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박용근 교수 연구실 학부 연구생으로 소개된 세 동문, 라이스대·UC버클리 조교수와 일라이 릴리 오픈이노베이션 전문가로… 최근 5년간 URP 연구과제 679건 수행
KAIST(총장 배충식)는 학부생이 실제 연구 현장에서 스스로 질문을 발굴하고 연구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지원하는 학부생 연구참여 프로그램(URP, Undergraduate Research Participation Program)이 세계 수준의 연구자와 과학기술 산업 전문가를 배출하는 인재 양성의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고 9일 밝혔다. 2014년 학부 연구생으로 소개됐던 학생들이 12년 뒤 미국 유수 대학 교수와 글로벌 제약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문가로 성장하며, 프로그램의 장기적인 인재 양성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URP는 학부생이 교수 연구실에서 실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연구 아이디어 도출부터 실험, 데이터 분석, 논문 작성까지 연구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지원하는 KAIST의 대표적인 연구교육 프로그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 5년간(2021~2025년) 총 679개의 연구과제가 수행됐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와 특허 출원, 국제학회 수상 등 다양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배충식 총장은 “KAIST는 학부생들이 세계 수준의 연구 환경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연구 중심 교육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며 “앞으로도 URP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며, 세계 대학과 산업 현장에서 혁신을 이끄는 과학기술 인재로 성장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는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실이다. KAIST는 2014년 ‘박용근 교수, 세계적 논문 쓴 학부생 연이어 배출’이라는 제목으로 이 연구실 학부 연구생들의 성과를 소개한 바 있다. 당시 소개된 세 학생은 12년이 지난 현재 대학과 산업계의 서로 다른 자리에서 세계적 연구자와 전문가로 성장했다.
조상연 동문은 KAIST 학부 1학년 때부터 연구실 생활을 시작해 졸업할 때까지 30학점이 넘는 연구학점을 이수했다. 학부 시절 발표한 두 편의 제1저자 논문 가운데 말라리아 광학영상 연구는 국제학술지 트렌즈 인 바이오테크놀로지(Trends in Biotechnology, 2012)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하버드대학교 공동 의과학 과정(HS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 의과대학 조교수를 거쳐, 2026년 7월 미국 라이스대학교(Rice University) 조교수로 부임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노레이저로 개별 암세포와 치료용 세포를 장기간 추적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조영주 동문은 학부 시절 홀로그래픽 현미경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연구를 시작해 제1저자 논문 8편을 발표하며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연구 기반을 다졌다. 당시 수행한 가상 염색·진단 연구는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등에 게재됐고, 이후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에서 신경과학 연구를 수행하며 2022년 셀(Cell) 표지논문을 제1저자로 발표했다. 조 동문은 2026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 Berkeley) 조교수로 부임해 뇌에 복잡한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차세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서은 동문은 학부 연구에서 얻은 탐구 경험을 산업의 언어로 확장한 경우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현재 글로벌 제약기업 일라이 릴리(Eli Lilly) 신경과학 부문에서 유망 바이오텍과의 인수·합병, 라이선싱, 파트너십 등 협력을 발굴하고 성사시키는 오픈이노베이션 업무를 이끌고 있다. 학부 연구 경험이 전통적인 연구자 진로뿐 아니라 과학기술 기반 산업의 전략과 협력 분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세 사람이 도착한 곳은 대학과 기업으로 서로 달랐지만 출발점은 같았다. 학부 1·2학년 때 스스로 연구실 문을 두드렸고, 남이 정해준 실험이 아니라 자신이 궁금해한 질문에서 출발하는 연구를 경험했다는 점이다. 조상연 동문은 학부 시절 밤늦게 기숙사로 돌아가다 꺼져 있던 가로등이 켜지는 장면에서 초고해상도 현미경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박용근 교수와 함께 이를 과학적 질문으로 다듬어 논문으로 발전시켰다.
이 같은 학부 연구 문화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3년에는 박세호 학부생(제1저자, 지도교수 김재경)이 참여한 시계열 데이터 인과관계 추정 방법론(GOBI) 연구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2024년에는 윤태식 학부생(제1저자, 지도교수 한순규)이 항암치료와 신약개발에 활용 가능한 천연물 세큐린진 G(Securingine G)의 세계 최초 전합성 연구를 수행했고, 이 결과는 영국 왕립화학회 국제학술지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즈(Chemical Communications)에 실렸다.
2025년에는 신소재공학과 김민재 학부생(유승협 교수 연구팀)의 실시간 호흡 모니터링용 웨어러블 이산화탄소 센서 연구(공동 제1저자)와 OLED 디스플레이 연구(주저자)가 각각 디바이스(Device, Cell Press)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전산학부 조재홍 학부생은 URP 연구인 ‘LLMServingSim: 거대 언어 모델 추론 서빙 시스템을 위한 시뮬레이션 인프라 구축’으로 IEEE 국제학술대회 ‘IISWC 2024’에서 최우수논문상(Best Paper Award)과 우수 연구재현상(Distinguished Artifact Award)을 동시에 받았다. 기계공학과 김태민 학생은 2020년 URP 연구인 ‘동축 다종 소재 3D 프린팅’을 발전시켜 적층 제조 분야 학술지 버추얼 앤드 피지컬 프로토타이핑(Virtual and Physical Prototyping) 2025년 1월호에 주저자 논문을 게재하고, 2023 MRS Best Poster Award와 2024 삼성휴먼테크논문대상 금상 등을 수상했다. 이처럼 URP를 통해 신약, 웨어러블 기기, 디스플레이,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부생 주도의 세계 수준 연구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박용근 교수는 “교수인 제가 잘해서 학생들이 성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훌륭한 학생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KAIST의 환경에 감사할 따름이며, 이들의 큰 잠재력을 더욱 키우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연구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일이기에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출발점은 같다. 얼마나 몰입하고 끈기 있게 포기하지 않으며, 스스로 질문을 세우고 답을 찾아가느냐가 결국 연구자를 만든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 연구실에서는 최근 5년간 이민석 학생의 병리조직 가상염색 연구 등 4건의 URP 연구가 수행됐으며, 학부생이 주도적으로 연구주제를 수행해 제1저자 논문을 출판하고 졸업하는 연구문화가 유지되고 있다.
12년 전 학부 연구실에서 시작된 질문은 현재 세계 대학과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연구와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KAIST는 앞으로도 URP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가는 연구 경험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AI를 연구의 경쟁자가 아니라 연구역량을 높이는 동반자로 활용하는 연구교육을 확대하고, URP에도 AI를 활용한 연구설계와 데이터 분석, 시뮬레이션 등을 접목해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융합적 사고를 갖춘 미래 연구자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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