. 그 안에는 유럽연합의 DigComp 3.0, UNESCO의 학생과 교사를 위한 AI 역량 프레임워크, 디지털 리터러시 글로벌 프레임워크(DLGF)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AI가 별도의 부록처럼 취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AI는 디지털 역량 전체를 다시 설계하게 만드는 축으로 등장한다. 국제사회는 AI를 “추가로 알아두면 좋은 주제”가 아니라, 기존 시민 역량의 구조를 바꾸는 변수로 보고 있다.

특히 DigComp 3.0은 이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이 프레임워크는 정보검색·평가·관리,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콘텐츠 생성, 안전과 웰빙 및 책임 있는 사용, 문제 식별과 해결의 5개 영역과 21개 역량으로 구성돼 있다. 겉으로 보면 기존 디지털 역량 체계를 발전시킨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AI가 이 21개 역량 전체를 가로지르며 통합됐다는 데 있다. DigComp 3.0은 최근 갱신 과정에서 AI 역량, 사이버 보안, 디지털 권리, 선택과 책임, 디지털 환경에서의 웰빙, 잘못된 정보와 허위정보 대응을 우선 과제로 반영했다. 이는 AI를 특정 소프트웨어 활용법이 아니라 디지털 시민성의 전반적인 재구성 문제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개인은 AI가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뿐 아니라, AI의 안전하고 윤리적인 사용에 대한 권리와 책임까지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DigComp 3.0이 시사하는 바는 단순하지 않다. AI는 이제 별도의 컴퓨터 과목 한 단원에 넣어 다룰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정보 검색의 신뢰성과 출처 검증, 콘텐츠 생성의 책임성,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규범, 디지털 안전, 문제 해결 방식 전반을 동시에 흔드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검색은 더 쉬워졌지만, 출처 검증은 더 어려워졌다. 글쓰기는 빨라졌지만, 저작권과 책임 소재는 더 복잡해졌다. 이미지 생성은 대중화됐지만, 사실성과 허구의 경계는 더 흐려졌다. 결국 AI 교육은 편의 기능을 익히는 법보다, 그 편의가 만들어내는 왜곡과 책임의 문제를 다루는 법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DigComp 3.0이 허위정보 대응과 책임 있는 사용을 우선한 것은 바로 그래서다.

UNESCO가 내놓은 학생과 교사를 위한 AI 역량 프레임워크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 학생을 위한 프레임워크는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 AI윤리, AI 기술 및 응용, AI 시스템 설계의 네 가지 핵심 역량을 강조한다. 여기에는 단순한 기능 학습보다 자신의 주체성을 이해하고 주장하는 태도, 책임 있는 사용, 안전한 관행, 문제 해결과 창의성, 디자인 사고가 포함된다. 교사를 위한 프레임워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행위와 책임, 사회적 책임, 윤리적 원칙, AI 교육학, 전문성 개발까지 포괄한다. 특히 이 프레임워크는 AI 도구가 교사의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교육에서 기술은 교사를 밀어내는 존재가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을 새롭게 요구하는 도구라는 의미다. 이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다. AI 시대의 교육은 교사를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교사의 판단과 설계 역량을 더 강하게 요구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를 둘러싼 대중 담론은 종종 두 극단을 오간다. 하나는 “이제 누구나 AI만 잘 쓰면 된다”는 낙관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결국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불안이다. 그러나 국제 프레임워크들은 이 두 단순화 모두를 경계한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기능 숙련만이 아니라 인간 중심적 사고와 윤리 판단이며,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도구의 사용법 자체보다 그것을 어떤 교육 맥락에서, 어떤 책임 구조 속에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전문성이다. 이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직업훈련, 시민교육, 평생학습, 재교육과 전환교육의 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AI가 넓게 퍼질수록, 오히려 사람의 판단은 더 좁고 더 깊게 훈련되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자질을 더 까다롭게 묻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최근의 흐름을 보여주는 AILit Framework는 이 전환을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AI리터러시를 “AI의 영향을 받는 세상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지식, 지속적인 기술, 그리고 미래에 대비하는 태도”로 정의한다. 구성도 단순 기능 목록이 아니다. AI와 관여하기, AI로 창조하기, AI 관리하기, AI 설계하기라는 4개 영역과 22개 역량으로 나뉘며, 학습자가 AI와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방식을 가로지르도록 설계됐다. 더 중요한 것은 윤리 원칙이 특정 한 칸에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윤리는 지식, 기술, 태도 전반에 걸쳐 스며 있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결과물을 감지하며, AI가 윤리적으로 사용되도록 책임 있는 태도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연결돼 있다. 이 말은 곧 AI리터러시가 기술과 윤리의 병렬 구성이 아니라, 기술 자체를 윤리적으로 다루는 능력이라는 뜻이다.

이 변화는 매우 현실적이다. 오늘날 시민이 마주하는 AI 문제는 대부분 이론실험이 아니라 생활 속 선택의 문제로 도착한다. 이 사진은 실제인가, 합성인가. 이 글은 사실에 기반한가, 그럴듯한 조합인가. 이 추천은 중립적인가, 특정 이해관계의 산물인가. 이 알고리즘은 내게 맞춘 편의인가, 나를 좁혀 가두는 필터인가. 이 자동화는 시간을 절약해 주는가, 아니면 판단을 외주화하게 만드는가. 그래서 AI 시대의 리터러시는 더 이상 컴퓨터 활용 능력의 연장선으로만 다뤄질 수 없다. 그것은 미디어 리터러시, 정보판별, 시민성, 디지털 권리, 인권 감수성, 사회적 책임과 긴밀히 결합한다. AILit Framework가 컴퓨터과학,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데이터 과학, 설계적 사고, 윤리를 서로 잇는 구조를 취한 것도 이 때문이다. AI를 배우는 일은 곧 사회를 읽는 법을 다시 배우는 일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 하필 평생교육의 관점이 중요할까. 답은 간단하다. AI의 영향은 학교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만 AI를 쓰는 것이 아니고, 개발자만 AI를 설계하는 것도 아니다. 중장년 직장인도, 구직자도, 고령층도, 학부모도, 지역사회 시민도 모두 AI가 매개한 정보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자료가 강조하듯, 갈수록 판별이 어려운 가짜 정보들에 대응하려면 미디어·디지털·AI를 아우르는 종합적 리터러시가 필요하며, 그 역량은 국민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확보돼야 한다. 이는 결국 AI윤리와 정보판별 역량이 정규교육의 보조 주제가 아니라,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시민 역량 교육의 중심 의제가 되어야 함을 뜻한다. AI는 일회성 특강으로 끝낼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삶의 전환기마다 다시 배워야 하는 환경이자 도구다. 그렇기 때문에 평생교육은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 기반이 된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국제사회가 이미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AI윤리와 AI리터러시(정보판별)
함양을 위한 평생교육의 과제」는 UNESCO TVET가 시민, 학습자, 교육자를 위한 디지털 역량 프레임워크를 통해 글로벌 기준점을 제공하고, 디지털 역량 프레임워크를 설계·구현·개선하려는 국제 논의를 촉진한다고 정리한다. 이는 역량을 특정 학교급이나 특정 직종에만 고정하지 않고, 사회 전체의 학습 체계로 확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DLGF가 청소년과 성인의 디지털 리터러시 최소 숙련도 측정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AI와 디지털 전환은 이미 교육의 주변 이슈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측정하고 관리해야 할 역량 격차의 문제가 되었다. 다시 말해 오늘의 AI 교육은 “잘 아는 사람 몇 명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뒤처지는 사람을 만들지 않는 일”과 직결된다.

여기서 한국 사회가 곱씹어야 할 질문도 뚜렷해진다. 우리는 AI를 산업 경쟁력의 언어로는 자주 말해 왔지만, 시민교육의 언어로는 얼마나 충분히 말해 왔는가. 우리는 생성형 AI를 업무 효율과 생산성의 도구로 소개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그 도구가 민주적 판단과 정보 환경에 어떤 부담을 지우는지는 얼마나 교육해 왔는가. 우리는 디지털 전환을 앞세워 플랫폼과 서비스 도입을 서둘러 왔지만, 그 변화가 각 세대의 학습 격차와 정보 취약성을 어떻게 심화시킬 수 있는지는 얼마나 면밀히 대비해 왔는가. 국제사회는 이미 AI윤리와 정보판별을 시민 역량의 핵심으로 옮겨 놓고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여전히 기술 습득과 산업 적용의 언어에 더 익숙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질문은 단지 정책 담당자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학교, 대학, 평생교육기관, 지역 학습관, 공공도서관, 언론, 플랫폼 기업, 시민단체 모두에게 향한다. AI 시대의 시민교육은 어느 한 기관이 단독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결국 지금 세계가 가르치려는 것은 AI의 사용법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용법만이 아니다. 세계는 지금 AI와 함께 살아갈 인간의 기준을 가르치려 하고 있다. 인간 중심의 가치, 공정성과 비차별, 설명 가능성, 안전과 보안, 책임과 책무, 디지털 권리, 허위정보 대응, 윤리적 판단, 비판적 사고, 그리고 기술을 둘러싼 사회적 상상력까지 포함한 기준이다. 이것은 “더 똑똑한 도구를 쓰는 시대”의 교육이 아니라, “더 복잡한 판단을 요구하는 사회”의 교육이다. 그래서 AI 시대의 시민교육은 선택 과목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초 체력과 닿아 있다. 기술이 사회 전체에 퍼질수록, 교육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높은 수준의 분별력을 요구하게 된다. 세계가 AI 활용 교육을 넘어 윤리와 정보판별 교육으로 이동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리함이 커질수록 책임도 커지며, 자동화가 넓어질수록 인간의 기준은 더 정교해져야 한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그렇다면 한국은 지금 무엇을 가르치고 있으며,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국가 차원의 윤리기준과 디지털 권리 논의는 어디까지 왔고, 평생교육의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교육이 제공되고 있으며, 시민이 필요한 수준의 AI윤리와 정보판별 역량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는가. 기술을 도입하는 속도와 시민을 준비시키는 속도는 과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2회차에서는 바로 이 질문을 따라가 보려 한다. 한국의 AI윤리 기준과 디지털 리터러시 정책, 평생교육 체계 안의 실제 교육 현황을 통해, AI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의 공백과 과제를 짚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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