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과 인턴십 중심으로 좁아진 대학 교육, 학생이 만나야 할 더 넓은 세계를 묻다
대학의 교육과정과 비교과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익숙한 표현들이 반복된다. 산업 수요 맞춤형 교육, 현장 중심 교육, 직무역량 강화, 취업 연계, 기업 협업, 일경험 확대. 모두 대학이 학생의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 필요한 과제다. 청년들이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현실에서 대학이 취업과 직업교육을 외면할 수도 없다. 문제는 학생이 교실 밖에서 하는 거의 모든 경험이 취업의 언어로 설명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지역사회 활동은 취업역량이 되고, 해외 경험은 글로벌 경쟁력이 되며, 학부생 연구와 창작 활동도 포트폴리오를 위한 이력으로 환산된다. 학생이 무엇을 배우고 어떤 시각을 갖게 됐는지보다 그 경험이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가 먼저 질문된다.
대학에서 경험을 통한 배움은 언제부터 취업훈련과 같은 의미가 되었을까. 경험을 통한 배움은 단순히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는 교육이 아니다. 학생이 어떤 상황에 직접 참여하고, 그 안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돌아보며, 경험을 지식과 연결하고 자신의 생각을 다시 구성하는 과정이다.
캐나다 앨버타대 데이비드 피콕은 최근 기고에서 ‘경험학습’과 ‘일·학습 연계교육’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험을 통한 교육은 지역사회 봉사학습, 공동체 기반 연구, 해외 학습, 예술적 실천, 학부생 연구와 직업 경험을 모두 포괄하지만, 최근에는 이 넓은 교육 개념이 인턴십과 코업 등 노동시장과 직접 연결된 활동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실습과 인턴십은 분명 중요한 교육이다. 학생은 실제 조직의 업무 방식을 경험하고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확인할 수 있다. 전공 지식이 현실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을 기업이나 기관에 보내는 것만으로 교육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실습 과정에서 반복적인 보조 업무만 수행했거나 조직의 관행을 비판적인 검토 없이 받아들였다면, 경험은 있었지만 충분한 학습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
경험을 교육으로 바꾸는 것은 성찰이다. 무엇을 했는가뿐 아니라 왜 그렇게 했는지, 그 과정에서 누구의 관점이 배제됐는지, 전공 지식과 실제 현장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그 경험이 자신의 가치와 진로 판단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기업이 가르쳐야 할 것까지 대학이 맡는 것은 아닌가
취업과 직무역량을 강조하는 흐름에는 기업의 채용 방식 변화도 작용한다. 기업은 조직에 들어온 신입사원을 장기간 교육하기보다 채용 직후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학생은 졸업하기 전부터 직무 경험과 자격증, 인턴십, 대외활동을 준비하고 대학은 산업체의 요구를 교육과정에 반영한다. 기고문은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이 담당하던 직무교육의 책임과 비용이 대학과 학생에게 이전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등교육이 보편화되고 학위의 경제적 이점이 예전만큼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와 가정은 대학이 고용주의 요구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기를 기대한다. 그 결과 경험교육 역시 단기적인 노동시장 성과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진다.
대학이 산업계의 요구를 무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특정 기업이 당장 필요로 하는 기술이 대학 교육의 기준이 되는 순간 발생한다. 산업과 기술은 빠르게 바뀐다. 오늘의 직무기술이 몇 년 뒤에도 같은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뿐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상황을 판단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대학이 단기적인 직무 적합성에만 집중할수록 오히려 학생의 장기적인 적응력은 약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 교육의 취업 효과를 묻는 태도를 거래적이라고 비판해서는 안 된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부담하고 치열한 채용시장을 통과해야 하는 학생에게 취업은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다.
대학이 “교육은 취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려면 취업 이외에 무엇을 제공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비판적 사고, 시민성, 창의성, 공동체 의식과 같은 표현을 선언적으로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학생이 지역사회 문제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전공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발견했는지, 연구 과정에서 근거를 확인하고 불확실성을 견디는 법을 배웠는지, 예술과 인문학을 통해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시야를 얻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 교육이 취업이라는 단일한 기준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학생들이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가 아닐 수 있다. 대학 스스로 취업 이외의 교육적 가치를 충분히 설계하지 못했고, 그것을 학생과 사회에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
학생이 경험해야 할 세계는 일터보다 넓다
대학이 제공해야 할 경험은 직업적 경험만이 아니다. 학생은 연구를 통해 아직 답이 정해지지 않은 질문을 다뤄봐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 예술과 창작을 통해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를 표현해봐야 한다. 낯선 문화와 가치관을 접하고 자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기준을 의심해봐야 한다. 실패하는 경험도 필요하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프로젝트를 분석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자신의 판단을 수정하는 과정은 정해진 직무를 수행하는 훈련만으로는 얻기 어렵다.
직업적 경험, 학문적 경험, 시민적·사회적 경험이 함께 제공될 때 학생은 단순한 구직자가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취업은 대학 교육의 중요한 결과 가운데 하나지만 대학 교육 전체를 설명하는 유일한 목적은 아니다.
대학은 학생이 좋은 일자리를 얻도록 도와야 한다. 동시에 무엇이 좋은 일인지, 조직과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이 언제나 정당한지, 자신의 노동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을 익히게 하는 것과 그 기술이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지 질문하게 하는 일은 함께 가야 한다. 조직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잘못된 조직문화를 비판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현장실습과 인턴십이 대학 교육의 전부가 될 때 학생이 경험해야 할 세계는 오히려 좁아진다. 대학이 제공해야 할 것은 첫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기술만이 아니다. 직업과 사회,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다시 판단할 수 있는 힘도 함께 길러줘야 한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교육은 필요하다. 그러나 취업만을 위한 교육은 대학 교육의 가능성을 너무 일찍 닫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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