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습 패러다임 ‘이론화 학습(L2T)’ 제안… ICML 2026 구두발표 선정, 투고 논문 상위 0.7%
인공지능(AI)이 변화 전과 변화 후의 모습만 보여줬더니, 다음을 예측하는 것을 넘어 왜 그렇게 변했는지 스스로 원리를 찾아 이해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KAIST는 전산학부 안성진 교수 연구팀이 AI가 관측한 정보만으로 세계의 작동 원리를 스스로 이론화하도록 하는 새로운 학습 패러다임 ‘이론화 학습(L2T, Learning-to-Theorize)’을 제안하고, 이를 구현한 신경망 기반 이론 생성 모델 ‘NEO(Neural Theorizer, 네오)’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 7월 9일 서울에서 열린 인공지능 분야 국제학회인 제43회 국제기계학습학회(ICML 2026)에서 구두발표(Oral) 논문으로 선정됐다. 전체 투고 논문 2만3918편 가운데 상위 0.7%인 168편에 해당하는 성과다. 또한 구성적 학습 워크숍(Compositional Learning Workshop)에서는 최우수논문상(Best Paper Award)을 받았다.
월드모델(World Model)은 AI가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만드는 세계 모델로, 로봇 제어와 자율주행, 생성형 AI, 자율 에이전트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 기반기술이다. 그동안의 월드모델은 주로 다음에 무엇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다음 장면을 잘 예측하더라도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났는지, 즉 세상의 작동 원리까지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인간의 학습 방식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사람은 말을 배우기 전 어린 시절부터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내부 이론을 스스로 만들며 세상을 이해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발달인지과학의 관점을 AI에 적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AI가 아니라 세상의 원리를 스스로 이해하는 AI를 구현했다.
연구팀이 제안한 L2T는 정답이나 규칙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오직 변화 전과 변화 후의 관측 결과만 제시하면 AI가 그 사이에서 어떤 규칙이 작동했는지를 스스로 찾아낸다. 기존 AI가 다음을 맞히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 AI는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이해하도록 만든 것이 핵심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팀이 함께 개발한 NEO는 관측된 변화 속에 숨어 있는 규칙을 스스로 찾아 이를 실행 가능한 형태의 규칙으로 정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규칙은 새로운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조합해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NEO는 회전(Rotate), 이동(Left·Down), 색칠(Paint)과 같은 기본 규칙을 각각 독립적으로 스스로 학습한다. 이후 학습 과정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조합인 ‘아래로 이동한 뒤 색을 칠하고 회전하는’ 작업이 주어져도, 이미 익힌 기본 규칙들을 조합해 새로운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할 수 있다. 반면 기존 AI는 여러 규칙이 섞인 패턴 자체를 통째로 외우는 방식이어서 처음 보는 새로운 조합이 등장하면 성능이 크게 떨어졌다.
연구팀은 의미 있고 재사용 가능한 기본 규칙이 학습되도록 두 가지 학습 원리를 도입했다. 동일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여러 방법 가운데 가능한 한 짧고 간결한 설명을 선호하는 ‘최소 설명 길이(Minimum Description Length)’ 원리와, 실행 과정에서 생성되는 각 중간 상태가 의미 있는 관측에 대응하도록 하는 ‘상태 접지(State Grounding)’ 기법이다. 또한 격자 공간에서의 물체 이동, 산술 연산, 이미지 편집으로 구성된 ‘관측-이론 귀납 벤치마크(OTIB)’를 구축해 성능을 검증했다. 실험 결과 NEO는 현상 전체를 하나의 표현으로 통째로 학습하는 기존 모델보다, 기존에 배운 기본 규칙을 조합해 처음 보는 문제까지 해결하는 능력인 구성적 일반화(Compositional Generalization)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안성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AI의 세계 이해를 단순한 미래 예측에서 세상의 작동 원리를 스스로 설명하는 단계로 확장한 첫걸음”이라며 “예측 중심의 월드모델을 넘어 ‘월드 시어리 모델(World Theory Model)’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앞으로 지능형 로봇과 자율 에이전트는 물론 과학적 발견을 지원하는 AI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 기술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전산학부 백두진 석사과정과 이규빈 석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백준엽 박사과정과 이호성 석사과정도 함께했다. 논문명은 ‘Learning to Theorize the World from Observation’이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해외우수과학자유치사업, 해외우수연구기관 협력허브 구축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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