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확대, 사교육 강화, 상위권 쏠림…N수의 시대가 한국 교육을 뒤흔들고 있다
2025년 5월,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표한 『KEDI Brief 2025-8호』는 우리 교육의 뿌리 깊은 불평등 구조와 입시제도의 한계가 어떻게 N수생 증가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도입 이후 고3 재학생의 수는 줄고 있지만, 정시전형 비중 확대와 의약계열 쏠림현상, 사교육의 구조적 영향으로 인해 ‘재도전’을 선택하는 수험생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수능 응시자 중 N수생 비율은 30%를 넘어서고 있으며, 상위권 대학과 특정 전공에 대한 열망은 고교 및 대학의 학업중단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대입제도 변화와 더불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자원 격차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능 30년, N수생은 다시 늘고 있다
1993년 수능 도입 이후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N수생 비율은 1995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섰고, IMF 외환위기 시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만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최근에는 2023학년도 수능부터 N수생 비율이 30%를 초과하는 수준에 도달했으며, 이는 1990년대 중반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능 난이도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불수능’으로 평가된 2019학년도, 2022학년도, 2023학년도에는 N수생 증가율이 두드러졌으며, 이는 고3 재학생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통합형 수능의 도입, 의약계열 정원 확대, 상위권 대학의 정시 확대 정책은 재도전을 선택하는 학생들을 계속해서 양산하고 있다.

고교 내신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수시 포기는 이제 자퇴와 검정고시, 그리고 정시 준비로 이어지는 경로가 됐다. 2020년 이후 고등학교 학업중단율은 꾸준히 상승했고, 일반대학의 학업중단율도 마찬가지다.
2021학년도 대학 입학생 4,176명 중 452명(10.8%)이 휴학 또는 자퇴를 선택했고, 그 중 40.5%가 ‘재수 준비’를 사유로 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진학 유예를 넘어, 교육제도 전반의 신뢰 약화와 고3 재학생의 입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부모의 배경이 만드는 진학 경로의 차이
‘한국교육종단연구 2013(KELS 2013)’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SES)가 높을수록 반수/재수/삼수 선택 비율은 물론, 학원·과외 등 고가의 사교육 참여율도 유의미하게 높았다. SES 상위 20% 집단의 경우, 재수생 중 57.8%가 학원·과외에 참여했고, 반면 하위 20%는 인터넷 강의(40.5%)나 독학(35.5%)에 더 많이 의존했다.
합격 대학에 만족하지 못해 N수를 택한 비율도 전체 응답자의 약 절반에 달했으며, 고소득층일수록 정시전형을 통한 재입학 비율이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N수 후 진학 대학 또한 SES 상위 그룹은 수도권 일반대학과 의약계열 비중이 높았고, 하위 그룹은 비수도권 사립대나 전문대학 비중이 높았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 입시 논란 이후, 교육부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정시 비중 40% 이상을 권고했다. 이는 고교 서열화 비판 속에서 수능을 통한 공정한 선발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된 정책이었다.
하지만 이 정책은 결과적으로 상위층 N수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사교육에 유리한 정시전형은 고소득층과 수도권 학생들에게 집중되어 교육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고, 고3 재학생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 되었다. 수능 점수 1점의 차이가 진학 결과를 좌우하는 선발 방식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수능 개편 논의와 미래 방향
정부는 수능의 불합리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고, 재학생과 N수생 집단을 분리 평가하거나, 수능을 연 2회 치르되 N수생은 1회만 응시하게 하는 방식, 또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수시전형을 확대하고, AI 기반 평가기법을 도입하여 학생의 전인적 역량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된다. 특히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 병행 도입, 학교생활기록부의 객관화 등은 수시전형의 신뢰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N수생 증가 현상은 입시제도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좋은 일자리 부족, 학벌에 따른 임금격차, 특정 전공에 대한 쏠림현상은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과 의약계열을 향해 몰리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따라서 대입제도 개편과 함께 노동시장 개혁, 지역균형 인재 육성, 학벌주의 완화와 같은 구조적 처방이 병행되어야 한다. 진정한 교육공정성은 수능 점수로 재단되는 경쟁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자신에게 맞는 교육과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에서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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