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의 권력지형, 대륙 단위로 재편된다
2026 QS 세계대학랭킹은 총 106개국, 1,500개 이상 대학의 성과를 반영하고 있지만, 개별 대학을 넘어서 지역(대륙)별 흐름을 분석하면 더 큰 변화의 흐름이 보인다. 고등교육은 이제 단일 대학의 경쟁을 넘어 대륙별 블록 간의 집단 전략, 정책적 선택, 문화적 기반에 따라 성과가 갈리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번 회차에서는 아시아, 유럽, 미주, 오세아니아, 중동, 아프리카 등 6대 대륙권의 성적표를 비교하며, 고등교육의 글로벌 지형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아시아 – ‘양적 팽창’에서 ‘질적 확장’으로
2026년 랭킹에서 아시아는 총 565개 대학이 순위에 포함되며, 유럽(487개), 미주(358개), 아프리카(47개), 오세아니아(44개)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순위 진입 대학을 배출한 지역이 되었다. 신규 진입 대학 수도 아시아가 84개로 가장 많았다. 이는 단순한 양적 팽창이 아니라, 고등교육 투자와 국제화 전략이 본격적인 성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인도는 48%의 대학이 순위 상승을 기록했고, IIT 델리는 123위로 올라서며 인도 내 최고 순위를 달성했다. 인도는 국제 공동연구, 고용가능성 지표에서 비약적인 점수 상승을 기록하고 있으며, QS는 이를 “세계 고등교육 지도의 재편 신호”라고 평가했다.

중국 역시 45%가 상승했고, 베이징대는 14위를 유지하며 아시아 최고 순위를 지켰다. 하지만 국제학생비율, 고용가능성, 글로벌 다양성 지표에서는 여전히 낮은 점수를 받아 전체 순위 상승에 한계를 보였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국제화 지표에서 압도적인 강세를 유지하며 아시아 내 질적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일본은 심각한 하락세를 보였다. 전체 대학의 64%가 순위가 하락했고, 인용수·고용주 평판·국제화 지표에서 모두 뒷걸음질쳤다. “정체된 국제화, 줄어드는 영향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며, 일본 고등교육의 구조적 개혁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유럽 – 관성의 힘과 위기의 전조
유럽은 여전히 상위권 대학 밀집 지역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총 487개 대학이 랭킹에 포함되었으며, 그 중 30개 이상이 세계 Top 100에 포함될 정도로 질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세부 지표를 뜯어보면, ‘정체 혹은 하락’이라는 키워드가 유럽을 감싸고 있다.
특히 영국은 이번 랭킹에서 가장 많은 순위 하락 대학을 기록했다. 총 90개 대학 중 54개가 순위가 하락했고, 상승한 대학은 24개에 불과하다. 브렉시트 이후 연구 협력 네트워크 약화, 유학생 비자 정책의 경직성, 고등교육 예산 삭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임페리얼 등 Top 10 내 대학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지만, 중위권 대학들의 낙폭이 크다.
프랑스 역시 국제화 지표에서 부진을 보였고, 88%의 대학이 ‘Citations per Faculty’ 지표에서 순위가 하락했다. 반면 독일은 오랜만에 상승세를 보이며, 뮌헨공대(TUM)가 22위로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독일은 Sustainability와 고용가능성 지표에서 점수를 끌어올렸으며, QS는 “유럽 내 유일하게 전략적 전환에 성공한 시스템”으로 평가했다.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등은 여전히 국제화와 고용가능성 부문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있으나, 재정 위기와 내국인 선호 정책으로 인해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감소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미주 – 미국의 균열, 캐나다의 불안정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학(192개)을 랭킹에 포함시킨 국가이며, Top 100 중 26개를 차지해 양적·질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MIT, 스탠퍼드, 하버드 등은 여전히 다수 지표에서 만점을 기록하며 전통 강자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QS는 “미국 대학 시스템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화 지표 하락, 학령인구 감소, 연구비 축소, 등록률 감소, 주정부의 교육예산 삭감 등 복합적인 위기 요인이 존재한다. 특히 중위권 대학들의 순위 하락이 두드러지며, NYU, 예시바대, 테네시대 등은 500위권 밖으로 밀려나거나 탈락했다.
캐나다는 맥길대가 토론토대를 제치고 다시 1위를 차지했지만, 전체 대학의 55%가 순위가 하락하면서 불안정한 해를 보냈다. 고용가능성 지표는 여전히 강세이나, 연구 인프라 및 국제화 유지 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어들면서 대학 시스템 전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 – 전략적 투자로 존재감을 키우다
2026년 랭킹에서 가장 큰 ‘깜짝 상승’ 지역은 중동이었다. 총 107개 대학이 랭킹에 포함되었고, 이 중 42%가 순위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King Fahd University of Petroleum & Minerals는 67위로 올라서며 중동 최초의 Top 100 진입 대학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 전략과 일치한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UAE도 칼리파대학교(177위), 아부다비대(391위), 샤르자대(328위) 등 다수 대학이 대폭 순위 상승을 이뤘으며, 국제화 지표와 IRN(국제공동연구) 점수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QS는 “중동은 고등교육을 국가 성장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으며, 대학의 글로벌 브랜드화에 성공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아프리카 – 남아공 독주 속 희비 교차
아프리카는 총 19개 대학이 랭킹에 포함되었으며, 여전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대륙 내 최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다. 케이프타운대는 21계단 상승하며 150위에 올랐고, 요하네스버그대와 콰줄루나탈대도 각각 308위, 558위로 상승했다. 이들 대학은 Citations per Faculty와 IRN 지표에서 큰 폭의 향상을 보였으며, 특히 IRN에서는 아프리카 평균을 3배 이상 상회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등 다른 국가들은 대부분 하락했거나 순위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QS는 “아프리카 고등교육은 연구 영향력과 고용가능성에서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으며,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한 지속적인 국제 협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세아니아 – 정체된 강자, 호주와 뉴질랜드의 엇갈린 행보
호주는 36개 대학 중 25개가 순위가 하락하는 고전의 해를 보냈다. 국제교육 정책의 변화, 학비 문제, 연구재정 감소, 그리고 정권 교체에 따른 교육개혁 이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QS는 “호주는 여전히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강력한 고등교육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위상은 유지보다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드니대(25위)와 UNSW(20위) 등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애들레이드대는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와의 통합을 통해 신생 명문대학으로 82위에 진입했다.
뉴질랜드는 전체 8개 대학 중 절반이 상승했으며, 오타고대가 197위로 다시 Top 200에 진입했다. QS는 뉴질랜드의 전략에 대해 “소수 정예, 지역 균형, 국제화 친화성이라는 점에서 학습 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2026 QS 세계대학랭킹은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세계 고등교육의 구조적 이동을 보여주는 ‘지표화된 권력지도’라 할 수 있다. 아시아는 빠르게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유럽과 북미는 그 전통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정책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 중동은 ‘고등교육을 국력화’하고 있고,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는 각기 다른 속도의 전환점에 서 있다.
고등교육은 이제 글로벌 생태계 속에서 움직이며, 한 국가의 경쟁력이 아닌 지역 전체의 전략과 정책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이 변화는 단기 순위를 넘어서, 향후 10년 글로벌 인재 네트워크의 흐름, 지식 경제의 중심지 이동, 그리고 지식외교의 방식 자체를 바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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