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 고등교육 지형 변화: 탈미, 지역중심 전략, 그리고 대체 목적지의 부상
2025년, 미국 고등교육은 외국 유학생 유치 경쟁에서 예상치 못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갈등이 심화되며, 미국은 아시아 최대 유학생 공급국인 중국으로부터의 신뢰를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 기술제재, 무역관세, 비자제한, 교육법 제정 등 복합적 요인들이 누적되면서, 중국의 교육계는 미국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연구 전략을 본격적으로 구상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을 향한 유학생 흐름은 빠르게 유턴하거나 제3국으로 분산되고 있다. 본 기사는 두 개의 주요 보도를 바탕으로, 고등교육의 글로벌 권력 이동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조망한다.
미중 고등교육 탈동조화: 신뢰 붕괴의 시대
중국의 교육 에이전시를 총괄하는 ‘북경유학서비스협회(BOSSA)’는 최근 공식 포럼을 통해 회원사에 “미국을 피하고 제3국으로 유도할 것”을 권고했다. 2025년 현재 미국에서 학업을 고려 중인 학생 비율은 19%에 불과하며, 영국(49%)과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에 비해 뒤처지는 상황이다. 이는 2020년대 초중반까지도 미국이 ‘명문대학의 본산’으로 자리 잡았던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정책적 대응이다. 2025년 4월 미국 오하이오주가 통과시킨 교육법은 중국과의 교육교류를 제한하고, 미 연방 하원이 가결한 법안은 중국과 협력하는 대학에 대한 국토안보부 자금지원을 중단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중국 교육부는 미국 유학에 대한 ‘주의 경보’를 발령하며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위험성을 재차 환기시켰다. 이는 중국 정부 차원의 ‘미국 유학 탈중심화’ 전략이 단계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은 단기적인 안전 우려뿐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BOSSA 회장 상밍저(Sang Mingze)는 “지속되는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 유학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리스크가 크다”며 “동남아, 중동, 유럽 내 대체 교육시장에 대한 전략적 분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략적 전환: 미국 중심의 고등교육에서 지역 기반으로
중국은 외부의 압박에 대응하는 동시에, 자국의 고등교육 체계 자체를 ‘전략 산업 맞춤형’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2025년 5월, 중국 교육부는 ‘국가 전략적 학과’ 지정 및 신속 승인제도를 발표하며, 인공지능, 반도체, 해양과학, 저고도 항공기술 등과 함께 ‘지역국가연구’ 전공을 새롭게 배치했다. 이 제도 하에서 1,819개 신규 전공이 승인되고 1,428개 전공은 폐지되었으며, 2,220개 전공은 향후 신입생 모집이 금지되었다.
‘지역국가연구’는 외국어와 국제관계, 지역경제, 정치, 군사 등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융합형 전공으로, 기존의 외국어 중심 교육과는 차별화된다. 북경외국어대(BFSU) 등 주요 대학은 이러한 전공을 통해 동남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차세대 글로벌 전략 인재를 양성하려 한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RCEP 참여,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 등과도 맞물린다.
또한, 중국 교육부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필수 소양으로 포함시켜 신설 학과 커리큘럼 전반에 인공지능 기초,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사고 등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적응을 넘어, 글로벌 시장과 협상할 수 있는 디지털 주권 확보 전략이기도 하다.
유학시장 재편: ‘대체 목적지’로의 이동
중국 내 유학 시장은 미국 중심에서 급속히 분산되고 있다. BOSSA는 “동남아시아, 중동, 일대일로 파트너 국가 중심의 유학 권장 정책”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으며, 실질적인 수치 변화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말레이시아는 중국 유학생에게 33,216건의 신규 비자를 발급해 전년 대비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유학시장 내에서 단일 국가로서는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싱가포르는 치안, 학비 수준, 영어 사용 환경, 취업 연계 가능성 등에서 미국을 제치고 중국 학생 선호도 2위에 올랐다. 심지어 QS International Student Survey 2024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의 49%가 영국을 가장 선호하는 국가로 꼽았고, 미국은 19%로 4위에 그쳤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입학지원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교육부 산하 유학생 환류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에서 귀국한 졸업생 비율은 2020년 25.62%에서 2023년 18.73%로 감소한 반면, 아시아 지역에서 귀국한 비율은 21.61%에서 31.35%로 급증했다. 이는 아시아권 유학이 ‘비용 효율’뿐 아니라, 사회적 재정착에도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중 전략: 조인트 프로그램과 기술독립형 전공 확대
한편, 미국과의 모든 협력 구조가 해체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조인트 캠퍼스는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으며, 듀크-쿤산대학(DKU), NYU 상하이 등은 여전히 학생 유치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BOSSA는 조인트 프로그램의 품질과 관리 수준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하며, 중국 내 학부모들이 점점 더 ‘정보 불균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조인트 프로그램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국 내 기술독립을 위한 교육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반도체, 드론, 저궤도 기술 등 핵심 분야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전공이 전국 단위로 확대되고 있으며, 푸단대, 난징우전대, 중경우전대 등은 반도체 전공 개설과 동시에 연구·산업 연계형 커리큘럼을 신설했다.
특히, 푸단대의 2차원 반도체 기반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은 단순한 연구성과를 넘어서, 향후 고등교육-기술산업 연계 전략의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인한 반도체 공급망 위기를 자체 기술로 극복하려는 국가 전략의 일환이다.

고등교육, 국제 정치의 최전선으로
이와 같은 변화는 단순히 유학생 수의 증감이나 학과 구조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제 고등교육은 기술패권, 경제외교, 교육주권의 전면에 위치한 ‘국가전략의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미국은 국익 중심의 유학생 정책으로 점차 폐쇄성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은 교육과 외교를 통합적으로 설계하며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고등교육은 더 이상 국경 없는 학문 공동체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학은 정치적 안정성, 외교적 신뢰, 산업 연계성 등 다층적 평가를 받고 있으며, 유학생 유치 역시 국가 간 관계의 온도계가 되었다. 특히 미중 갈등은 단순한 양자 간 문제를 넘어, 글로벌 고등교육 체계 전체에 불확실성과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고등교육의 재정의, 그리고 국제협력의 기로
2025년 현재, 고등교육은 국제질서 속 ‘중립지대’가 아니라 ‘전략영역’이 되었다. 학생의 이동은 국가 간 신뢰의 흐름이고, 학과의 신설은 미래 경제의 향방이며, 대학의 파트너십은 지정학적 균형의 수단이다. 미국이 자국 중심주의로 이동할수록, 중국은 구조개편과 다각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고등교육의 본질을 흔드는 동시에, 새로운 교육 패권을 예고한다.
이제 고등교육의 핵심 질문은 ‘어디서 공부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와 협력할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그 답은 단순한 순위나 전통에 있지 않다. 국가의 전략, 사회의 철학, 교육의 방향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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