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러리 없이 배터리 만든다”… 고려대, 리튬-황 전지 대량생산 해법 제시

바인더·용매 제거한 건식 공정 개발…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 가능성 높여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리튬-황 전지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제조 공정이 상용화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제조 기술이 제시됐다.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유승호 교수 연구팀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화윤(Yoon Hwa)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용매와 고분자 바인더 없이 전극을 제작할 수 있는 건식 제조 공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리튬-황 전지는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3~5배 높고, 원료인 황이 풍부해 비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그러나 제조 공정에서는 기존 리튬이온전지와 동일한 ‘슬러리 기반 습식 코팅’ 방식이 사용돼 왔다.

이 공정은 분말 재료를 용매와 섞어 반죽 형태로 만든 뒤 코팅하고 건조하는 과정으로,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배터리 성능과는 별개로 제조 방식이 상용화의 제약으로 작용해 왔다.

연구팀은 황의 물리적 특성에 주목했다. 황은 열을 가하면 부드러워지며 다른 물질과 잘 결합하는 특성을 가지는데,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별도의 바인더 없이 전극을 형성하는 방식을 설계했다. 알루미늄 집전체 위에 황-탄소 복합 분말을 형성한 뒤 열과 압력을 가하는 ‘열-보조 건식 프레싱’ 공정을 적용한 결과, 황이 스스로 결합 역할을 하며 전극이 형성되는 구조를 구현했다. 즉 황을 단순한 활물질이 아니라 ‘활물질 + 바인더’로 동시에 활용한 것이다.

실험 결과 약 80℃ 조건에서 제작된 전극은 기존 습식 공정 대비 내부 구조가 더 균일하게 형성됐고, 전해액 침투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배터리 수명이 증가하고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는 특성이 확인됐다.이는 제조 공정 단순화와 성능 개선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산업 적용 가능성이다. 용매와 바인더가 필요 없기 때문에 공정이 단순해지고, 기존 배터리 제조에 널리 사용되는 알루미늄 포일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연속 생산 방식인 ‘롤-투-롤 공정’과 높은 호환성을 보여 대량생산 체계에 적용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생산 단계로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의미다.

전기차와 항공, 드론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배터리 성능과 생산 효율은 핵심 경쟁 요소로 꼽힌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소재 개선을 넘어 제조 방식 자체를 단순화하면서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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