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식물 스스로를 공격하는 이유 밝혀내다 – 유전자 충돌의 분자 메커니즘 첫 규명

잡종 괴사의 원인, ‘단백질 구조 불일치’로 인한 면역 오작동… 정밀한 품종 개량 가능성 열어

식물은 병원균을 방어하는 고유 면역 시스템을 지니고 있지만, 때로는 스스로를 병원체로 오인해 자가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특히 서로 다른 품종 간 교배 이후 후손 식물이 스스로 고사하는 ‘잡종 괴사(hybrid necrosis)’는 오랜 시간 농업과 식물학 분야의 미해결 난제였다. KAIST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이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분자 구조 수준에서 밝혀내며, 작물 교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KAIST 생명과학과 송지준 교수 연구팀은 국립싱가포르대학(NUS), 옥스퍼드대학과 공동으로 식물 면역 수용체 간 유전자 충돌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활용해 자가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단백질 복합체 ‘DM3’의 구조와 기능을 원자 수준에서 분석했다.

DM3는 원래 식물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효소지만, 특정 유전적 조합에서 구조적 결함이 발생할 경우 식물의 면역 시스템은 이를 병원균으로 오인하고 자가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특히 이번 연구는 자가면역 유발 조합(DM3^Hh-0)과 비유발 조합(DM3^Col-0)의 구조 차이를 비교하며, 자가면역 발생의 핵심이 ‘단백질 간 결합력의 차이’임을 밝혀냈다.

‘스스로 병든다’는 식물, 그 원인은 유전자 간 미묘한 충돌

연구팀은 모델 식물체(담배와 애기장대)에 해당 유전자를 도입해, 실제 식물 내 반응을 확인했다. 그 결과, DM3 단백질 구조가 무너지면 면역 수용체(DM2h)는 이를 비정상 신호로 간주해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했다. 이는 외부 병원균 없이도 단백질 구조 변화만으로 자가면역이 발생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식물 면역 시스템이 외부 병원균뿐 아니라 내부 단백질의 구조 이상까지 감지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이는 생명공학적으로 유의미한 전환점을 제시한다.

(왼쪽부터) KAIST 생명과학과 김기정 박사, 송지준 교수 / KAIST 제공

송지준 교수는 “면역 시스템이 단백질의 구조적 안정성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입증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 특정 유전자 조합이 자가면역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회피하는 품종개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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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이번 연구는 단순한 면역 반응 분석을 넘어서, 유전자 간 충돌이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발생하고, 그것이 구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이는 작물 유전자 교배, 병저항성 강화, 유전자 변형(GM) 작물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밀하고 안전한 유전자 설계의 토대를 제공한다.

연구는 KAIST 그랜드챌린지 30 프로젝트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잡종 괴사뿐만 아니라 다른 식물 유전병의 예측과 제어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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