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0여 명 형제 비교 분석… 우울이 학업·자립·고용 안정성에 미치는 누적효과 밝혀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보건정책관리학부 김진호 교수 연구팀이 청소년기의 우울이 성인기의 고용 형태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실증적으로 규명했다. 연구 결과, 청소년기에 우울 수준이 높았던 사람은 성인이 된 이후 비정규직·불안정 고용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연구는 미국 청소년 3,703명의 형제 데이터를 20여 년간 추적한 결과를 토대로 수행됐으며, 발달심리학 분야 국제 저널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IF 8.5, 상위 3.7%)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미국 청소년을 성인기까지 장기 추적한 ‘Add Health(National Longitudinal Study of Adolescent to Adult Health)’ 데이터를 활용했다. 특히 동일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형제 간의 차이를 분석하는 ‘형제 고정효과 분석(Sibling Fixed Effects)’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가정환경·양육방식·경제수준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최대한 통제했다. 고용 형태 역시 단순히 ‘정규직 vs 비정규직’으로 구분하지 않고, 소득 수준,복리후생 보장 정도,고용 안정성, 의사결정 자율성,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다차원 지표를 새롭게 설계했다.
분석 결과, 청소년기에 우울 수준이 높았던 사람은 성인기에 불안정 고용에 종사할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우울 증상이 초기 성인기까지 이어지거나, 학업 성취와 진로 탐색을 방해해 안정적 일자리를 확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간접효과로 설명됐다.

김진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청소년기의 정신건강이 성인기의 경제적 안정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첫 사례”라며 “우울에 대한 조기 개입이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불평등 완화와 사회적 자립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와 청년층 고용 불안정이 동시 심화되는 현실에서, 보건·교육·고용 정책 간 연계된 통합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즉, 청소년기의 정서적 취약함이 단기 치료를 넘어 생애 전반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정책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4단계 BK21 ‘정밀보건과학융합 교육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성과는 정신건강을 개인의 의지나 일시적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사회·경제적 자립의 핵심 변수로 확장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형제 데이터를 활용한 비교 분석을 통해, 정신건강이 단순히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개인의 발달적 경험과 사회적 구조가 결합해 장기적 결과를 만든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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