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이후 취업자수 감소 전환… 구조개혁 없인 미래 없다
노동시장, 어디로 가는가
한국 경제의 또 다른 ‘고용 쇼크’가 예고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인구 및 노동시장 구조를 고려한
취업자수 추세 전망 및 시사점)에서 2030년경부터 국내 취업자 수의 연간 순증 규모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단순한 경기적 부진이 아닌, 인구 감소와 고령화, 경제활동참가율 정체에 기인한 ‘구조적 고용 감소’로 해석된다. 현재 대학생과 청년층에게 이는 곧 취업경쟁 심화가 아닌, 일자리 자체의 ‘총량 감소’라는 새로운 현실로 다가온다.
보고서는 “추세 취업자수 증가규모”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노동시장을 분석한다. 이는 자연실업률을 유지하며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때 필요한 ‘정상 상태’의 취업자수 증가규모를 뜻한다. 경제활동참가율, 인구 증가율, 자연실업률 등이 이를 결정하며, 실제 고용 증가가 이 추세를 상회하면 고용 호조, 하회하면 부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마치 GDP와 잠재성장률의 관계처럼 고용에도 ‘잠재 고용증가 기준’이 존재하는 셈이다.
추세는 이미 둔화 중
실제 한국의 추세 취업자수 증가규모는 이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1~2015년 연평균 40만 명이던 추세 취업자수는 2016~2019년 19만 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고, 팬데믹 이후인 2021~2024년에는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 확대에 힘입어 32만 명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다시 10만 명대 후반으로 둔화되었고, 이 흐름은 향후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2030년부터 추세 취업자수 증가가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구 중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는 2033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고, 경제활동참가율도 고령화로 인해 하락세를 맞는다. 그 결과, 취업자 총규모는 점차 줄어들어 2050년에는 2024년 대비 약 9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수치보다 무서운 건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취업자수 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이다. 우선 노동투입의 감소는 GDP 성장률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며, 생산성이 그대로일 경우 1인당 GDP 증가율마저 하락하게 된다. 특히 고령층 비중이 급증하고 청년층이 줄어들면서, 인구 대비 취업자수 감소폭은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2030년대부터 1인당 GDP 증가율에도 ‘구조적 하방압력’을 형성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고령화와 취업자수 감소는 복지재정의 지속 가능성에도 위협이 된다. 현재 GDP 대비 약 10% 수준인 연금 및 의료비 지출은 2050년 2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민부담률의 급증을 의미하며, 청년세대는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고령층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 속에 놓이게 된다.
이번 보고서는 청년 고용이 경기와 구조 양면에서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음을 지적한다. 팬데믹 이후 청년층 취업자수는 내수경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구조적 불안정성 또한 더욱 커지고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 위축은 남성 고용에, 서비스업 불안은 여성 고용에 직격탄을 주고 있으며, 이는 고용의 질과 안정성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고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고서는 ‘경제활동참가율’ 제고를 꼽는다. 실제로 고령층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여전히 선진국 평균보다 낮아, 구조개혁을 통해 여지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은퇴 연령 연장, 계속고용 제도, 여성의 경력단절 해소 등은 시급히 다뤄야 할 정책 과제로 떠오른다.
구조개혁 시나리오가 보여주는 대안
보고서는 낙관적 구조개혁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재보다 2050년까지 4%p 상승할 경우, 취업자수 감소 전환 시점은 5년 늦춰지고 2050년 취업자수도 2024년 대비 95% 수준까지 회복 가능하다고 본다. 이는 1인당 GDP 성장률을 연 0.3%p 높이고, 복지 지출 부담도 1.3%p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와 함께 출산율 제고 정책, 외국인 인력 유입, 직업훈련 및 고용 매칭 효율성 향상 등이 복합적으로 필요하다. 출산율 정책은 장기적이지만,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외국인 노동자 활용은 단기 대응 수단으로 중요하다. 또한 청년층과 경력단절 여성,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직무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
지금 대학에 재학 중인 청년세대는 이 모든 변화의 정중앙에 서 있다. 과거처럼 ‘많이 뽑는 시기’를 기다릴 수 없다. 대신 자신이 속한 세대의 고용구조가 어떻게 변해갈지를 이해하고, 이에 맞춘 경력전략과 노동시장 대응이 필요하다. 전공 선택, 일 경험, 직업훈련 등 모든 진로 결정이 이제는 인구구조와 노동시장 변화라는 큰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고용 없는 성장 시대, 대학의 역할은?
대학 역시 이제는 졸업 후 고용까지를 포괄하는 시스템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학문’과 ‘직업’의 간극을 줄이는 실질적 직무 역량 훈련, 산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공 설계, 커리어 코칭 시스템 강화가 요구된다. 특히 지속 가능한 고용을 위한 역량 중심 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2030년 이후의 노동시장은 단순한 ‘취업난’이 아니다. 일자리 자체의 절대적 축소가 예고되고 있다. 이는 경쟁이 아닌 구조 문제이며, 개인의 역량을 뛰어넘는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이 경고를 수치로, 구조로, 전망으로 보여준다. 지금이야말로 고용의 본질을 다시 묻고, 사회 전체가 방향을 잡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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