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w Research 2025 AI 여론조사 – 한국, ‘우려보다 기대’가 앞선 국가로 드러나

Pew Research Center 25개국 조사, 한국은 AI에 가장 낙관적인 국가 중 하나로 나타나

2025년 10월, 미국 Pew Research Center가 발표한 보고서 「How People Around the World View AI」는 25개국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인식과 감정, 그리고 각국 정부 및 주요 국제 행위자(EU, 미국, 중국)에 대한 규제 신뢰도를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이 대규모 조사에는 아시아,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 28,000여 명이 참여했으며, 한국도 주요 조사국 가운데 하나로 포함되었다. 보고서의 핵심은 단순하다. 전 세계 시민들은 인공지능의 빠른 확산을 “기대”보다는 “우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자국 정부나 유럽연합에 비해 미국과 중국의 규제 능력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 전반적 흐름에서 독특하게 벗어난다. 조사 대상국 중 한국은 “AI의 확산이 걱정보다 기대된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기술 낙관주의’가 두드러진 국가로 분류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AI 인식 수준은 상당히 높다. Pew 조사에 따르면 25개국 성인의 중앙값 기준으로 34%가 “AI에 대해 많이 들어봤다”고 응답했고, 47%는 “조금 들어봤다”고 답했다. AI라는 용어가 이제 더 이상 기술전문가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일상 언어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응답자의 34%는 “AI 확산이 우려된다”고 답했고, “기대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16%에 그쳤다. 42%는 “우려와 기대가 비슷하다”고 답해, 대다수는 불안과 호기심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우려 중심’의 반응은 특히 미국, 이탈리아, 호주, 브라질, 그리스 등에서 두드러졌다. 반면 한국은 전혀 다른 위치에 있다. 한국의 ‘우려 비율’은 16%로 전체 25개국 중 가장 낮았으며, ‘기대 비율’은 22%로 평균을 상회했다. 한국은 기술 확산에 대해 가장 낙관적인 국가군에 속한다.

한국, 기술 낙관주의의 중심에 서다

한국인의 AI 인식은 두 가지 특징으로 요약된다. 첫째, ‘인지도는 높고, 두려움은 낮다’. 둘째, ‘규제에 대한 신뢰가 비교적 높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21%는 AI에 대해 “많이 들어봤다”고 답했고, 57%는 “조금 들어봤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고소득국 평균과 유사하며, 기술 정보 접근성이 매우 높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AI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낮은 국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Pew는 이를 “높은 디지털 친화도와 사회 전반의 기술 수용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한다. 한국 사회는 이미 AI 기반 서비스가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든 국가다. 금융, 의료, 교통, 교육 등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서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으며, 시민들은 이에 대한 거부감보다 효용을 먼저 체감하는 편이다.

조사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누가 AI를 잘 규제할 것이라 믿는가?” 전 세계적으로 응답자들은 자국 정부(55%)와 유럽연합(53%)을 비교적 신뢰했으며, 미국(37%)과 중국(27%)에는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AI 규제와 윤리의 국제 표준 논의에서 ‘서구적 제도 신뢰’가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은 이 구조 속에서 특이한 균형점을 보인다. 자국 정부에 대한 신뢰: 55% (25개국 중앙값과 동일) EU 신뢰도: 53% 미국 신뢰도: 41% 중국 신뢰도: 15% 즉, 한국은 자국과 유럽의 규제 체계에는 비교적 신뢰를 보내지만, 중국 모델에 대해서는 뚜렷한 불신을 보인다. 이는 기술이 정치적 가치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드러내며, 한국의 AI 신뢰구조가 서구 규제 원칙(투명성, 윤리성, 법치)에 더 가까움을 시사한다.

세대와 교육이 가르는 인식의 간극

연령대별로 보면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젊은층이 AI를 더 잘 알고, 더 낙관적으로 바라본다. 18~34세 응답자는 50세 이상보다 평균 30~40%p 이상 높은 인식률을 보였다. 한국의 경우 이 격차는 상대적으로 완만했다. 이는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디지털 인프라 확산이 세대 간 정보 접근 격차를 줄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교육수준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고등교육 이상 집단은 AI에 대한 이해도와 신뢰가 높았으며, 저학력층일수록 불안감을 크게 표현했다. Pew는 “AI가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기술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이 국가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교육 기반 신뢰 구조’가 글로벌 평균과 유사하게 나타났다.

정치적 이념 성향은 AI 규제 신뢰도에도 영향을 준다. 미국에서는 공화당 지지층의 54%가 정부의 AI 규제를 신뢰하는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36%로 낮았다. 유럽에서도 우파 정당 지지자들은 미국의 규제를 더 신뢰하고, 좌파 정당 지지자들은 EU의 규제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념적 차이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여당과 야당 지지층 모두 정부의 AI 규제에 대해 비슷한 수준의 신뢰를 보였다. 이는 AI 정책이 정치적 대립의 사안이 아니라, 산업·경제정책의 연장선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적 안정성이 기술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이 구조는 정책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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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규제에 대한 신뢰와 ‘글로벌 기준’ 인식

Pew 조사에서 EU는 AI 규제 신뢰도 면에서 세계 평균을 선도했다. 25개국 중앙값 기준 53%가 EU를 신뢰한다고 답했으며, 회원국 내부에서도 독일·네덜란드는 높고, 그리스·이탈리아는 낮았다. 한국에서도 EU에 대한 신뢰도는 53%로, 유럽 내 중상위권 국가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는 한국이 AI 정책의 방향성을 설정함에 있어 EU 모델을 ‘참조 프레임’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U가 추진 중인 「AI Act」가 윤리적 투명성과 책임성을 중심으로 하는 만큼, 한국의 정책당국이 이를 규제 벤치마크로 삼을 가능성도 높다. 한국의 AI 거버넌스가 “기술 혁신 + 사회 신뢰”의 균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정책적 시그널로 해석된다.

미국의 AI 규제 신뢰도는 글로벌 평균 37%로 중간 수준에 머물렀다. 기술 주도국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미국의 규제 방식에 일정한 회의감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미국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41%로, 글로벌 평균보다 다소 높았다. 이는 한국의 과학기술 및 산업 구조가 미국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반영한다. 반면, 중국의 규제 신뢰도는 15%에 불과했다. 한국의 응답 패턴은 “기술 파트너십은 미국, 규제 신뢰는 유럽”이라는 이중 구도를 보여준다. 이는 기술 경쟁이 단순히 산업적 차원이 아니라, 가치·제도·윤리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흥미로운 비교는 일본이다. 일본은 AI에 대해 ‘많이 들어봤다’는 응답이 53%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동시에 우려 비율도 높다. 반면 한국은 인식도는 중상위권이지만 우려는 최저 수준이다. 두 나라는 모두 기술 강국이지만, 기술문화의 방향은 다르다. 일본이 기술의 ‘사회적 영향’과 ‘윤리’에 주목한다면, 한국은 기술의 ‘효율’과 ‘혁신’에 방점을 둔다. 이는 각국의 산업정책과 사회문화적 기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국의 ‘기술 낙관주의’는 경제 성장과 산업 경쟁력을 이끈 원동력이지만, 동시에 기술의 사회적 책임과 위험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복합적 과제를 남긴다.

한국의 결과를 종합하면 세 가지 특징이 명확하다. 첫째, AI에 대해 가장 낙관적인 국가 중 하나이며, 우려보다 기대가 앞선다. 둘째, 자국 정부와 EU에 대한 규제 신뢰가 균형 있게 높다. 셋째, 정치·세대·성별·교육 수준 간 인식 격차가 비교적 좁다. 이 구조는 한국이 기술 수용성과 제도 신뢰의 균형을 갖춘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험 인식의 결여가 정책적 허점을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AI 확산이 고용 구조, 프라이버시, 정보 윤리, 교육 체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사회적 토론은 아직 초기 단계다. 낙관이 제도적 대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기술에 대한 신뢰가 오히려 사회적 불신으로 전환될 수 있다.

Pew Research Center의 이번 조사는 AI 시대의 심리 지도를 보여준다. 세계는 기술의 속도보다 느리게 반응하고 있으며, 신뢰와 불안이 얽힌 복합적 감정이 공존한다. 그 가운데 한국은 독특한 지점에 서 있다. AI를 두려움보다는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정부의 규제 역량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며, 국제 질서 속에서 서구적 규제 모델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나라. 그러나 이러한 낙관이 지속 가능하려면 ‘AI 리터러시 교육’, ‘투명한 규제 거버넌스’, ‘사회적 논의의 제도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기술을 신뢰하는 사회가 결국 신뢰할 만한 기술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한국의 다음 과제는 기술이 아니라 책임의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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