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도·조광현 교수팀, 존스홉킨스대와 공동연구… 단백질 상호작용 시각화 기술 ‘INSPECT’로 자율 이동 원리 밝혀
KAIST(총장 이광형)가 암 전이와 면역 반응의 핵심 과정인 ‘세포 이동(cell migration)’의 근본 원리를 규명했다.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와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석좌교수 연구팀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이갑상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세포가 외부 자극 없이 스스로 이동 방향을 결정하는 내재적 프로그램(autonomous navigation system)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세포 내 단백질들이 서로 결합하며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할 수 있는 신기술 ‘INSPECT(INtracellular Separation of Protein Engineered Condensation Technique)’를 개발함으로써 가능해졌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10월 31일자)에 게재되었으며, DOI는 10.1038/s41467-025-64635-0이다.
세포는 주변 환경에 따라 앞뒤를 구분하고 이동 방향을 조절한다. 그러나 그동안 외부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세포가 스스로 움직이는 원리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 단백질 간 결합 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INSPECT 기술을 개발했다. INSPECT는 단백질이 서로 결합할 때 생기는 미세한 응집체(phase-separated condensate)를 형광 신호로 시각화하는 기술로, 세포 속 단백질 상호작용을 고해상도로 지도화할 수 있는 도구다. 연구진은 15종의 Rho GTPase 단백질과 19종의 결합 단백질을 조합해 총 285쌍의 상호작용을 분석했으며, 그 중 139쌍에서 실제 결합이 일어남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세포 이동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군인 Rac1·Cdc42·RhoA가 서로 다른 단백질과 결합하면서 세포의 이동 방향을 제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Cdc42–FMNL 축은 세포 전면의 극성을 유지해 ‘직진’ 신호를 담당하고, Rac1–ROCK 축은 세포 전면에 ‘아크 스트레스 섬유(arc stress fiber)’를 형성해 방향 전환을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Rac1 단백질의 일부 아미노산을 변형시켜 ROCK 단백질과 결합하지 못하도록 만들자, 세포가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직선으로만 이동했다. 이는 Rac1–ROCK 상호작용이 세포의 ‘핸들’ 기능을 수행한다는 결정적 증거다.
허원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 이동이 단순한 확산 운동이 아니라, Rho 신호전달 단백질들이 만들어내는 내재적 조향 시스템에 의해 정밀하게 제어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INSPECT 기술은 단백질 간 신호를 세포 수준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암 전이뿐 아니라 면역세포 이동·신경세포 재생 등 다양한 질병 연구에 응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연구자인 조광현 교수는 “시스템생물학 관점에서 세포 내부의 신호 네트워크를 해석하면, 세포가 환경에 맞춰 스스로 적응하는 자율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며 “이는 인공지능과 유사한 생명 시스템의 계산 원리(biological computation)를 규명하는 연구로도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포의 이동은 암세포가 혈류를 타고 전이하거나, 면역세포가 염증 부위로 이동하는 등 생명현상 전반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번 연구는 세포가 외부 신호 없이 스스로 이동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음을 밝혀냄으로써,암세포 전이 억제, 자가면역 질환의 이동성 조절, 상처 치유 과정의 효율 개선 등 다양한 치료전략 개발에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다.

IBS 이상규 박사·LIBD 김동산 박사·휴룩스 서예지 박사 (공동 제 1저자) / 사진 KAIST제공
INSPECT 기술은 기존의 proximity-based(근접성 측정) 방식보다 거짓 신호를 줄이고 결합 강도를 정량화할 수 있는 정교한 플랫폼으로, 연구진은 이를 “세포 내 단백질 네트워크를 지도화하는 범용 도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제1저자는 KAIST 이희영 박사후연구원, 이상규 박사(기초과학연구원), 서예지 박사(㈜휴룩스), 김동산 박사(LIBD)이며,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성과는 세포가 스스로 길을 찾는 과정을 ‘자율주행 시스템’에 비유할 만큼, 생명현상의 정밀한 조절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사례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세포 이동 신호를 인위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암 전이 억제 및 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맞춤형 치료 기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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