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염식이 → 장내 미생물 변화 → 대사산물 축적 → 종양 악화 메커니즘 밝혀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 연구팀이 고염식이(짠 음식 섭취)가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이로 인해 생성된 대사산물이 뇌종양 악화를 유도한다는 분자 수준의 인과관계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6월 1일 발표하였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단편적 상관관계를 넘어, 짠 음식이 어떤 생물학적 경로를 통해 뇌종양을 악화시키는지를 명확히 밝힌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결과는 생의학 분야 권위 학술지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5월 22일 자에 게재되었다.
연구팀은 뇌종양 마우스 모델을 이용하여 4주간 고염 사료를 섭취하게 한 뒤 종양세포를 주입하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일반식이를 한 그룹보다 생존율이 현저히 낮고, 종양 크기가 크게 증가한 것이 관찰되었다. 이는 짠 음식 섭취가 단순히 건강을 해치는 수준을 넘어 종양의 진행 자체를 가속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항생제로 장내 미생물을 제거하거나 고염식이 인간의 분변을 이식한 마우스 모델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되었다. 특히 고염식이에 반응해 급증한 장내 미생물 ‘박테로이드 불가투스(Bacteroides vulgatus)’는 특정 효소를 과도하게 발현시켜 ‘프로피오네이트(propionate)’라는 대사산물을 생성하게 되었고, 이 물질이 뇌종양 악화를 직접 유도하는 주요 인자로 작용하였다.
프로피오네이트, 저산소 유도 인자 활성화 통해 종양 침습성 증폭
연구에 따르면, 프로피오네이트는 산소가 충분한 환경에서도 뇌종양 세포 내 ‘저산소유도인자-1알파(HIF-1α)’를 비정상적으로 활성화시켰다. 이는 다시 ‘형질전환성장인자-베타(TGF-β)’를 증가시키고, 제1형 콜라겐(COL1A1)의 과다 발현을 유도해 종양의 침습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분자적 경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악성도가 높은 뇌종양인 교모세포종(Glioblastoma) 환자의 암세포 유전자 데이터에서도 일관되게 관찰되었다. 교모세포종 환자 중 이 경로가 활성화된 집단은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이는 동물 실험 결과와 임상 데이터의 일치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로 작용했다.

이흥규 교수는 이번 연구가 고염식 섭취와 뇌종양 진행 간의 직접적 연관성을 입증함으로써, 뇌종양 예방 및 치료에 있어 식이조절과 장내 미생물 제어가 새로운 전략으로 부상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특히 프로피오네이트 경로를 차단하거나 조절함으로써 종양 진행을 억제하는 맞춤형 치료법 개발의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개인기초연구사업 및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공동 제1 저자로는 김채원 박사(현 하버드 의대 보스턴 어린이병원 박사후연구원)와 김현진 박사(KAIST 생명과학연구소)가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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