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서로 무장한 소녀들의 진실과 연대, 그 찬란한 노래와 싸움의 여정
K팝과 악마 사냥의 기묘한 조합, 그 매혹적인 세계로의 초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KPop Demon Hunters』(2025년 6월 20일 공개)는 익숙한 K팝 문화와 마법소녀 서사, 악마 퇴치 액션을 이질적이지 않게 버무려낸 독특한 서사로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매기 강(Maggie Kang)과 크리스 아펠한스(Chris Appelhans)가 공동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얼핏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아이돌이 악마를 무찌른다’는 설정을, 정교한 세계관과 뛰어난 연출, 감동적인 서사로 설득력 있게 전개해낸다.
무대 위의 스타이자 밤의 수호자인 여성 3인조 아이돌 ‘훙트릭스(HUNTR/X)’는 노래를 통해 인간과 악마의 경계를 지키는 ‘혼문(Honmoon)’을 수호하며 세계의 평화를 지킨다. 그러나 반격에 나선 악마 군단은 인간 세상에서 그들보다 더 뜨거운 인기를 얻는 보이그룹 ‘사자보이즈(Saja Boys)’를 등장시키고, 이야기는 단순한 선악 대결이 아닌, 정체성과 진실, 연대와 구원의 서사로 확장된다.

영화는 무엇보다 진실과 연대의 힘을 강조한다. 주인공 루미는 혼혈(반은 악마)이라는 비밀을 안고 살아가며,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를 감추며 살아간다. 이 비밀은 그녀의 목소리를 잃게 하는 원인이 되고, 팀의 해체 위기를 불러온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친구들과 함께 다시 일어선다. “어둠을 이기는 건 진실과 연대이며, 진실 없이는 어둠을 이길 수 없다”는 메시지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이상의 울림을 전달한다.
다채로운 한국적 요소, 세계 보편 서사로 녹이다
‘남산타워’, ‘호작도’, ‘K팝 쇼케이스’, ‘훈민정음이 새겨진 무기’ 등 『KPop Demon Hunters』는 한국 문화를 풍부하게 활용하면서도 이를 낯설거나 배타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통과 현대, 지역성과 세계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한국적 정서를 세계 보편의 이야기로 전환해낸다.
영화의 시각적 스타일은 『스파이더버스』의 계보를 잇는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2D와 3D, 일본 애니메이션과 서구풍 그래픽, 케이팝 특유의 무대미학과 액션 장르의 동세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특히 ‘Takedown’을 비롯한 오리지널 OST는 트와이스 멤버들이 직접 부른 곡으로, 극의 정서와 서사를 이끌며 캐릭터의 감정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KPop Demon Hunters』는 ‘걸그룹’이라는 코드를 소비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는다. 루미, 미라, 조이는 각기 다른 성격과 배경, 고민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상호 보완적으로 협력하며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은 강한 페미니즘적 서사를 형성한다. 또한 루미와 사자보이즈의 리더 지누 사이에 싹트는 애틋한 로맨스는, 단순한 러브라인을 넘어 자아와 정체성, 진영을 넘어선 공감과 이해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짧지만 강렬한 한 편의 ‘뮤지컬 드라마’
다만 98분의 러닝타임은 서사의 밀도와 감정선을 전개하기엔 다소 짧게 느껴진다. 루미의 비밀, 지누의 내면, 그리고 훙트릭스 멤버들 간의 갈등과 화해 등은 좀 더 깊이 있게 그려졌다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이 아쉬움조차 시각적 충격과 음악적 완성도가 상쇄해주며, 전체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KPop Demon Hunters』는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소비되기엔 지나치게 정교하고 아름다운 영화다. 다수의 리뷰어들이 강조했듯, 이 영화는 오히려 대형 스크린에서 음악과 액션의 시각적 충격을 경험하며 관람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일부 지역에서 극장 재상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그 기대를 더욱 부풀게 만든다.

진실을 마주하고 연대하는 순간, 우리는 어떤 어둠도 이길 수 있다
‘혼문’이 완성될 때까지, 그리고 완성된 이후에도 우리는 다시 질문하게 된다. 우리는 누구인가? 진정한 나를 드러내는 것이 왜 중요한가? 『KPop Demon Hunters』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어둠이며, 그 어둠을 이기는 힘은 함께하는 연대에서 나온다고.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과 넷플릭스가 손잡고 만들어낸 이 빛나는 애니메이션은, 그렇게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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