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전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Jurassic Park》는 관객에게 단순한 오락 그 이상이었다. CG 공룡이 처음 화면을 가로지를 때의 경악,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고, 공룡이라는 존재를 통해 바라본 생명윤리의 무게. 그러나 2025년 7월,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 《Jurassic World Rebirth》는 더 이상 그런 놀라움을 주지 못한다. 이제 공룡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프랜차이즈는 피로감 속에서 자신을 되살리려 애쓰는 중이다.
스칼렛 요한슨도 막지 못한 관성
《Rebirth》는 ‘도미니언’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기후 변화로 공룡은 적도 지대에만 제한적으로 생존하고, 인류는 그들을 다시는 보지 않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영화는 늘 그렇듯, 인간의 탐욕으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거대 제약회사 임원이자 악역인 마틴(루퍼트 프렌드)은 ‘콜로설’이라 불리는 최대 육해공 공룡 세 마리의 DNA를 통해 심장병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며 이들을 포획하려 한다.

이 위험천만한 임무를 맡게 되는 건 용병 조라(스칼렛 요한슨), 그의 동료 던컨(마허샬라 알리), 그리고 공룡 덕후 고생물학자 헨리(조나단 베일리)다. 세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꽤 괜찮은 편이지만, 설정의 무리함과 과잉된 SF 장르 요소, 억지스러운 어린이 가족 에피소드가 몰입을 방해한다.
특히 과거 시리즈의 감정적 중심축이었던 공룡과 인간의 대면 장면이 《Rebirth》에선 익숙한 전투 시퀀스 이상으로 넘어서지 못한다. 정글 속 거대 공룡, 실험의 부산물로 등장한 ‘디스토투스 렉스’는 과거의 T-Rex나 인도미누스 렉스처럼 압도적인 존재감을 주지 못한 채 초콜릿을 탐하는 희극적 캐릭터로 소비된다.
공룡은 여전하지만, 경이로움은 없다
전문가 평론에서도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점은 바로 “경이로움의 부재”다. 《The Conversation》의 영화학 교수 배리 랭퍼드는 “1993년의 그 첫 장면, 공룡을 처음 마주한 인물들과 관객의 탄성은 이제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영화 속 박물관 전시가 철거되고, 공룡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식었다는 설정 자체가 은근한 자기 반영이기도 하다.
《LaineyGossip》의 사라 평론가는 영화에 대해 다소 유쾌한 시선을 던진다. 그녀는 “이 영화는 공룡, 사탕, 그리고 멍청한 인간들이 잡아먹히는 것을 좋아하는 영화”라고 단언한다. 확실히 《Rebirth》는 이성을 기대하기엔 무리다. 하지만 적어도 그 나름의 재미는 있다. 마치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 공룡을 풀어놓은 듯한 황당한 전개는, 진지함을 내려놓고 보면 나름의 쾌감을 준다. 물론 설정의 타당성은 차치하더라도, 인간 캐릭터들이 사건을 자초하고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 반복되는 아이 구출 미션은 진부하다. 과거 《Jurassic Park》에서 유전공학의 윤리를 고민하던 지점은 이제 거의 희미해졌다.
그럼에도 박스오피스는 다시 살아났다.
개봉 첫 주말 북미에서 1억 4,700만 달러를 벌어들인 《Rebirth》는 상업적으로 성공적이다. 《F1》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했으며, 여름 시즌 흥행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는 공룡 프랜차이즈가 여전히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계속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 이 영화는 스칼렛 요한슨의 새 얼굴, 조나단 베일리와 마허샬라 알리의 의외의 조합 등 캐스팅 측면에서는 신선함이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시리즈의 반복적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한다. 고생물학자가 공룡에 감탄하는 장면조차 이전의 새뮤얼 닐, 로라 던의 감동적 순간을 복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Jurassic World Rebirth》는 화려하고 웅장하지만, 감동도 놀라움도 예전만 못한 공룡 영화다. 당신이 말했듯, 공룡이 더 이상 놀랍지 않다는 그 감정은 아주 정확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자체가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 “공룡은 이제 그만”이라는 관객의 피로감이 캐릭터의 대사로 흘러나오고, 프랜차이즈의 구조적 고갈이 시나리오 전개에 드러난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는 재미는 있어도, 아마 마지막 공룡 이야기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진짜 “다시 태어나야(Rebirth)”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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