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 서사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정교한 엔진이 만난 순간
『F1: 더 무비(F1: The Movie)』는 단순한 레이싱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브래드 피트를 위한, 그리고 브래드 피트와 함께 나이들어온 관객들을 위한 헌사처럼 보인다. 60세를 넘긴 배우가 실제 F1 차량을 몰고 트랙을 질주하는 모습은 단지 액션이 아니라 생생한 존재 증명이자, “나는 아직 여기 있다”는 선언에 가깝다.
스크린X 포맷으로 펼쳐진 현장감 넘치는 레이스 장면은 시청각의 끝을 밀어붙이며 관객을 ‘사운드와 속도’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영화의 마지막, 예상 가능한 결말 —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베테랑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의 극적인 우승 — 은 억지스러움 없이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그건 승리보다 ‘복귀’에 관한 이야기였고, 노장이 다시 스스로를 증명하는 장면은 우리 모두의 삶을 대입하게 만든다.
예측 가능하지만 감정적인 여정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는 한때 F1 세계를 주름잡았던 전설적인 드라이버였다. 하지만 1990년대에 발생한 치명적인 사고 이후 그는 트랙을 떠나 외진 트레일러에서 은둔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과거의 동료이자 현 APXGP 팀의 감독인 루벤 세르반테스(하비에르 바르뎀)가 손을 내민다. 만년 하위권인 팀을 살리기 위해, 그는 소니를 현역으로 복귀시키기로 결심한다.
소니는 팀의 신예 드라이버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와 팀을 이루게 되지만, 처음부터 둘의 관계는 순탄치 않다. 경험과 본능으로 움직이는 소니, 데이터와 전략을 중시하는 젊은 피어스는 서로의 방식에 끊임없이 충돌한다. 하지만 APXGP의 기술 이사 케이트 맥케나(케리 콘돈)의 중재와 연대를 통해 둘은 점차 상호 존중을 배우고, 새로운 팀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이 영화의 핵심은 마지막 경기인 몬자에서 펼쳐진 운명의 레이스다. 소니는 압도적인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직감을 믿고 레이스를 이끌어간다. 예상대로 우승이라는 결말에 도달하지만, 그 과정은 억지스럽지 않고, 오히려 삶을 향한 노장의 뜨거운 집념과 다시 달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만든다.
박스오피스를 질주한 애플의 첫 여름 흥행작
『F1: 더 무비』는 단지 비평적으로만 성공한 것이 아니다. Apple Original Films의 첫 여름 시즌 블록버스터로서, 개봉 직후 전 세계에서 2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화제를 모았다. 이는 기존의 애플 제작 영화들을 압도하는 수치로, 특히 리들리 스콧의 『나폴레옹』을 제치고 애플 역사상 최고 수익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애플은 이번 영화에서 전례 없는 상업적 전략을 펼쳤다. 실제 F1 경기장 내 촬영, Apple Pay 티켓 프로모션, iPhone의 초고속 촬영 기술을 활용한 현장감 있는 레이스 장면 등, 콘텐츠와 브랜드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례 없는 사례였다.
이 영화는 실제 F1 그랑프리 현장에서 촬영되었으며, 현실의 드라이버들과 미디어 환경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Netflix의 『Drive to Survive』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연출은 팬들에게 친숙하고, 실제 인물들이 영화 속 카메오로 등장하며 몰입감을 더한다.
특히 레이스 전략, 차량 업그레이드, 피트크루와 엔지니어의 협업 장면 등은 F1이라는 종목의 본질 — 단순한 드라이버의 재능이 아닌 수백 명의 팀워크 — 을 정직하게 그려낸다. 『포브스』는 이 작품이 비록 드라마적 과장이 있지만, 현실의 레이싱 세계를 예외적으로 잘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몬자에서의 충격적인 사고 장면, 억지스러운 억만장자 악역 설정, 불필요한 로맨스 등은 F1 팬들 사이에서 ‘할리우드적 클리셰’로 받아들여지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브래드 피트라는 서사 자체
영화의 중심에는 누가 뭐래도 브래드 피트가 있다. 그는 더 이상 청춘의 얼굴을 가진 ‘미남 스타’는 아니지만, 여전히 강인하고 세련되며, 무엇보다 존재 자체로 극을 이끌어간다. 이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인생의 무게를 연기로 소화한 배우의 자기서사처럼 느껴진다.
그를 보며 관객은 자연스레 ‘함께 나이들어가는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소니 헤이스의 트랙 복귀는 단지 한 인물의 귀환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생의 후반전을 향한 응원이기도 하다. 브래드 피트는 그 과정을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이끌어낸다. 이 영화는 스크린X 형식으로 상영될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양쪽 벽면까지 확장되는 화면은 트랙의 속도감과 압박감을 극대화하고, 관객을 거의 드라이버의 헬멧 속에 앉힌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특히 코너링 장면이나 피트 인-아웃 시퀀스는 스크린X를 통해 시각적 체험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영화는 이미 2026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시네마토그래피, 편집, 사운드, 음악(한스 짐머), 시각효과는 물론, 브래드 피트의 남우주연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F1: 더 무비』는 매끈하고 빠른 영화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관객에게 속도보다 느린 감정, 기술보다 진한 서사, 그리고 스타의 인간적인 진심을 건넸다는 점이다. 스크린X로 확장된 시야 속에서, 우리는 단지 자동차가 아니라 시간, 세월, 우정, 회복을 함께 목격했다. 예상된 결말이 감동적인 이유는, 우리가 그 예측 속에서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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