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미래는 데이터 위기와 지구 생태계의 경고 앞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2025 AI 지수 보고서』는 AI가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기술이 된 오늘, 그것을 지탱하는 기반 구조에 대해 성찰할 시점이 도래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우리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왔지만, 이제는 그것이 무엇을 먹고 자라며, 어떤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이 회차에서는 AI 시대의 교육, 데이터 생태계, 환경 지속가능성 문제를 중심으로, 기술 발전의 ‘하부구조’를 분석한다.
AI 시대의 교육 – 준비된 교사와 준비되지 않은 시스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2/3 이상의 국가가 K-12 컴퓨터 과학 교육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계획 중이다. 이는 초중등 단계에서부터 AI와 관련된 기술과 윤리를 가르치는 흐름이 세계적 추세임을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81%의 교사가 AI 교육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으며, 60% 이상은 “AI가 교육 환경을 바꿀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실제로는 교사 절반 이상이 AI와 관련된 교육을 어떻게 설계하고 전달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교과과정 편성, 교육 콘텐츠 부족, 예산 및 정책 미비 등이 현장 도입을 가로막고 있다. 또한 다수의 국가에서는 여전히 기초적인 디지털 인프라조차 갖춰지지 않아, 교육 격차가 디지털 격차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과 평생교육 – AI 리터러시의 새로운 기준
보고서는 고등교육기관이 AI 리터러시(AI literacy)를 체계화하는 데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미국과 유럽 일부 대학에서는 ‘생성형 AI 사용법’, ‘AI 윤리와 사회적 영향’, ‘알고리즘적 사고’ 등을 전공·비전공자를 아우르는 교양교육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전통적인 이공계 중심 교육을 넘어, 인문사회학적 맥락에서의 AI 이해로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베를린자유대는 철학과 수업에서 “AI와 윤리적 판단”을 다루며, 일본의 와세다대는 “AI가 미디어 리터러시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분석하는 등 통합형 커리큘럼이 도입되고 있다.
평생교육 영역에서는 AI를 중심으로 한 전직 프로그램, 실무 맞춤형 단기 과정, 원격 학습 모델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의 최전선에 선 중장년층 및 경력단절 여성들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교육 시스템이 향후 디지털 시민성과 민주적 의사결정 역량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학습 데이터의 종말 – 2026~2032년, 고갈 경고
오늘날의 생성형 AI는 대규모 인터넷 기반 학습 데이터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데이터가 소비된다면, 2026년에서 2032년 사이 웹 기반 공개 학습 데이터가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현재 AI 학습 방식이 구조적 한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며, 향후 AI 성능 발전이 정체되거나 편향된 방향으로 왜곡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세 가지가 주목된다. 첫째,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를 활용한 훈련 방식이다. 이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를 AI가 자체 생성해 학습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 보호와 편향 제어에서 이점이 있다. 둘째, 시뮬레이션 기반 학습이다. 이는 AI가 가상 환경에서 다양한 상황을 실험하면서 현실 세계의 조건을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셋째, 멀티모달 학습이다. 이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 행동 데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입력을 통합해 보다 복합적이고 인간 친화적인 AI 모델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안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합성 데이터의 경우 현실 반영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시뮬레이션은 설정된 매개변수에 따라 결과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보고서는 데이터 고갈 문제를 단지 양적 문제로 보지 않고, 질적 데이터 확보와 글로벌 데이터 공유 구조 개편이라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지속가능한 AI는 가능한가 – 탄소배출과 에너지 사용의 두 얼굴
AI의 확산은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GPT-4 모델 훈련에 사용된 전력량은 약 5,184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으며, Meta의 Llama 3.1 훈련에는 무려 8,930톤의 배출량이 기록됐다. 이는 평균 자동차 2천여 대가 1년간 배출하는 수준에 해당한다.
특히 대형 언어모델을 훈련하기 위한 연산 처리 과정은 수천 대의 GPU와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냉각 에너지와 서버 운용 비용이 발생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탄소 발자국’이 AI 기술 낙관론 뒤에 숨겨진 그림자임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AI는 또 다른 한편으로 환경 문제 해결의 도구로도 활용된다. 기후 변화 시뮬레이션, 에너지 수요 예측, 재난 조기 감지, 탄소 거래 자동화 등에서 AI는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보고서는 “AI는 환경 파괴의 가해자이자, 생태계 복원의 조력자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지속가능한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조건으로는, 탄소 중립 서버 인프라 확대, 에너지 효율 최적화 알고리즘 설계, 친환경 반도체 개발, 정부 차원의 그린 AI 인증제 도입 등이 제안된다. 현재 일부 클라우드 기업은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하며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기술의 속도에 맞추지 못한 사회 – 미래를 위한 새로운 리터러시
궁극적으로 AI 시대의 교육, 데이터, 환경 문제는 ‘기술의 속도’와 ‘사회적 준비’ 간의 불균형을 드러낸다. 기술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진화하고 있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감당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은 여전히 더디다. 보고서는 이러한 간극을 좁히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 ‘미래형 리터러시(future-oriented literacy)’를 제안한다.
이는 단순히 코딩 능력을 넘어서, 알고리즘을 읽고, 윤리적 맥락을 이해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또한 ‘비판적 디지털 사고력’, ‘데이터 해석 능력’, ‘기술적 책임감’이 결합된 통합형 시민교육이 새로운 기본소양으로 자리잡아야 함을 시사한다.
『2025 AI 지수 보고서』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기술에 적응하고 있는가, 아니면 기술을 따라가기에 급급한가?” 이 질문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다면, AI 기술은 혜택보다 훨씬 큰 사회적 불균형을 남길지도 모른다. 다음 연재에서는 이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고 있는지를, 특히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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