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 투자, 총량은 증가했지만 지역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World Energy Investment 2025』 보고서는 에너지 투자의 총량 증가가 반드시 모든 지역의 균형 발전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2025년 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 총액은 2.2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지만, 이 중 중국과 선진국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아프리카와 대부분의 저소득 국가는 전체의 2%도 되지 않는다.
세계 인구의 20% 이상이 거주하는 아프리카 대륙에 배정된 청정에너지 투자 비중이 2% 미만이라는 수치는 ‘에너지 정의’라는 개념의 현실적 결핍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전 세계적인 전기화·탈탄소화가 추진되는 가운데, 이 흐름에서 가장 뒤처진 이들이 가장 큰 기후위기 피해자라는 사실은 에너지 투자의 지리정치적 불균형을 상징한다.
중국, ‘청정에너지 제국’으로 부상… 전 세계 투자의 3분의 1
2025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 중 약 7,600억 달러, 전체의 33%를 담당하고 있다. 태양광·배터리·전기차 등 대부분의 청정기술 제조와 설치가 중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기술 수출과 외교 전략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설비 투자를 지속하는 동시에,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신 실크로드 에너지 전략’을 통해 패널·터빈·배터리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한 예로 파키스탄은 2024년 한 해 동안 19GW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수입했으며, 이 중 95% 이상이 중국산이었다. 이는 파키스탄 전체 전력망 용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개발도상국 가운데 일부는 청정에너지 전환에서 상대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 브라질은 풍력·태양광·수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이미 전력 생산의 85% 이상에 달하며, 자국 기술과 금융 시스템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투자 생태계를 구축했다. 인도는 2025년까지 500GW의 재생에너지 설비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민간 주도의 태양광 발전소와 배터리 공장 투자가 빠르게 증가 중이다. 베트남 또한 FIT(Feed-in Tariff, 고정가격매입제도)를 활용한 정부 보조 정책을 통해 단기간에 태양광 설치량을 급증시킨 바 있다.
이들은 모두 정책 일관성, 국내 제조 생태계, 보조금 기반의 시장 신호 등을 통해 투자자 신뢰를 확보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반면, 아프리카 대륙 대부분과 일부 중남미·중앙아시아 국가는 청정에너지 투자 유치에 실패하고 있다. 거버넌스 불안, 법적 불확실성, 환율 위험, 인프라 부족 등 복합적 리스크 요인 때문에 민간 자본은 이들 지역을 기피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는 태양광 잠재량이 매우 높고 전력 보급률은 55% 수준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해외 민간 투자자 대부분이 진입을 꺼리고 있다. 전력요금 체계가 불투명하고, 수익 환수 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들은 청정에너지 전환이 경제개발과 빈곤퇴치의 도구로 기능해야 함에도, 자본 접근성의 차이로 인해 오히려 기존 에너지 격차가 심화되는 이중적 구조에 놓여 있다.
국제금융기관·ECA, 지금보다 더 큰 역할 요구돼
이러한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개발금융기관(MDB), ECA(수출신용기관), 기후녹색기금(GCF) 등 공공금융 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2024년 기준, 개발금융기관의 에너지 관련 투자액은 약 800억 달러이며, 이는 전체 청정에너지 투자에서 4% 미만에 불과하다. IEA는 “공공금융이 민간투자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도록 보증, 보험, 혼합금융(MDB+private) 등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신흥국 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장벽인 환위험(Hedging risk)을 완화하는 수단이 필요하며, 공공기금의 위험분담 기능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주요 국제금융기관들은 개발도상국에서 민간 자본을 유입시키기 위해 지속가능성 연계 금융(Sustainability-linked Finance)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이 방식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재생에너지 전환율 등을 KPI로 설정하고, 달성 여부에 따라 대출 조건이나 이자율을 조정하는 구조다.
이러한 금융 플랫폼은 기존 보조금 중심에서 시장 기반으로 에너지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IFC(국제금융공사)는 2024년부터 케냐·방글라데시 등지에 100억 달러 규모의 SLF 패키지를 운용 중이며,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다.
분산형 솔루션의 가능성과 제약: 파키스탄의 사례
신흥국의 분산형 에너지 전환은 중앙정부나 대형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고 개별 단위에서 전력 자급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앞서 언급한 파키스탄은 2024년 한 해 동안 중국산 초저가 태양광 모듈의 대규모 수입으로 가구·소상공인 단위에서 분산형 설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동시에 재정 구조 왜곡이라는 부작용도 동반하고 있다.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은 전기요금을 대폭 절감할 수 있지만, 기존 전력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은 점점 더 비싼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전력요금 체계의 역진성과 공공유틸리티의 적자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COP28과 COP29, 에너지 정의에 대한 ‘로드맵’은 충분한가?
UAE 두바이에서 개최된 COP28과 브라질 베렝에서 예정된 COP29는 모두 ‘에너지 정의’와 ‘탈탄소의 형평성’을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 국제적 자금 흐름과 구체적 실천계획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IEA는 COP28의 최대 성과로 ‘바쿠-벨렝 로드맵(Baku–Belém Roadmap)’의 채택을 들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구속력 있는 자금 동원 계획이나 투자 책임 분담 구조는 부족하다.
또한 주요 선진국들은 여전히 자국의 산업 전략과 에너지 안보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기술 이전, 특허 공유, 인력 양성 등의 부분에서 실질적인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World Energy Investment 2025』보고서가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단순하다. “청정에너지 투자는 과연 모두에게 공평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아직은 ‘아니오’다.
#IEA보고서 #세계에너지투자 #청정에너지격차 #신흥국전환 #중국에너지 #아프리카에너지빈곤 #ECA #분산형에너지 #정의로운전환 #바쿠벨렝로드맵 #2025기후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