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의 “Trends Shaping Education 2025” 보고서가 제시하는 고등교육과 평생학습의 전환 방향
기후위기, 인공지능(AI), 팬데믹 이후의 사회는 인간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러한 전환의 중심에서 교육, 특히 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은 그 역할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OECD가 2025년을 겨냥해 발표한 “Trends Shaping Education 2025” 보고서는 이러한 격변 속에서 고등교육이 감당해야 할 지속가능성과 인간 존엄성 중심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AI 시대, 교육의 방향은 어디로?
OECD 교육기술국장 안드레아스 슐라이허는 해당 보고서에서 “기후위기는 팬데믹보다 훨씬 더 우리의 삶을 흔들 것”이며, “AI는 교육의 근간을 다시 묻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신기술이 학습방식과 교육체계를 급격하게 바꾸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학도 전통적 강의 중심의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슐라이허는 미래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지속적인 배움과 재학습(unlearn & relearn)’을 제시하며, 단편적 지식 습득이 아닌 비판적 사고, 창의적 문제해결, 공동체성과 감정적 회복탄력성을 강조한다.
평생학습과 기술 변화의 접점
보고서는 미래 고등교육이 평생학습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기술혁신과 연계된 교육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단지 청년 세대의 교육만이 아닌, 성인 학습자, 고령자, 노동 전환기 대상자 등 다양한 인구집단을 위한 맞춤형 교육 전략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핀란드 교육문화부 아니타 레히코이넨 사무총장은 “AI가 모든 사회계층을 동일하게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며, 교육의 공정성과 포용성에 대한 기술의 영향력을 경계했다.
기후위기 시대, 교육의 역할은 무엇인가?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과학자들의 담론에 그치지 않는다. OECD는 교육이 환경문해력(environmental literacy)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소비, 에너지 효율, 녹색 일자리로의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인해 교육기관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인프라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교육의 질과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전략으로 제시된다.

노동시장의 변화와 교육의 재구성
OECD는 보고서에서 “클린에너지 분야의 고용이 이미 갈색에너지 분야를 앞섰다”고 밝히며, 탄소중립 전환이 노동시장 구조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대학은 전통적인 전공 틀에 머무르지 않고, 기후, 데이터, 에너지, 커뮤니티 리더십 등 융합적이고 실천적인 역량 중심 커리큘럼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OECD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일자리 중 14%는 ‘지속가능성 기반의 신직업군’이며, 이들은 대부분 고숙련 매니저, 전문가, 기술자 직군에 해당한다. 이는 대학이 직업훈련을 넘어 사회혁신가를 양성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인간 존엄성과 공동체 회복의 중심으로
“우리 사회는 이제 답을 내는 사람이 아닌, 옳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보상한다.” 슐라이허의 이 발언은 교육의 목적이 단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공동체를 위한 구조적 전환을 주도하는 역량에 있음을 강조한다. 보고서는 이를 ‘인간의 번영(human flourishing)’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한다. 단지 경제 생산성을 위한 인간이 아닌, 공동체와 자연의 공존을 추구하는 인간상이 대학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성, 정보 해독력, 그리고 민주주의
AI 시대에는 정보의 양보다 질,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따라서 교육은 정치적 양극화, 허위정보, SNS 기반의 비판불가능 문화에 맞서 비판적 시민성과 정보 판별력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제지속가능교육협회 회장 데브라 로우는 “학생들이 과제 수행을 통해 사회문제의 복잡성과 지역사회의 공동대응 전략을 체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교육이 구조적 변화(system change)의 실천적 훈련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융합형 고등교육: 제도, 커리큘럼, 파트너십의 혁신
OECD는 제도적 차원에서도 고등교육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규 교육뿐 아니라 비형식(non-formal), 무형식(informal) 교육까지도 지속가능성 문해력과 전환적 리더십을 키우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다양한 사회적 파트너와의 협업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교육부의 쳔 웨이 송 차관은 “AI가 수업계획을 짜고 개별화 학습을 지원하는 시대”에서 대학은 학습의 질을 보호하고 기술의 역효과를 방지하는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인간과 지구를 위한 번영’을 이끌어야 한다
보고서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인간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지구도 함께 번영해야 한다.” 이는 지속가능성 교육이 단지 기후 수업이 아니라, 모든 학문 영역에 걸쳐 사회적, 정서적, 정치적 감수성을 포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대학은 지식 생산의 요새가 아닌,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실험하는 생태계가 되어야 한다. 이는 강의실을 넘어서, 캠퍼스 운영, 지역사회 참여, 정책 제안, 글로벌 연대까지를 포함하는 전방위적 교육 혁신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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