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요약된 세계, 그 이면을 묻다
“QS 순위는 몇 위인가요?” “THE에서는 떨어졌지만 ARWU에선 올랐어요.”
이제 대학은 숫자로 대표된다. 각종 입시 설명회와 정책 보고서에서 대학의 위상을 논할 때, 세계대학랭킹은 빠질 수 없는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그 숫자는 과연 무엇을 반영하는가? 랭킹은 단순한 대학 서열표가 아니라, 각각의 철학과 알고리즘, 평가의 편향을 품은 ‘지적 장치’다.
이 기사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4대 글로벌 대학랭킹 – QS, THE, ARWU, CWUR – 을 비교 분석한다. 각 순위의 철학, 지표 구성, 데이터 방식, 그리고 순위에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적 이유까지 총체적으로 해부함으로써, 대학을 바라보는 다양한 ‘프레임’을 조명하고자 한다.
세계 4대 대학랭킹 개요 – 누가, 왜, 어떻게 대학을 평가하는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주요 대학랭킹은 네 가지다. QS(Quacquarelli Symonds), THE(Times Higher Education), ARWU(Academic Ranking of World Universities), 그리고 CWUR(Center for World University Rankings). 이들은 대학의 가치를 수치화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누가 만들었는가, 무엇을 측정하는가, 왜 만들었는가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과 철학을 가지고 발전해왔다.
QS: 명성과 국제화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브랜드 순위
QS는 2004년 《타임즈 고등교육》과의 공동 작업으로 시작해, 2010년 독립적인 평가체계로 발전했다. 이 랭킹은 대학의 ‘글로벌 평판’을 측정하는 데 중점을 두며, 설문조사를 통한 학문적 명성(30%), 고용주 평판(15%) 지표가 총점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여기에 연구 인용수(20%), 학생-교수 비율, 국제 학생/교수 비율, 최근 추가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지표까지 포함되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학’이라는 이상을 수치화한다.
QS의 철학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 대학”에 가깝다. 실제로 영어권 및 글로벌 캠퍼스를 운영하는 대학들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해외 유학생 유치 역량이나 고용 시장 내 인지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다. 그만큼 비영어권 대학이나 지역 거점 대학에는 불리할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THE: 다차원 균형모델을 지향하는 평가 중심 랭킹
THE는 영국의 고등교육 전문지 《Times Higher Education》이 주관하며, 2010년부터 독립적인 평가방식을 도입해 발표하고 있다. THE는 교육(Teaching), 연구(Research), 논문 인용(Impact), 국제 전망(International outlook), 산업 수입(Industry income)이라는 5가지 대범주 아래 세부 지표를 운용한다.
특징은 가중치가 고르게 분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교육’과 ‘연구’ 항목에 각각 30% 이상이 배분되며, 산업 연계성과 국제화도 일정 비중을 유지한다. 연구 영향력을 중시하면서도 산업협력 및 기술이전 등 실용성과 연계된 지표를 포함하는 점이 특징이며, 공학·의료·응용과학 등 산업친화형 분야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THE는 비교적 평판과 실적을 균형 있게 반영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전히 학문적 평판 지표가 절반 가까이 반영되고 있어, QS와 마찬가지로 이미지 중심 평가라는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ARWU: ‘연구 실적’에만 집중한 최초의 세계 대학랭킹
2003년 상하이 자오퉁대학의 고등교육연구원이 개발한 ARWU(상하이랭킹)는 세계 최초의 대학랭킹으로, 미국 연구중심대학의 우수성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ARWU는 노벨상 수상자 수, 자연과학/의학 분야 국제적 수상자 수, Nature 및 Science 논문 수, SCI 논문 수, 교수 1인당 연구 성과 등을 지표로 삼는다.
가장 큰 특징은 100%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지표만 사용한다는 점이다. 설문조사나 대학 자가 제출 자료가 전혀 없고, 노벨상/필즈상/ISI Highly Cited Researchers 등 공인된 성과 중심의 데이터만 반영한다. 따라서 대형 연구중심대학, 특히 미국의 상위 100개 대학이 독주하는 구조가 고착되었다.
ARWU는 그 자체로 ‘연구 중심 지표 랭킹’의 전형이며, 평가의 편향성을 최소화했다는 긍정적 평을 받지만, 반대로 교육, 고용, 사회기여 등 대학의 다면적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CWUR: 평판 없는 순위, 순수 성과만으로 본 대학
CWUR은 2012년 설립된 두바이 기반 민간 연구기관이 주관하며, 객관적인 퍼포먼스 지표에 기반한 평가를 표방한다.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대학에 평가자료를 요청하지 않는다. 둘째, 설문조사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셋째, 평가 대상이 2만 개 이상이며 상위 2,000개 대학만 발표한다.
지표는 7가지로 구성되며, 크게 교육 (25%): 졸업생 수상 실적, 고용성 (25%): 졸업생의 글로벌 기업 리더십, 교수 수준 (10%): 교수 수상 실적, 연구 (40%): 논문 수, 영향력, 인용, 연구 성과 네 분야로 나뉜다.
CWUR의 철학은 “성과를 보자. 명성은 필요 없다.”이다. 특히 한국 대학처럼 이미지보다 실제 성과가 중요한 국가에 중립적 지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교육정책이나 전략 수립에 실용적인 평가모델로 주목받는다.

세계 4대 대학랭킹 비교표
항목 | QS | THE | ARWU | CWUR |
---|---|---|---|---|
설립연도 | 2004 | 2010 | 2003 | 2012 |
운영기관 | QS (영국) | THE (영국) | 상하이랭킹 (중국) | CWUR (UAE) |
지표 수 | 9 | 13 | 6 | 7 |
평판조사 사용 | 있음 | 있음 | 없음 | 없음 |
대학 제출 데이터 | 사용 | 사용 | 사용 안함 | 사용 안함 |
정성/정량 비중 | 혼합 (정성 위주) | 혼합 (균형) | 100% 정량 | 100% 정량 |
핵심 지표 | 학문·고용 평판, 국제화, 지속가능성 | 교육, 연구, 인용, 국제성, 산업수익 | 노벨상, 논문 수, HCR | 졸업생·교수 수상, 논문, 인용 |
지표 가중치 중심 | 명성(45%) + 인용(20%) | 교육·연구(각 30%) | 연구 업적(100%) | 연구(40%), 교육(25%), 고용(25%) |
같은 대학, 다른 순위 – 지표가 바뀌면 순위도 바뀐다
세계의 유수 대학들은 여러 랭킹에서 서로 다른 위치를 점한다. 예를 들어, 하버드대학교는 대부분 1~3위지만, THE에선 스탠퍼드·옥스퍼드에 밀려 2위(2024)를 기록하기도 한다. 도쿄대학교는 ARWU에서 24위, QS에선 28위, THE에선 29위로 비교적 안정적인 고랭크지만 CWUR에서는 60위권이다.
이 차이는 단순히 평가기관의 ‘관심도’ 차이가 아니다. 무엇을 평가하느냐, 어떤 방식으로 수치를 다루느냐, 그 비중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예컨대 QS는 평판 지표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학’이 유리하다. 반면 CWUR은 졸업생의 성과나 교수의 수상 실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그동안 축적된 ‘성과 자산’이 많은 대학들이 유리하다.
대학과 국가의 랭킹 대응 – “어떤 순위에 투자할 것인가”
랭킹이 정책의 지표가 되고, 예산의 기준이 되며, 대학의 평판을 좌우하게 되면서, 대학과 국가도 전략적으로 랭킹에 대응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15년 ‘쌍일류 프로젝트(세계일류대학·일류학과)’를 본격화하며, QS와 THE 순위 상승을 위한 국제화 지표 개선, 논문 피인용수 확대, 국제 공동연구 활성화를 국가 차원에서 밀어붙였다. 그 결과, 2024년 THE 랭킹 Top 200에 중국 대학이 13개 포함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CWUR을 포함한 정량 평가 위주의 랭킹 상위 진입을 위해 대학법 개편과 글로벌 연구기관 투자 확대에 나섰고, 일본은 G30 프로젝트로 외국인 교수·학생 유치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의 경우, QS 순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국제화 지표 개선과 고용가능성 지표 대응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THE나 CWUR, ARWU의 핵심 지표인 교수 수상·졸업생 성과·연구 영향력 부문에서는 비교적 정체를 보이고 있다.
대학은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세계 대학랭킹은 대학의 성과를 수치화해 보여주는 강력한 ‘정보 도구’이지만, 동시에 특정한 시선으로 재구성된 ‘평가의 정치학’이기도 하다. 한 대학이 QS에서는 30위, CWUR에서는 130위일 수 있는 이유는 단지 평가기관의 차이가 아니라, 랭킹이 무엇을 가치 있다고 보는가, 어떤 데이터를 ‘성과’로 간주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대학과 정부, 그리고 수험생과 연구자는 단순히 높은 순위에 열광할 것이 아니라, 그 랭킹이 말하고 있는 ‘기준’을 정확히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결국 대학랭킹을 이해한다는 것은, 대학의 본질을 다시 묻는 일이다. ‘누가, 어떤 잣대로, 무엇을 평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때, 우리는 랭킹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사용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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