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패드 원작에서 넷플릭스까지, 로맨스와 스릴을 교차하는 전과자와 발레리나의 위험한 관계
왓패드 소설의 화려한 실사화
넷플릭스의 최신 스페인 스릴러 영화 《Bad Influence》(원제: Mala Influencia)는 2025년 5월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입소문을 탔다. 원작은 왓패드(Wattpad)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B A B E라는 필명의 작가가 쓴 소설이며, 영화는 클로에 월리스 감독이 디아나 무로와 공동 각본으로 연출했다. 사랑, 스릴, 정체성의 위기를 치밀하게 얽어낸 이 작품은 그 복합적인 장르적 매력으로 많은 젊은 층의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은 알베르토 올모가 연기한 에로스 더글라스(Eros Douglas), 전과자 출신의 경호원이자 보호자이고, 엘레아 로셰라가 연기한 리스 러셀(Reese Russell)은 무용에 인생을 건 상류층 발레리나다. 이 두 인물이 극단적으로 다른 배경에서 출발하지만, 스토킹 위협 속에서 점차 감정의 접점을 형성하며 전개된다.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정체성과 감시, 도덕성과 욕망의 충돌이 이 영화의 주요 동력이다.
리스와 에로스의 내면 드라마
리스는 발레리나로서 우아하고 절제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알 수 없는 스토커의 위협 속에서 그녀의 일상은 균열을 맞이한다. 리스는 보호받아야 할 순수한 피해자인 동시에, 때때로 자신의 불안과 의심을 에로스에게 투사하는 복합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한편, 에로스는 과거 범죄자라는 낙인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도덕성과 정체성을 끊임없이 되묻는다. 이 둘의 관계는 단순한 ‘사랑의 서사’가 아닌, 사회적 배경과 도덕적 기준의 충돌을 상징한다. 특히 에로스가 ‘경호원’으로서 접근했음에도 리스와 감정적으로 얽혀들어가는 과정은, 그가 가진 죄책감과 보호 본능이 어떻게 뒤엉키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리스가 의문의 인물에게 스토킹을 당하면서 시작된다. 그녀의 부모는 과거 전과가 있는 청년 에로스를 고용해 딸을 보호하게 한다. 에로스는 자신의 과거를 잊고 새 출발을 하려 하지만, 리스의 삶에 점점 깊숙이 개입되며 과거의 그림자에 다시 휘말리게 된다. 리스와 에로스는 서로를 향한 불신과 호기심 속에서 위험한 감정의 줄타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의 중심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누가 리스를 위협하는가, 에로스의 정체는 정말 믿을 만한가, 리스의 가족과 과거는 무결한가. 이 세 가지 질문은 영화 내내 관객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결말에서 밝혀지는 진범은 예상 밖의 인물로, 스릴러로서의 반전 요소도 충실하다.

감정과 시선의 교차
클로에 월리스 감독은 어두운 색감과 절제된 카메라 워크를 통해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클로즈업으로 잡히는 인물의 눈빛과 손의 움직임은, 대사보다 많은 것을 암시한다. SNS나 CCTV 화면이 장면 안에 자연스럽게 삽입되며, 감시와 노출의 모티프를 시각적으로도 뚜렷하게 강조한다. 또한 발레라는 예술 형식이 자주 사용되며, 리스의 내면 세계와 현실을 연결하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무대 위에서의 리스는 완벽하지만, 현실 속 그녀는 불완전하고 취약하다. 이 대비는 시청자의 감정적 몰입을 끌어낸다.
결말에서 밝혀지는 범인은 리스의 가까운 친구였던 레오나. 그녀는 에로스와 리스의 관계를 질투하고, 리스가 자신보다 삶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고 믿으며 범행을 저지른다. 그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리스는 스스로의 삶과 선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에로스는 사건 이후 그녀 곁을 떠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이 우연히 재회하는 장면은 열린 결말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결말은 단순한 충격이 아니라, 감정적 파문과 후속적인 고민을 유도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누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제목 그대로, 영향력의 본질을 되묻게 한다.
Z세대의 정체성과 감시 사회
《Bad Influence》는 단순한 심리 스릴러가 아니다. 이 작품은 Z세대가 겪는 정체성 혼란, SNS 중심 사회에서의 평가 강박, 그리고 감시와 통제의 일상화된 구조를 반영한다. 스토커라는 존재는 물리적 위협인 동시에, 사회적 시선과 감시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리스는 작품 속에서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연출하며 살아가고, 에로스는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자아를 만들려 한다. 이러한 두 인물의 욕망은 현재 젊은 세대가 겪는 ‘진짜 나’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전문 평론가들은 《Bad Influence》를 두고 “로맨스와 스릴러의 성공적인 접목”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몇몇 감정선 전개가 다소 급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특히 리스와 에로스의 관계가 심리적으로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일부 있었다. 반면 대중은 두 주연 배우의 열연과 시각적 연출, 그리고 빠른 전개에 매료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넷플릭스 내 시청률 역시 높은 순위를 유지했으며, 왓패드 원작의 팬들 사이에서도 영화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이는 원작의 감정선을 영화가 나름대로 충실히 살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Bad Influence》는 단순한 오락 영화를 넘어서, 동시대 젊은 세대의 심리와 사회 문제를 스릴러 장르 속에 밀도 있게 녹여낸 작품이다. 사랑, 불안, 과거의 죄책감, 감시, 도덕성이라는 키워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이어가게 만든다.
추천 대상은 심리극을 좋아하는 관객, 스페인 감성의 스릴러에 관심 있는 이들, 그리고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본 적 있는 모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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