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대표할 자는 윤리로 증명돼야 한다
이진숙 전 충남대학교 총장이 이재명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었다. 국립대 최초의 여성 총장이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비수도권 대학에서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해온 경력은 정부가 강조한 ‘지방 대학 육성’ 기조와 맞물린 인사로 읽혔다. 특히 이 후보자는 대선 당시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의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인물로, 현 정부의 고등교육 구조 개편 방향과 일치하는 정책 경험을 지닌 인사로도 평가되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이 후보자의 발탁은 정책 실행력을 중시한 실무형 인사로 해석되기도 했다. 여성 과학기술인 출신이라는 점, 지역 거점국립대에서 총장을 역임한 경험 등은 교육부 장관직에 요구되는 전문성과 대표성이라는 측면에서 일정 부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를 단숨에 무너뜨릴 중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다수의 ‘표절’ 의혹이다. 단순한 논란이 아니라, 교육부 장관이라는 자리에 대해 근본적인 자격을 되묻게 만드는 사안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그 어떤 정치적 입장이나 정책적 방향보다 훨씬 심각한 차원의 ‘윤리적 결격 사유’다.
이력과 상징성, 정책 이해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진숙 후보자는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했으며, 2020년 충남대 총장으로 선출되며 지역 거점국립대 사상 첫 여성 총장이 되었다. 공대 출신 여성 리더라는 희소성과 함께, 지역 국립대 현실에 대한 이해를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대선 당시에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 추진위원장을 맡아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주장했고, 서울대 수준의 지역 대학을 육성해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를 해소하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서울대 10개’라는 표현에서부터 엿보이듯, 정책의 상징성은 뚜렷하되 실행의 논리와 철학은 불분명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이 후보자가 충남대 총장 시절 글로컬대학 사업 유치를 위해 인근 한밭대와의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교수 및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사례는, 소통의 리더십 부재를 드러낸 사례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처럼 정책적 행보와 관련해서는 입장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논문 표절 의혹만큼은 그 어떤 정치적 해석도 불가능한 문제다. 그 자체로 교육수장 자격 여부를 가를 기준이기 때문이다.
제자 논문을 요약해 발표하고, 본인을 1저자로 올린 교수
문제가 된 것은 이진숙 후보자가 충남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지도하던 대학원생들의 석·박사 논문을 요약하거나 상당 부분 그대로 사용해 학술지에 발표하면서, 본인을 1저자로 등록했다는 점이다. 학위 논문의 내용을 인용했다는 각주도 없었고, 정작 해당 논문을 쓴 학생은 공동저자 혹은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학계의 기본 원칙은 명확하다. 교수가 제자의 논문을 요약해 학술지에 투고할 경우, 논문 작성자인 석박사생이 1저자가 되어야 하고, 교수는 통상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린다. 또한 논문 하단에는 “이 논문은 ○○○의 석사(또는 박사) 학위논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는 주석이 달려야 한다. 이는 국내외 학술지에서 보편화된 윤리 규정이며, 이를 어길 경우 연구윤리 위반으로 간주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공대 교수는 “설령 교수가 아이디어나 실험 설계를 제공했다 해도, 실질적인 작성은 제자의 몫이기에 연구의 1차적 권리는 제자에게 있다”며 “지도 교수가 자신을 1저자로 올리는 것은 제자 연구를 본인의 업적으로 가로챈 것이며, 명백한 윤리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 문제는 단순히 ‘오해’나 ‘기억의 차이’로 치부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교육부 장관이라는 자리가 ‘교육과 연구의 기준’을 세우는 자리인 이상, 그 기준에 위배되는 인물이 장관이 된다는 것은 대한민국 교육의 윤리적 기반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다.

교육의 시작은 윤리이며, 신뢰에서 출발한다
오늘날 학문 공동체는 연구윤리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생의 리포트 하나에도 표절률 15% 이상이면 무효 처리되는 시대다. AI로 작성된 문장 하나에도 출처를 요구받는 시대에, 제자의 학위논문을 인용 없이 가져다 논문을 썼다는 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명백한 기준 위반이자, 교육자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저버린 것이다. 정치권이나 일부 지지자들이 “관행이었다”, “악의는 없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관행이라 해도 윤리적 정당성을 갖지 못하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특히나 ‘교육부 장관’이라는 자리는 관행을 따르는 자리가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바꾸는 자리다.
이진숙 후보자에게 쏟아지는 비판 중에는 반대 입장에 따라 시각이 엇갈릴 수 있는 이슈들도 있다. 하지만 논문 표절과 연구 윤리 위반은 단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될 수 있는 문제다. 그것은 단순한 흠결이나 사소한 과실이 아니다. 교육이라는 공적 책임을 지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자질, 바로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물음에 직결되는 문제다.
교육은 제도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이 서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누구보다 엄격한 윤리 기준을 스스로 지키는 인물이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교육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정책의 수사나 공약의 기세가 아니라,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외치며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방향을 설계하겠다는 이가, 정작 한 명의 제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용과 인정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이름으로 논문을 써왔다는 사실은 교육 현장에 보내는 가장 나쁜 메시지다. 정직하게 연구하고 성실하게 공부해도, 결국 권력 있는 자가 이름을 가져가는 사회. 그런 신호를 주는 장관 아래서 어떤 교육개혁이 가능하겠는가.
이 문제는 논쟁이 아니라 기준이다. 교육부 장관은 윤리 위반자에게 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 자리는 윤리로 증명한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