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로 입시지옥을 풀 수 있을까
김종영 교수는 이 지점에서 해답을 찾는다. “입시 경쟁이 심한 이유는 명문대 입학 기회의 총량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전국 수험생 50만 중 상위 3% 이내인 1만 5천여 명만 SKY를 갈 수 있고, 그 외 대학들은 사실상 학벌 시장에서 소외돼 있다.”
현재 대입 구조는 서울 중심 구조, SKY 3강 체제, 중상위권 수도권 대학군이라는 삼각 구조로 굳어져 있다. 대학 입시는 상대평가 체계를 기본으로 하며, 교육과정 정상화보다 입시 전략이 우선시되는 풍토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고등학생들은 수능과 내신이라는 이중구조 속에서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학부모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연평균 고3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548만 원에 달했다.
특히 대입을 둘러싼 학벌주의는 사회적 기회 구조를 왜곡시키고 있다. 대졸 취업자 중 상위 20개 대학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높아진다. 5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채용자의 약 50%가 서울 주요 대학 출신으로 확인된다. 이같은 구조는 ‘어차피 SKY 아니면 지방대는 의미 없다’는 인식을 고착시키고 있다. 이는 지방대 지원 기피, 서울 대학 정원 확대 요구, 수도권 집중 가속화라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일본 역시 도쿄대 외에 교토대, 오사카대, 도호쿠대, 규슈대, 홋카이도대 등 국립대가 각 지역에 포진해 있으며, 정부가 이들을 연구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는 지역별로 우수 인재가 이동하지 않고도 고등교육과 연구, 산업 연계를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미국은 UC 체제 외에도 텍사스 오스틴대, 미시간대, 위스콘신 매디슨 등 주별 대표 공립대학이 명문으로 성장했으며, 이들이 인재 유입, 기술 창출, 지역 기업과의 연계를 동시에 담당한다. 김 교수는 “서울대 10개 정책은 전국 수험생 중 상위 20~30%를 수용할 수 있는 교육 고속도로를 새로 까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교육부는 서울대 10개 정책과 연동해 절대평가제 도입, 5등급 구간 일치화, 수능 난이도 완화, 고교학점제 확대 등 다양한 입시 완화 정책을 검토 중이다. 특히 거점국립대가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선발권을 강화하고, 학점 교류제나 공동학위제 확대도 포함되어 있다. 또, ‘지역대 우선선발제’, ‘지역인재할당제’ 확대 등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선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라는 브랜드를 단순히 지역으로 분산한다고 해서 학생과 학부모가 쉽게 수도권 대학을 포기하겠느냐는 것이다. 대입 구조와 사회문화적 인식의 병행 변화가 없으면, 또 다른 ‘서울대 서열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사교육은 입시 난이도와도 연결돼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불확실성’에 기생한다. 대학이 많아져도 상위권 대학이 여전히 제한되어 있고, 그 대학에 대한 선호가 집중된 상태라면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시민단체는 “대학 서열 자체를 해소하지 않는 이상 사교육 수요는 줄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10개가 진정한 사교육 축소의 기제가 되기 위해서는, 학벌 구조의 해체와 병행해 공교육의 신뢰 회복, 고교교육의 다양성과 질적 보완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 고교-대학 연계 심화과정(UPP), 지역 기반 대학 입시 시스템 등 제도와 문화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서울 주요 대학 진학 후 10년 내 수도권에 남는 비율은 85%에 달하며, 이는 지방 인재 유출과 지역 인구 감소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된다. 교육계는 ‘서울대 10개’ 정책이 교육과 지역경제를 동시 강화할 수 있는 이중 정책이라면, 입시 경쟁 완화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대 10개가 단지 ‘간판 나누기’가 아니라 ‘기회의 총량을 늘리는 설계’라는 점에서, 이 정책의 정치적 실현 의지와 사회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서울대가 하나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어디서든 서울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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