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학습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고등교육 혁신의 두 축
고등교육의 기로, 대학의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고등교육기관들은 전례 없는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서 있다. 특히 영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재정 악화, 등록률 저하,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인해 기존 대학 운영 방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학습자들의 요구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재택 학습의 확대, 직무 전환을 위한 평생학습 수요 증가, 다양한 진로 경로,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 등은 대학 교육의 틀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대학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기관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규 학위 중심 모델에서 탈피하여, 보다 유연하고 기술 중심적인 교육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된 두 가지 전략은 ‘모듈형 교육(modular education)’과 ‘AI 기반 개인화(AI-driven personalization)’이다.
모듈형 교육: 작은 단위로 쌓아가는 학습 경로의 혁신
기존의 3~4년제 학위 과정은 여전히 직업적, 인생적 토대를 제공하는 데 유효하다. 그러나 오늘날의 학습자들은 더 짧고 목표 지향적인 학습 방식을 원하고 있다. 모듈형 교육은 학습을 보다 작고 독립적인 단위(모듈)로 분할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마이크로 자격(Micro-credentials)’은 이런 흐름의 대표적인 사례다.
➀ 개별 맞춤형 경로 설계의 가능성
모듈형 교육은 학습자가 개인의 목표와 상황에 따라 학습 경로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게 한다. 학위를 먼저 선택하지 않고,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단계적으로 습득한 후 누적하여 학위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이는 사회 초년생, 경력 단절 여성, 직업 전환을 시도하는 중장년층 등 다양한 집단에게 특히 유익하다.
➁ 산업 맞춤형 교육 제공을 통한 고용 가능성 제고
마이크로 자격은 산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실무 중심 커리큘럼을 설계할 수 있게 한다. 디지털 기술, 데이터 과학, 보건의료,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고수요 분야에 맞춤형 인력을 양성할 수 있으며, 이는 대학의 사회적 책무와 경쟁력 강화 모두에 기여한다.
➂ 평생학습의 촉진과 교육 접근성 확대
또한 모듈형 교육은 시간, 비용, 물리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학습 환경을 제공해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높인다. 특정 마이크로 자격은 독립적인 학습 종료점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동시에 더 큰 학위로의 전환 가능성을 열어준다.

AI 기반 개인화: 학습자 중심 교육의 핵심 도구
모듈형 교육이 구조적 유연성을 제공한다면, AI 기반 개인화는 ‘학습 경험’ 자체의 질을 높이는 전략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학습자의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의 성취도, 흥미, 난이도 인식 등을 반영하여 콘텐츠 구성, 진행 속도, 피드백 방식 등을 조정할 수 있다.
➀ 개인화된 피드백과 학습 경로 제공
예를 들어 어떤 학습자가 특정 주제에서 어려움을 겪을 경우 AI는 이를 조기에 감지하고 보충자료나 문제 풀이를 자동으로 제안한다. 반대로 성과가 우수한 학생에게는 도전적인 과제를 제공하여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학습자 전원의 학업 성과와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➁ 확장 가능한 지원 체계 구축
기존에는 학습자 수에 비례하여 교수 인력을 증원해야 맞춤형 지원이 가능했지만, AI 기반 시스템은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학습자 수가 증가해도 동일한 질의 지원을 유지할 수 있게 하여, 대학의 확장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➂ 조기 경고 시스템과 학업 중도탈락 방지
AI는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 부진, 집중력 저하, 과제 미제출 등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학은 맞춤형 개입 시점을 놓치지 않고 학업 중단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AI 기반 학습에는 윤리적 문제와 형평성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데이터 활용의 투명성, 프라이버시 보호, 알고리즘의 편향 문제는 정교한 정책과 감독이 필요하다. 또한 기술 접근성이 떨어지는 저소득층, 디지털 약자 계층에 대한 보완책 없이는 AI의 효과가 오히려 교육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정부와 산업계, 대학의 3자 협력이 핵심
이 두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대학 단독의 노력이 아닌, 정부, 산업계, 대학의 긴밀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국 정부는 현재 ‘Skills England’ 프로젝트를 통해 평생학습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마이크로 자격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포함시키고, 관련 예산을 지원하면 대학은 보다 적극적으로 유연한 교육 모델로의 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
기업들은 대학과 공동으로 마이크로 자격 과정을 설계하고, 이를 졸업자 채용 기준에 반영할 수 있다. 이는 대학의 교육 품질을 시장과 직접 연결시켜 고용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효율적으로 확보하는 경로가 된다.
궁극적으로 모듈형 교육과 AI 기반 개인화 전략은 고등교육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요구한다. 학습자 중심의 유연한 시스템, 기술의 정교한 활용, 윤리적 기반 위의 투명한 데이터 관리, 사회적 책임을 통합한 고등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학은 더 이상 전통적 학위 중심 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앞으로의 고등교육은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산업 구조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학습자와 고용주 모두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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