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을 향한 전방위적 압박
2025년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고등교육, 특히 아이비리그를 중심으로 한 명문 사립대학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책의 성격은 다양하다. 반유대주의 대응을 명분으로 한 행정명령,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프로그램 해체, 학생 비자 관리 강화, 외국 자금 투명성 요구, 연방자금 동결과 회수, 세금 면제 자격 박탈 시사까지—그 수단은 집요하고 광범위하다.
그 중에서도 하버드와 콜럼비아, 펜실베이니아대학(UPenn)은 가장 집중적인 타겟이 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대학들은 법적 대응과 정책 수정, 내부 제도 재편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고등교육에 취하고 있는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정치적 함의와 학문적 자유, 제도적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연방정부, 하버드 SEVP 자격 박탈 시도
5월 23일, 미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학교에 대해 국제학생 관리 프로그램인 SEVP(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 인증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비자 소지자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정부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하버드는 즉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몇 시간 만에 하버드의 손을 들어주며 정부의 조치를 일시 중지시켰다.
하버드는 이 사안을 단순한 행정적 문제가 아닌, 표현의 자유와 대학 자율성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하버드 측은 소송장에서 “정부가 대학의 거버넌스, 커리큘럼, 교수진 및 학생의 이념을 통제하려는 시도”라며 정치적 보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콜럼비아대학, 반유대주의 대응 미흡으로 조사
같은 날, 보건복지부는 콜럼비아대학교가 2023년 10월 7일부터 현재까지 유대인 학생에 대한 괴롭힘을 묵인했고, 이에 대한 시정조치나 명확한 규제 없이 방치했다며 연방법 위반 판정을 내렸다. 대학 캠퍼스 내에 나치 문양이 그려진 사건, 무분별한 시위 허용 등 다양한 사안을 열거하며 콜럼비아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에 따라 콜럼비아는 4억 달러 규모의 연방자금 동결이라는 위기에 직면했으며, 대학 측은 항의보다 순응을 택했다. 시위 정책 강화, 유대인 학문 프로그램 확대, 관련 학과 재편 등 트럼프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일련의 개혁안을 수립 중이다.
‘시민권 사기(Civil Rights Fraud)’ 프레임의 도입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시민권 사기 방지 이니셔티브(Civil Rights Fraud Initiative)’를 출범시키며, 연방기금을 수령한 대학이 민권법을 위반할 경우 자금 회수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연방정부가 고등교육기관을 직접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서, 향후 더 많은 대학이 조사대상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DEI 정책과 관련된 불균형적 자금 운용, 인종 기반 장학금 제공, 저널 편집위원 선발에서의 차별 등은 모두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조치로 인해 하버드, 스탠퍼드, UC 계열 등 다수 대학이 실질적인 재정 손실과 명예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외국자금과 연구기금까지 정조준
하버드대학은 최근 연방정부로부터 외국 기부 및 계약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특히 외국 학생의 퇴학, 외국 출신 교수의 소속 및 활동 자료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외국 자금의 부정 수령과 국가 안보 위협 가능성에 대한 조사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NSF(미국과학재단)에서는 DEI 연계 연구기금 500건 이상이 일괄 취소됐고, 일부 연구소 및 프로그램은 영구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이로 인해 AI 관련 기술편향성 연구, 의료정보 격차 해소 프로젝트, 생태 보전 연구 등도 중단됐다.
DEI 전면 해체와 연방기금 연동
가장 논란이 되는 조치는 DEI 관련 프로그램의 전면 해체 명령이다. 대통령령에 따라 모든 연방자금 수령 고등교육기관은 DEI 항목에 해당하는 인력채용, 장학제도, 교육과정, 연구프로그램을 중단하거나 조정해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자금 회수 및 민사소송까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DEI센터 폐쇄, 인종 기반 장학금 재편, 관련 부서 명칭 변경 등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버드는 DEI센터를 ‘커뮤니티 및 캠퍼스 생활처’로 변경했고, 프린스턴과 펜실베이니아 대학은 관련 예산을 전면 삭감했다.
학생비자와 이민 규제 강화
2025년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특정 시위에 참여한 유학생들의 비자 취소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친팔레스타인 성향을 드러낸 학생들 중 수백 명이 비자 취소 대상이 되었으며, 일부는 즉시 추방되거나 재입국 금지를 통보받았다. 이는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국제사회와 인권단체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과 헌법적 권리 침해 논란
대학들은 이번 조치들을 단순한 행정 개입이 아닌,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제도 자율성 침해로 간주하고 있다. 하버드, 콜럼비아, 프린스턴은 연방정부의 조치에 대해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강력한 항의 성명을 발표하며 ‘대학의 독립성 수호’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연방기금 의존도가 높은 연구기관일수록 정부의 명령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각 대학의 대응은 복합적이다.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도 항소하거나, 전면적으로 저항하기보다는 타협점을 찾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련의 조치들은 고등교육의 역할과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되묻게 만든다.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21세기 고등교육의 핵심 가치가 정치적 보복의 대상이 되고, 학문 자유와 대학 자율성이 정부의 정책 도구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제 대학은 단지 교육기관이 아닌,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포용적 사회를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로서 존재 의미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법정에서의 싸움뿐 아니라, 교육 철학과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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