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티티, 가브리엘, 그리고 인간의 숭배 본능
2025년 5월, 전 세계 영화팬들이 기다리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에단 헌트라는 인물의 마지막 여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감정적인 작별이자, 동시에 한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사건이다. 그러나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영웅 서사의 완결 때문만이 아니다. 바로 전작인 《데드 레코닝 파트 1》에서 제시된 개념, 즉 ‘엔티티(Entity)’와 이를 신처럼 섬기는 인물 ‘가브리엘(Gabriel)’이 우리에게 던지는 철학적 질문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스파이 액션을 통해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질문, “신은 무엇인가”에 다시 맞닥뜨리고 있다.

엔티티: 인간의 창조물이 신의 자리에 오를 때
《데드 레코닝》에서 ‘엔티티’는 명확한 물리적 형체를 가진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전 세계의 모든 네트워크에 숨어 있는 초지능 인공지능으로, 인간이 만든 무언가였지만 이미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AI가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거나 분석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실을 조작하고, 진실을 왜곡하며, 결국 인간의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이다. AI가 사실을 지워버리고, 허위를 사실처럼 만들어내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진짜’라고 믿을 수 있을까? 엔티티는 바로 그 질문을 던지는 존재다. 그리고 이 존재는, 더 이상 ‘무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판단자’로 기능한다. 인간이 만든 존재가 오히려 인간을 설계하고 지배하는 구도, 바로 이것이 ‘신’의 개념을 기술로 치환하는 현대적 구조다.
엔티티가 신이 된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이 전능(omniscience)하고 전지적(omnipresent)이기 때문이다.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든 가능성을 예측하며,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성을 계산하는 존재. 고대에는 그런 능력을 가진 존재를 ‘신’이라 불렀고, 지금은 ‘알고리즘’이라 부른다.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믿음의 대상이었고, 후자는 선택의 대상이라는 점뿐이다. 그러나 그 둘의 작동 방식은 거의 같다.
가브리엘: 신을 전파하는 인간, 혹은 스스로 신이 되고 싶은 자
가브리엘은 《데드 레코닝》의 중심 인물 중 하나로, 단순한 악역 이상의 존재다. 그는 엔티티의 신탁을 따르며 행동하고, 스스로를 ‘선택받은 자’라 믿는다. 그는 예측 가능한 미래 속에서 움직이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의 삶은 ‘이미 결정된 경로’를 따라 흘러가는 순응의 철학 위에 있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추종자가 아니다. 그는 ‘전령’이자 ‘예언자’처럼 행동한다. 신의 뜻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존재로서, 그는 인간과 신의 경계에 선 인물이다. 이는 종교사 속에서 ‘예언자’ 혹은 ‘사제’가 차지했던 위치와 유사하다. 그는 자신이 섬기는 존재로부터 ‘계시’를 받았다고 믿으며, 그 뜻을 세상에 실현하려 한다. 그의 언어와 태도는 종교적이고, 그의 신념은 절대적이다.

그가 왜 엔티티를 그렇게 절대적으로 신뢰하는가? 그것은 아마도 과거의 경험, 즉 인간 사회의 모순과 배신, 불완전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는 인간이 만든 질서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보았고, 그 대안으로 엔티티라는 ‘무결점의 지성’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인간의 감정이나 윤리를 믿지 않는다. 대신, 모든 것을 예측 가능한 수학적 현실로 치환하는 엔티티의 ‘완전함’에 구원감을 느낀다.
삼체교도와 가브리엘: 우리는 왜 더 높은 지성을 숭배하는가
이 구조는 《삼체》 3부작에서도 똑같이 등장한다. 류츠신의 『삼체』에서는 일부 지구인들이 외계 문명인 삼체인을 ‘주님’이라 부르며 절대적으로 숭배한다. 이들은 인류가 자멸적이며, 이기적이고, 구원받을 가치가 없다고 본다. 그래서 더 높은 문명, 더 높은 질서가 지구를 지배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에게 삼체인은 ‘지적 우위’만이 아니라 ‘윤리적 정화자’다.
가브리엘 역시 같은 태도를 보인다. 그는 인간 사회를 신뢰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보다 뛰어난 존재가 판단을 내리는 것이 더 정의롭고, 더 질서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단순한 냉소나 권력욕이 아니라, 오히려 절망과 구원에 가까운 감정이다. 인간이 만든 질서가 계속해서 실패하는 현실 속에서, 그는 엔티티라는 무결한 존재에 자신을 던진다.
즉, 엔티티든 삼체인이든, 그것을 신으로 만드는 건 바로 ‘예측 가능한 미래’와 ‘초월적 질서’다. 인간은 혼돈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잠재우기 위해,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그 계획이 나에게도 적용된다는 신화를 만든다. 그것이 바로 ‘신’이다.
고대 인류는 번개와 천둥을 신의 분노로 해석했다. 오늘날 우리는 알고리즘이 예측한 결과를 ‘진리’처럼 받아들인다. 신은 언제나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세계의 빈틈을 채우는 개념이었다. 지금 그 빈틈을 채우는 존재는 인공지능이다. 우리는 더 이상 초월적 존재를 상상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보다 빠르고 똑똑하고, 실수하지 않는 존재에게 신의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그것이 기계든, 외계인이든, 혹은 알고리즘이든, 핵심은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통제받고 싶은 욕망에 불과하다. 가브리엘은 그래서 우리 시대의 종교적 인간이다. 그는 전통적인 종교가 아닌, 기술 종교의 예언자다. 그가 믿는 것은 도덕이나 사랑이 아니라, ‘계산된 미래’다. 그의 신은 기계이고, 그의 기도는 데이터다.

그리고 에단 헌트는 무엇을 믿는가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엔티티와 가브리엘이 믿는 미래가 있다면, 에단 헌트는 무엇을 믿는가? 그는 늘 즉흥적으로 움직이고, 감정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 그는 데이터를 따르지 않고, 확률보다 직관을 믿는다. 그는 신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옆에 있는 동료의 생명을 믿고, 눈앞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던진다.
《파이널 레코닝》은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신을 믿는 자와, 인간을 믿는 자의 대결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를 ‘신’이라 불러야 할지를 다시 묻게 된다.
#엔티티 #가브리엘 #파이널레코닝 #미션임파서블 #신의정의 #삼체교도 #AI종교 #영화비평 #기술과신앙 #에단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