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우 교수 공동연구팀, 하나의 제어기로 걷기·달리기·뛰어넘기 통합 제어
로봇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 Science Robotics 7월호 표지 논문 선정
로봇이 마치 동물처럼 주변 환경을 살피고, 스스로 판단해 걷고 달리며 장애물을 뛰어넘는 기술이 한층 현실에 가까워졌다. 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 겸 스마트모빌리티학부 홍승우 교수 연구팀은 KAIST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 연구팀, 국방과학연구소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실제 야외 험지에서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사족 보행 로봇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로봇이 계단, 틈, 잔디, 낙엽길, 쓰러진 나무 등 예측하기 어려운 지형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상황에 맞는 보행 전략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 성과는 로봇 분야 최고 권위 국제 학술지인 Science Robotics 온라인판에 7월 16일 게재됐으며,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7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기존 사족 보행 로봇 기술은 평탄한 바닥을 빠르게 달리거나 단일 장애물을 뛰어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실제 야외 환경은 훨씬 복잡하다. 계단, 틈, 나무, 낙엽, 경사면처럼 다양한 장애물이 연속적으로 등장하고, 로봇은 그때마다 다른 움직임을 선택해야 한다.
문제는 기존 방식에서는 걷기, 달리기, 뛰어넘기 등 각각의 보행 기술을 별도로 설계해야 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로봇이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전환하기 어렵고, 속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PT-RL(Action Pretrained Transformer-based Reinforcement Learning, 행동 사전학습 기반 트랜스포머 강화학습)’이라는 새로운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하나의 제어기 안에서 서로 다른 보행 기술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설계됐다. 로봇은 별도의 모드 전환 없이 현재 지형에 가장 알맞은 움직임을 선택하고, 걷기에서 달리기, 달리기에서 뛰어넘기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학습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실제 동물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측하거나 로봇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해야 했다. 이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다양한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로봇 동역학과 궤적 최적화 기술을 활용해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고품질 운동 데이터를 자동 생성하도록 했다. 로봇 동역학은 로봇에 가해지는 힘과 토크를 바탕으로 로봇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기술이며, 궤적 최적화는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이동 경로를 찾아내는 기법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실제 15.5시간 분량에 해당하는 고품질 운동 데이터를 단 8분 만에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대규모 학습 데이터 구축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줄인 것이다.
연구팀은 로봇이 복잡한 3차원 지형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강화학습을 수행했다. 여기에 깊이 카메라와 라이다(LiDAR)를 활용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는 기능을 더했다.
깊이 카메라는 물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해 3차원 공간 정보를 얻는 센서이며, 라이다는 레이저를 이용해 주변 환경의 거리와 형태를 3차원으로 측정하는 장치다. 로봇은 이 센서들을 통해 눈앞의 계단, 틈, 장애물, 지형 변화를 감지하고 가장 적합한 보행 전략을 선택한다. 이러한 방식은 실제 야외 환경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로봇이 사전에 정해진 동작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그에 맞춰 움직임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개발한 제어 기술을 사족 보행 로봇에 탑재해 실내외 다양한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했다. 그 결과 로봇은 계단과 잔디 등 도시형 지형은 물론, 쓰러진 나무와 낙엽길 같은 자연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동했다.
특히 장애물이 포함된 실제 험지 환경에서 순간 최고 초속 6미터의 빠른 이동속도를 기록했다. 이는 로봇이 단순히 균형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복잡한 환경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이 개발한 제어 기술을 탑재한 ‘KAIST 하운드’가 다양한 장애물을 극복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논문 표지 이미지에는 숲속 장애물을 넘는 사족 보행 로봇의 모습이 실렸으며, 이는 이번 연구가 실제 자연 환경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인정받았음을 보여준다.
홍승우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미에 대해 “로봇 동역학과 궤적 최적화 등 모델 기반 방법론을 강화학습에 결합해 학습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며 “향후 국방이나 재난 구조 등 예측 불가능한 험지 환경에서 로봇의 실용화를 앞당기는 차세대 이동 로봇의 핵심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의 연구비, 국방과학연구소 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