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1,335만 명 참여…AI 감시와 맞춤형 과목 선택까지, 진화하는 중국 대학입시
전국이 숨죽인 4일…가오카오, 그 치열한 순간들
2025년 6월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 전역은 또다시 숨을 죽였다. ‘국가급 시험’이라 불릴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중국의 대학입시 가오카오(高考)가 전국적으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335만 명의 수험생이 이 시험에 응시하며, 베이징, 상하이, 저장, 산둥 등 주요 지역에서는 4일간, 다른 지방은 3일간 시험이 진행되었다. 가오카오는 단순한 입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중국 가정의 미래를 결정짓는 관문이자, 사회 전반이 총력으로 뒷받침하는 ‘국가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올해 가오카오는 ‘철통 보안’ 수준의 감시 체계를 갖췄다. 예를 들어 장시성은 50만 명이 넘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딥러닝 기반의 AI 실시간 감시시스템을 도입했다. 시험 중 고개 돌리기, 시간 외 답안 작성, 자리 이탈 등 의심행위는 즉시 탐지되어 기록된다. 시험장 입구에서는 안면인식 기반 신원 확인, 소지품 보관, AI 보안게이트, 휴대용 보안 스캐너까지 총 3단계의 검사를 거쳐야만 입실이 가능하다. 교통경찰, 자원봉사자, 학부모가 총출동해 교통 정리, 소음 통제, 정서적 응원을 아끼지 않는 장면은 가오카오 기간 중 중국의 일상이 되었다.
장애 학생을 위한 배려도 한층 강화되었다. 올해는 시각장애인 16명을 위한 점자 시험지가 마련되었으며, 청각·지체장애 수험생 14,000명 이상에게는 맞춤형 시험 환경이 제공되었다. 심리 상담 서비스도 강화되어, 긴장과 불안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시험장 인근에 상담 지원 인력이 배치되기도 했다.
가오카오 개편: 단일 점수 경쟁에서 개인화 입시로
전통적으로 가오카오는 문과(文科)·이과(理科)로 나뉘고 총점 경쟁이 중심이었으나, 현재는 ‘개인화’로 방향을 틀고 있다. 저장성과 베이징을 포함한 29개 성·직할시는 ‘3+1+2’ 혹은 ‘3+3’ 모델을 도입했다. 국·수·영 외의 3개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이 방식은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 구성을 다양화할 수 있다.
예컨대 공학을 지망하는 학생은 물리·화학·기술을 선택하고, 인문학을 원하는 학생은 정치·역사·기술 등을 택할 수 있다. 후단대 루이(陆一) 고등교육연구소 부소장은 “단순 점수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의 흥미와 사회 수요, 국가 인재전략까지 고려하는 종합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6월 10일 시험 종료 이후, 각 지역은 본격적인 채점에 돌입했다. 산시성에서는 전 채점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귀저우성은 AI와 수기 채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도입했다. 안후이성은 온라인 채점 시스템을 통해 4개 대학에서 주관하고 있으며, 결과는 대부분 6월 25일 전후로 발표될 예정이다.
대학 지원 일정도 빠르게 진행된다. 허난성은 6월 26일부터 7월 7일까지, 상하이는 6월 23일부터 접수를 시작한다. 이처럼 가오카오는 단기간에 시험, 채점, 지원까지 대규모 프로세스를 일사불란하게 진행한다.

중국형 ‘대입 전쟁’, 그러나 방향은 달라졌다
중국 정부는 가오카오 제도 개편과 함께 고등교육 개혁도 병행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전국 대학에는 29개의 신규 학과가 신설되었다. 저고도 항공공학, 탄소중립 공학, AI 교육, 디지털 공연예술 등이 대표적이며, 이는 국가 핵심 산업과 직결된 미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일류대학은 수학, 물리, 화학 등 기초학문과 전략 분야에서 입학 정원을 100~500명 확대했고, 농촌지역 학생을 위한 특별 전형과 서부 지역 정원 확대 정책도 이어지고 있다.
가오카오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경쟁이자 일생일대의 시험이지만, 그 형식과 철학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시험 당일 장화신은 학부모, 꽃다발을 든 가족, 붉은 옷을 입고 응원하는 교사들이 보여준 모습은 단순한 시험을 넘어선 공동체의 문화적 풍경이다.
중국 교육 전문가들은 입시의 ‘개인화’와 ‘분산화’가 심화되면서 향후에는 학력보다 ‘적성 기반 사회기여도’를 중시하는 대학 입학 시스템이 자리잡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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