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구리 블록 급속동결 뒤 동결건조… 고가 장비 없이 미생물 원형에 가까운 미세구조 관찰 성공
전자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할 때 발생하는 수축과 변형을 줄이면서도 고가의 특수 장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료 제작법이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개발됐다.
부산대학교(총장 최재원) 의과대학 융합의과학과 송치홍 교수 국제공동연구팀은 -80℃로 냉각한 구리 블록으로 시료를 빠르게 얼린 뒤 그대로 동결건조하는 ‘물 동결건조법(Water Freeze-Drying, WFD)’을 이용해 세균과 원생생물의 실제 모습에 가까운 미세구조를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일본 및 우크라이나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일반 실험실에서도 활용 가능한 고해상도 주사전자현미경(SEM) 시료 제작법을 개발했으며, 향후 항균제 작용기전 규명과 세균 세포벽 분석, 바이오필름 구조 연구 등 다양한 미생물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생물 시료를 관찰하려면 시료 내부의 수분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방식에서는 알코올 등 유기용매를 이용한 탈수 과정에서 세포가 수축하거나 변형돼 실제 구조와 다른 형태로 관찰될 가능성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기용매 탈수 과정을 생략하는 대신, 순수한 물에 있는 시료를 -80℃로 냉각한 구리 블록에 부드럽게 접촉시켜 빠르게 동결한 뒤 물을 직접 승화시키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시료에 가해지는 화학적·물리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미생물의 형태를 안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대표적인 세균인 대장균(Escherichia coli)에 적용해 기존 t-부틸알코올 동결건조법과 비교했다. 기존 방법에서는 세균층에 균열과 수축이 나타났고 대부분의 대장균 끝부분이 둥글게 관찰된 반면, WFD법에서는 시료 전체의 수축이 크게 감소했고 끝부분이 평평하거나 잘린 듯한 다양한 형태의 대장균도 확인됐다. 이는 기존 탈수 과정에서 가려졌던 세균의 다양한 형태적 상태를 WFD법이 보존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특히 아주 작은 자극에도 몸 전체가 빠르게 수축하는 원생생물인 스피로스토뭄 암비구움(Spirostomum ambiguum)을 화학고정 없이 관찰한 결과, 기존 고압동결법에서는 세포가 크게 수축한 반면 WFD법에서는 길게 펼쳐진 자연스러운 형태와 표면의 섬모 구조가 그대로 보존됐다.
이번 기술의 또 다른 장점은 고가의 장비 없이 일반 동결건조기로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기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실험 과정이 비교적 단순하고 안전하며, 건조도 약 2~3시간 내에 완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균 형태 연구뿐 아니라 항균제가 세포 표면에 미치는 영향이나 바이오필름 구조를 보다 정확하게 분석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치홍 부산대 교수는 “전자현미경 관찰 과정에서 시료를 처리하는 과정 자체가 생물의 원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오랫동안 중요한 문제였다”며 “이번 연구는 -80℃로 냉각한 금속 블록과 일반 동결건조기만으로도 미생물의 실제 모습에 보다 가까운 구조를 보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어 “기존 방법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대장균의 다양한 형태까지 확인할 수 있어 앞으로 항균제 작용기전, 세균 세포벽, 바이오필름 등 다양한 미생물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는 부산대 송치홍 교수(교신저자)를 비롯해 일본 슈지쓰대 야마다 요이치 교수와 오가와 와카노 교수, 고베대 스자키 토시노부 교수, 시마네대 이시다 히데키 교수, 생리학연구소 무라타 카즈요시 교수,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아카데미 류드밀라 가포노바 박사와 안드리 콜로시우크 박사 연구팀이 참여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마이크로바이올러지(Frontiers in Microbiology)』 8월 18일자에 ‘고해상도 주사전자현미경 관찰을 위한 물 동결건조법: 전용 급속동결 장비 없이 미생물의 원형을 보존하는 새로운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전자현미경 시료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형 문제를 비교적 간단한 장비와 절차로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전용 급속동결 장비를 갖추기 어려운 일반 실험실에서도 미생물의 자연 형태에 가까운 관찰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학교 #물동결건조법 #주사전자현미경 #대장균 #프런티어스인마이크로바이올러지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