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관련 윤석렬 담화. 왜?
어제 4월 1일 대통령 담화는 만우절 개그만 못했다. 만우절 개그는 신박하거나 웃기거나 최소한 애썼다는 생각은 들게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만우절 개그에 비견하는게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윤석렬의 1시간 가까이 진행된 담화를 애써 듣는 동안 혹여 있을지 모르는 반전은 없었고, 1시간을 보낸 뒤 밀어닥치는 어이없음과 허무는 자연스럽게 만우절 개그를 생각나게 했다.
난 그렇게 윤석열식 만우절 개그에 한시간을 날려버렸고 이를 보상 받을 길이 없으니 윤석열의 대국민 구라같은 담화를 만우절 개그라고 해도 될만한 권리를 가졌다.
나(어쩌면 대부분의 인간사람)의 기대였을지 불안이었을지 모르겠지만 후반부에 나올 반전은 아마도 의대정원에 대한 전향적인 재검토였을 것이다. 담화 후 밀려온 격한 안도감(또는 누구에게는 심한 배신감)은 이내 허탈함으로 바뀌었고, 조국혁신당의 구호가 저절로 떠올랐다.
"3년은 너무 길다."
의대 정원 2천명증원의 허무맹랑함과 이런 허무맹락 하지만 파괴력있는 결정이 몰고올 파국이야 억울하지만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할 몫이지만, 윤석열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는 우직한 뚝심에 비롯된 고결한 결단일까? 아니면 세간에 떠도는 말처럼 이천공 선생의 지령때문일까? 여튼 윤석열의 머리속을 파헤쳐 살펴볼 재량은 없어 모르겠지만,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크나큰 패착인건 자명한 사실이다.
대학과 고등교육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의대 2천명 증원은 국가성장을 위한 인적자원 양성을 거의 포기한 것으로 우리나라 고등교육을 망가뜨리고, 대학 소멸과 그에 따른 지방경제 피폐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지역에 배분한 의대정원으로 지역인재전형으로 갈수 있는데 의대 정원이 크게 늘었고, 지역 중학생들 학부모를 상대로 한 입시설명회들이 성황이라고한다.
의대 2천명 증원이 서울대 또는 그 이상의 수준에 해당하는 입학정원 2천명 규모의 "전국구" 대학이 신설된 것과 같다. 입시자원 측면에서는 재수생등을 포함해서 2천명 그 이상이 빨려들어갈 것이고 이는 지방소재 대학의 재정부실을 앞당길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광범위한 활용으로 인해 우리사회와 기업 그리고 자본이 요구하는 인재의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서는 그러한 인재양성을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지방으로 갈수록 그 열악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람을 평가하고 능력을 재단하는 지표로서 대학 졸업장의 역할이 다해가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졸업장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해 줄 수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대학은 윤석열이 새로 만든 대형 의대에 의해 급속히 잠식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