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 따라 강성 바뀌는 액체금속 소재 개발…웨어러블·이식형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기대
KAIST 연구진이 온도 변화에 따라 딱딱함과 말랑함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전자잉크를 개발해 차세대 스마트 기기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번 기술은 고정된 형태의 기존 전자기기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황에 따라 형상이 바뀌는 다목적 전자소자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 연구팀은 서울대학교 박성준 교수팀, KAIST 신소재공학과 스티브 박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새로운 전자잉크를 개발했다고 6월 4일 밝혔다. 이 전자잉크는 마이크로미터(μm) 단위의 초정밀 회로 인쇄가 가능할 뿐 아니라, 상온에서 인쇄 후 온도에 따라 부드러움과 단단함을 전환할 수 있는 ‘가변강성’ 특성을 갖췄다.
이 기술은 체온(약 29.8℃)에서 녹는 갈륨을 활용해 개발되었으며, 기존 갈륨 소재의 표면장력과 액체 상태에서의 불안정성 문제를 ‘산성도(pH) 제어 기반 화학 소결 기술’을 통해 극복했다. 중성 용매인 디메틸 설폭사이드(DMSO)에 친수성 고분자와 함께 갈륨 입자를 혼합해 안정적인 고점성 전자잉크를 제작하고, 인쇄 후 가열을 통해 산성 환경을 유도함으로써 입자 간 전기적·기계적 연결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1,465배 강성 조절…웨어러블에서 뇌 이식 기기까지
개발된 전자잉크는 머리카락 굵기의 절반 수준인 약 50μm로 회로를 정밀 인쇄할 수 있으며, 전기전도도는 2.27×10⁶ S/m에 달한다. 특히 강성 조절 비율은 무려 1,465배에 달해 플라스틱처럼 딱딱한 상태에서 고무처럼 말랑한 상태로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다.
또한 해당 잉크는 기존의 스크린 프린팅, 딥 코팅 등 다양한 인쇄 방식과 호환되어 고해상도 회로뿐 아니라 복잡한 3차원 전자기기 제작까지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사용 시에는 딱딱하고, 착용 시에는 피부에 부드럽게 밀착되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와 뇌 조직 내에서는 말랑해져 염증을 최소화하는 체온 반응형 뇌 삽입 프로브를 제작해 응용 가능성을 실증했다.

정재웅 교수는 “전자잉크의 산성도 조절이라는 독창적 방식으로 갈륨 기반 액체금속 프린팅의 난제를 해결하고, 상온에서도 초정밀 고해상도 회로 제작이 가능해진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다양한 환경에 맞춰 형태를 바꾸는 전자소자는 향후 의료, 로봇,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이시목 박사과정 연구원과 부산대학교 이건희 교수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5월 30일자로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견연구지원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 보스턴-코리아 공동연구 프로젝트, BK21 FOUR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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