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학생 유치, 자유시장에서 통제시대로 전환… 미국·영국 중심의 수요는 아시아·유럽으로 확산
세계는 지금 ‘관리의 시대’로 이동 중
지난 수십 년간 국제 유학 시장은 비교적 자유로운 흐름 속에서 성장해왔다. 특히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로 대표되는 이른바 ‘빅포(Big Four)’ 국가는 전 세계 유학생 수요의 절대다수를 흡수하며 고등교육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ICEF Monitor와 Nous Group·Navitas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지금의 유학 시장은 더 이상 ‘시장(Market)’ 중심이 아닌, 정부의 정책과 규제로 강하게 통제되는 ‘관리(Managed)’ 중심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단순한 수요 변화 차원을 넘어, 국제 고등교육의 구조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영국·호주·캐나다 대학 관계자 중 무려 89%는 “향후 2년간 국제학생 유치는 ‘매우’ 또는 ‘극도로’ 경쟁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그 배경에는 국제정세의 불안, 반이민 정서의 확산, 유학생 비자 정책의 강화, 생활비 급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의 국경 봉쇄와 비자 중단으로 시작된 제약은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전환의 징후로 여겨진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학 측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는 “정부 정책이 국제화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으며, 동시에 88%는 “국제학생 유치는 여전히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대학들이 유학생 수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되, 국제화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유학의 ‘빅포 시대’는 끝났는가
한때 국제 유학생의 절반 이상이 몰렸던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 이른바 ‘빅포(Big Four)’ 국가는 오랫동안 유학 시장의 중심이자 이상향으로 여겨졌다. 우수한 대학 랭킹, 영어권 교육 환경, 안정적인 취업 및 이민 연계성은 이들 국가가 세계 유학생 유치 경쟁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2024년과 2025년 들어, 이들 국가에 대한 선호도는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더 이상 “최고의 선택지”가 아닌, 경우에 따라서는 “기피 대상지”로까지 인식되는 변화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정책 리스크다. 캐나다는 2024년 말부터 학업 목적의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고, 유학생 정원에 사실상 상한선을 두기 시작했다. 영국은 동반 가족 비자 금지 조치로 대학원생 유입에 타격을 입었고, 호주는 학생 비자 발급률이 급락했다. 미국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인해 반이민 정서가 재부상하면서, 일부 학생들에게는 ‘불확실성의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정책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생활비와 등록금 부담도 중요한 요인이다.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대학들은 향후 1~2년간 유학생 등록금을 평균 45% 인상할 것으로 예측되며, 장학금 프로그램도 축소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상위권 대학일수록 유학생 대상 장학 혜택을 줄이는 경향이 뚜렷한데, 이는 학생들에게 ‘명문대 진학 = 고비용 부담’이라는 인식을 강화시킨다.
더불어 주거난은 유학생 유치의 또 다른 장애 요인으로 떠올랐다. 영국의 경우, 유학생 2명 중 1명은 “주거 비용이 학업 지속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북미와 호주, 캐나다에서도 유사한 응답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 즉, 단순히 입학 허가만으로 유학의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 여건까지도 유학생 선택의 결정적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수많은 유학생들은 이제 ‘가성비’, ‘안정성’, ‘삶의 질’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갖고 유학지를 선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건에서 기존 빅포 국가는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유학의 중심은 더 이상 ‘서구권 고정’이 아닌, 변화하고 있다.

빅텐의 부상 – 유럽과 아시아로의 관심 확대
빅포(Big Four)의 위상 약화는 단순한 ‘하락’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부상’이라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국제 유학 시장의 지형은 이제 ‘빅텐(Big Ten)’으로 불리는 새로운 다극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빅텐’은 기존의 유학 강국을 대체하는 차선책이 아니라, 새로운 선택지와 대안적 중심지로 주목받는 지역과 국가들의 총체다.
‘빅텐’이라는 개념은 공식화된 목록은 아니지만, Studyportals·ICEF·NAFSA 등의 다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국가들이 주요 후보로 꼽힌다
유럽: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핀란드, 체코 / 아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홍콩, 일본
이들 국가는 3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첫째, 영어로 수학 가능한 프로그램 확대다. 특히 네덜란드, 핀란드, 싱가포르 등은 영어 기반 석사과정을 대폭 늘려 비영어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확보했다.
둘째, 비자 발급의 유연성이다. 말레이시아와 한국, 독일은 비교적 간편한 비자 절차와 장기체류에 유리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유학생 대상 취업 연계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셋째, 비용 대비 가치, 즉 ‘가성비’다. 등록금과 생활비 모두에서 미국·영국 대비 절반 이하의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세계 100위권 대학 또는 전문기술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실제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Studyportals의 검색 트렌드를 보면, 2023년 하반기 이후 비(非)빅포 국가들의 검색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한 반면, 미국과 영국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국제학생 등록자 수 변화에서도 유럽과 아시아의 증가세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아시아 국가들은 학부·대학원 모두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유럽은 특히 대학원 과정에서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ICEF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국제 유학생들은 단순히 명문대학이 아니라, 삶 전체의 안정성과 기회를 기준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치적·사회적 리스크가 적고, 생활 환경이 안정적인 국가들이 새로운 유학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일부 신흥 국가들은 자국의 경제성장 전략과 연계하여 국제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는 정부 차원의 ‘글로벌 스쿨 허브(Global School Hub)’ 전략을 통해 유학생에게 인턴십·취업·이민까지 연결되는 경로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Study Korea 300K’ 정책을 통해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정책을 다각화하고 있다.
‘빅텐’이라는 개념은 이제 단순한 통계상의 증가가 아니라, 유학의 패러다임 자체가 ‘권위 중심 → 기회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상징한다. 즉, 유학 시장은 서서히 재편되고 있으며, 이는 단기 트렌드가 아닌 구조적 변화의 서막일 수 있다.
중국과 인도의 변화, 세계 시장을 흔들다
국제 유학 시장에서 중국과 인도는 지난 20년간 유학생 공급의 양대 축이었다. 두 나라는 규모, 성장률, 충성도 면에서 유학 시장의 절대적인 원동력이었고, 이들 국가의 수요는 대부분 ‘빅포(Big Four)’ 국가로 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두 시장의 수요 구조가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일부는 양적인 정체 내지 감소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중국 – 학부에서 대학원으로, ‘가성비’와 랭킹 중심의 유학 전략
중국의 경우, 자국 내 고등교육 시스템의 확장과 청년 실업률 급등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3년 기준 중국의 고등교육 졸업자 수는 1100만 명을 넘었고, 청년 실업률은 20%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에서는 ‘대학원 진학’이 생존 전략이 되었고, 해외 유학 수요 역시 학부보다 석사·박사 과정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ICEF와 브리티시 카운슬 분석에 따르면, 중국 유학생들은 대학원 유학에서 랭킹을 최우선 고려하며, 동시에 비용 대비 효과(ROI)를 꼼꼼히 따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즉, 유학을 ‘투자’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유학생들이 선호하는 국가는 명문대 중심국( 미국, 영국, 싱가포르, 홍콩)과 가성비·실용성 중심국( 독일, 한국, 말레이시아, 핀란드)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국가들은 중국 유학생의 유치 전략을 보다 정교화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은 기술 기반 석사과정에 산업 인턴십을 포함시켜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은 외국인 전용 진로설계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랭킹 + 커리어’ 패키지는 앞으로 중국 유학생 유치 경쟁의 핵심 전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도 – 폭발 후 조정기, 유학생 수요의 ‘질적 선별화’
인도는 2022~2023년 동안 국제 유학생 수요가 급등했던 대표적 시장이다. 그러나 2024년 이후, 이 열기는 한풀 꺾였다. 브리티시 카운슬 보고서는 “2025년 인도발 유학생 수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과잉 수요에 따른 자연 조정과 비자 제한 강화가 동시에 있다. 특히 캐나다와 호주에서는 인도 유학생에 대한 비자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졌고, 영국은 석사 유학생의 가족 동반 금지 조치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준비된 상위권 인재는 잔존하지만, 비계획적·단기적 유학 희망자는 탈락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인도 시장의 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고등교육 수요 자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중산층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 급등 후 재조정’을 거치며, 향후에는 보다 질적 선별이 이뤄진 유학생 시장으로 재정비될 가능성이 크다.
두 국가의 변화는 단순히 한 나라의 유학 트렌드를 넘어서, 국제 교육 시장의 공급구조 전체를 흔드는 파급력을 지닌다. 특히 이들 수요의 변화는 ‘빅포’ 국가의 전략 수정뿐 아니라, ‘빅텐’ 국가의 수요 확보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유학시장의 패권은 이제 더 이상 고정되어 있지 않다. 움직이는 거인(China & India)이 판을 흔들고 있다.
고등교육 유학생 수, 20년간 3배 증가
글로벌 유학 시장의 판도 변화 속에서도, 국제 고등교육 수요는 전반적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특히 유학이라는 선택지가 일부 계층의 특권에서 보다 보편적인 학문 및 경력 경로로 자리잡아 가면서, 유학생 수는 지난 20년간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유네스코(UNESCO) 통계에 따르면, 2000년 210만 명이던 국제 유학생 수는 2022년 기준 690만 명에 도달했다. 이는 무려 3.3배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전 세계 고등교육 전체 등록자 수가 2.5배(약 1억 명 → 2.64억 명) 증가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다.
더불어 국가 간 유학생 수용 비중 역시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022년 기준 유럽과 북미는 전체 유학생의 약 58%를 수용했고, 오세아니아는 고등교육생 중 20% 이상이 외국 국적인 반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자국 내 유학생 수용률이 여전히 1% 미만이다.
이러한 수치는 유학생 수 자체의 급증뿐 아니라, 국가별·지역별 고등교육 시스템의 국제화 역량 차이도 드러낸다. 유럽과 북미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국제학생 유치에 최적화된 정책과 제도를 운영해왔으며, 오세아니아(호주·뉴질랜드)는 고등교육 자체가 수출산업으로 간주될 정도로 유학생 중심의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이나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국제학생 유치에 한계가 있으며, 유학 자체가 출국 중심의 ‘탈출형 선택’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유학생 수는 늘었지만, 이들이 가는 곳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구조는 유학 시장의 양적 팽창이 반드시 구조적 다변화를 의미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유학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연구 중심의 박사과정 유학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실무 중심의 석사과정, 또는 취업과 연계된 전문학위과정으로 수요가 확장되고 있다. 예컨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경영, 데이터 사이언스, 지속가능성, 헬스케어 등은 유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유망 전공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학생들의 목적도 단순한 학문적 성취보다는 국제 경험을 통한 글로벌 이력 구축,,졸업 후 취업 및 이민 연결성 확보, 다양한 언어·문화 노출을 통한 적응력 강화 같은 실용적 목표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국제 유학생 수 증가를 지속적으로 견인할 것이다. 유네스코는 2030년까지 전 세계 고등교육 유학생 수가 9백만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역 불균형과 과제 – 접근성과 이동성의 격차
국제 고등교육 시장의 외형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뿌리 깊은 지역 간 불균형과 교육 기회의 격차가 존재한다. 유네스코가 발표한 2023년 고등교육 등록률 통계에 따르면, 세계 평균 등록률은 43%에 도달했지만, 그 수치 안에는 극심한 지역 편차가 숨어 있다. 가장 높은 등록률을 보인 지역은 유럽과 북미로, 전체 해당 연령 인구 중 무려 79%가 고등교육에 진학하고 있다. 반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등록률은 단 9%에 그쳤다. 이는 고등교육 인프라, 교육 재정, 정책 우선순위, 사회·경제적 배경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 구조적 문제다.
이 불균형은 유학생 이동성(mobility)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제학생의 비율을 국가별로 나타내는 ‘인바운드 유학생 비율(inbound mobility rate)’을 보면, 2022년 기준 오세아니아는 전체 고등교육생 중 21%가 외국인이었고, 유럽과 북미는 평균 8% 수준이었다. 반면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는 국제 유학생을 수용하는 역량 자체가 미비하거나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즉, 학생들이 유학을 떠나는 국가는 늘고 있지만, 이들을 받아들이는 국가는 여전히 소수의 고소득국가에 편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는 유학생 수 증가라는 통계적 지표가 국제교육의 ‘보편화’를 반드시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유학은 여전히 사회경제적 격차의 반영이기도 하다. 고소득층과 중상류층 학생들이 유학 기회를 더 많이 갖는 반면, 저소득층이나 분쟁지역 학생들에게는 유학이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지로 남아 있다. 유네스코는 2023년 기준 세계 난민 학생 중 고등교육에 등록된 비율이 7%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국제 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다음과 같은 핵심 과제를 던진다
1) 접근성 확대: 교육비 지원, 장학금 확대, 비자 규제 완화 등으로 더 많은 저소득층·소수자 학생들이 유학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함.
2) 수용국 다변화: 국제학생 유치를 일부 국가에 집중시키는 대신, 교육 인프라가 갖춰진 다양한 지역으로 분산시킬 필요.
3) 온라인과 하이브리드 모델 강화: 물리적 이동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원격교육, 블렌디드 러닝 등 유연한 학습 경로 확보.
국제 유학의 양적 팽창은 분명 긍정적인 흐름이지만, 진정한 ‘국제화’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질적 과제들에 대한 해결 의지와 시스템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고등교육의 기회는 단순히 국경을 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 문 앞에 설 수 있는가의 문제다.
트랜스내셔널 교육(TNE)의 가능성과 한계
‘유학생 유치’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고등교육 기관들이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하는 것이 바로 **트랜스내셔널 교육(Transnational Education, 이하 TNE)**이다. 이는 유학생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전통적 방식이 아니라, 교육 콘텐츠나 제도를 학생이 있는 곳으로 ‘보내는’ 전략이다.
TNE의 주요 형태는 해외 분교(Branch Campus), 복수학위·공동학위(Joint/Dual Degree), 온라인 기반 수업 및 프로그램, 교육기관 간 교환·제휴 프로그램등이 있다.
Nous Group와 Navitas가 실시한 2024년 글로벌 대학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다수가 “국제학생 유치가 점점 더 어려워짐에 따라 TN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동시에, “실행 역량이 부족해 당장의 수익으로 전환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다. 특히 TNE는 시간·비용·규제 리스크가 높은 구조라는 점에서 현실적 제약이 크다.
예컨대 해외 캠퍼스는 설립에 수년이 걸릴 수 있고, 개설 초기에는 적자가 불가피하다. 복수학위나 공동학위 프로그램은 국가 간 학제 차이, 자격 인증 문제 등으로 인해 설계가 복잡하며, 온라인 프로그램은 각국의 인터넷 환경·평가 시스템·문화적 수용성 등의 요소에 따라 품질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국제 교육 전문가 트레이시 해리스는 2024년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트랜스내셔널 교육은 명확한 수익 모델을 만들기 어렵다. 만약 각국 정부가 유학생 정원 축소에 따른 수익 손실을 TNE로 대체하려 한다면, 그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다. TNE는 매출 대체 수단이 아닌, 브랜드 강화와 장기적 투자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NE는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특히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유의미한 기회가 있다.
브랜드 확산: 해외 분교나 제휴 학위 과정을 통해 교육기관의 인지도와 평판을 국제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유연한 학습 제공: 물리적 이동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도 질 높은 고등교육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활용 가능.
정부 정책 대응: 일부 국가에서 유학생 수 제한 정책이 강화될 경우, 해외에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 기반을 다변화할 수 있음.
TNE는 단기간에 ‘매출’이 되는 사업은 아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교육기관의 글로벌 생존 전략으로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포스트팬데믹 시대의 대학들은 단순히 학생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 ‘어디서든 교육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미래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정부 정책과 대학 재정의 함수 관계
국제 유학 시장의 구조 변화에서 가장 민감하게 작용하는 변수 중 하나는 바로 정부의 이민 및 교육 정책이다. 각국의 비자 발급 기준, 유학생 정원 제한, 체류 조건 변화 등은 유학생의 선택뿐 아니라 대학의 재정 안정성과 직결된다. 특히 유학생 등록금이 대학 운영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들에서는, 정부의 정책 변화가 곧바로 대학의 생존 전략에 영향을 준다.
Nous/Navitas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응답자 중 무려 82%가 “자국 정부 정책이 대학의 국제화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반응은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유학생 유치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실제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은 연쇄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유학생 수를 제한하거나 비자 심사를 강화하면
대학은 등록금 수입이 감소되고, 재정 부족을 보전하기 위해 등록금 인상 또는 장학금 축소하면, 유학생에게는 비용 증가 + 혜택 축소로 다시 유학 수요 감소와 수익 감소의 악순환이다.
ICEF의 보고에 따르면, 응답 대학의 절반 이상이 1~2년 내 유학생 등록금을 평균 45% 인상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상위 100개 대학 중 40%는 유학생 장학금 규모를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장학금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대학은 20%에 불과하다. 이는 유학생들이 체감하는 유학 ‘가성비’를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다.
이 같은 상황은 특히 영국, 호주, 캐나다 등 공공재정 의존도가 낮은 고등교육 시스템에서 두드러진다. 예컨대 호주는 2023년 기준 전체 고등교육 예산의 30% 이상을 국제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캐나다 일부 주립대학도 유학생 의존 비율이 40%에 달한다. 이처럼 유학생 등록금에 재정이 종속된 구조에서는 정부의 사소한 정책 변화도 대규모 재정 충격으로 전이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유학생 규제가 사회적 여론과 맞물려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 일부 국가는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거나, 유학생 문제를 국내 고용 시장 불안의 책임으로 전가하며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화된 유학생 정책’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해당 국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일부 대학들은 학사과정보다 수익성이 높은 석사·박사과정 중심 재편, 단기 수료증(graduate certificate) 및 실무형 교육 확대, 복수캠퍼스 또는 해외 파트너십으로 수익 분산, 비영어권 국가와의 제휴 확대를 통한 신규 수요 창출 방식으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도 근본적으로는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라는 기반 위에 있을 때에만 유효하다. 결국, 대학의 국제화 전략은 정부 정책이라는 함수 위에 존재하며, 이 둘은 상호 의존적인 구조다. 특히 오늘날처럼 유학생 수가 정책 리스크에 따라 급변하는 시기에는, 정부-대학 간 긴밀한 소통과 조율 메커니즘이 절실하다.
유학생 다변화 전략이 필요한 이유
그동안 국제 유학생 시장은 중국과 인도라는 두 거대 송출국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 많은 대학과 국가들이 유학생 모집 전략을 사실상 이 두 국가를 대상으로 설계했고, 실제로도 전체 유학생의 약 40%가 이들 두 나라 출신으로 구성되어 왔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두 시장 모두 질적 구조 전환 또는 일시적 정체 국면에 진입하면서, ‘리스크 분산’ 차원의 유학생 다변화 전략이 전 세계 대학들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브리티시 카운슬은 2025년 전망 보고서에서 이렇게 경고한다:
“중국과 인도의 성장세는 영원하지 않다. 교육기관들은 이제 더 넓고 다양한 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학생 수요 감소라는 파고를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주목받고 있는 신흥 송출국가는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 남아시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네팔) 아프리카 ( 나이지리아, 케냐, 가나, 남아공) 중남미 (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고등교육 진학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중산층 인구가 확대되고 있으며, 해외 학위에 대한 사회적 수요와 상징성이 높다는 특징을 지닌다. 더불어 일부 국가는 자국 내 고등교육 인프라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해외 유학이 실질적인 대안으로 선택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변화 전략이 단순히 새로운 나라를 ‘타겟 마켓’으로 설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해당 시장의 교육문화, 학생의 기대, 경제력, 취업 선호도 등을 깊이 이해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는 기술·IT 중심의 실무 학위에 관심이 많고, 나이지리아나 케냐는 의료·보건·공공행정 분야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 남미는 스페인어와 영어를 병행하는 교육과정에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또한, 대학들은 유학생 모집과 동시에 수용 역량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언어교육, 문화적 적응 지원, 진로 연계 프로그램, 커뮤니티 참여 기회 등은 단순한 유학생 등록률을 넘어, 유학생 지속률(retention rate)과 만족도에 직결된다.
한편, 일부 대학은 소외지역 출신의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지리적 기반 장학금 또는 사회적 이동성 증진형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유학생 다변화는 단지 리스크 분산을 위한 ‘보험’이 아니라,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교육적 다양성을 확장하며, 국제 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장기 전략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진정한 경쟁력은 많은 학생을 끌어모으는 것보다, 다양한 학생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 있다.
새로운 국제화 전략이 필요한 시대
지금까지 살펴본 국제 유학 시장의 변화는 단지 수치나 트렌드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고등교육기관이 마주한 전략적 전환의 요구이자, 생존을 위한 패러다임의 재정립을 뜻한다. 팬데믹, 정치 불확실성, 경제 위기, 정책 규제 등은 대학들이 더 이상 기존의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국제화 전략은 ‘유학생을 얼마나 많이 유치하느냐’에서 ‘어떻게 준비된 학생들과 지속가능한 국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가’로 그 핵심 질문이 바뀌고 있다.
새로운 전략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1)고등교육의 다층적 가치 재정의 : 단순히 외화 수익원으로서 유학생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유학생을 ‘글로벌 공동체의 일부’로 포용하고 그들의 역량이 교육기관의 성장을 함께 견인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2) 경험 중심 국제화 : 단순한 수업 제공을 넘어, 인턴십·현장실습·다문화 커리큘럼 등 실질적 경험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강화가 필요하다. ‘공부하러 오는’ 유학에서 ‘살아보며 배우는’ 유학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3) 정책 환경의 예측 가능성과 정부 협력 : 대학의 전략이 단독으로 유효하기 위해서는 정책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대학은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 당국과 협력해 유학생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4) 지속가능성과 ESG 관점의 교육 운영 : 유학생 다양성과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은 단지 시장 확대가 아니라, 고등교육기관의 ‘사회적 책임’이자 ESG 전략의 일부다. 개발도상국 유학생 지원, 디지털 접근성, 친환경 캠퍼스 등도 국제화 전략의 중요한 축이 된다.
5) 디지털 전환과 하이브리드 국제화 : 물리적 유학에 한정하지 않고, 온라인 수업, 국제 공동강의, 글로벌 가상캠퍼스 등의 디지털 기반 국제화 전략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국경을 넘어선 ‘접근성’을 실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누가 더 많이 유치하느냐’의 시대는 끝났다
ICEF, British Council, UNESCO의 분석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앞으로의 국제화는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전환(Transformation)’의 문제다. 과거에는 국제화란 더 많은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누가 더 잘 준비된 구조와 철학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다.
이제 대학들은 물어야 한다. ‘우리는 유학생을 진정한 교육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동등하게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국제화는 우리 대학의 수익만이 아니라, 세계의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대학만이, 다가올 국제 교육 생태계에서 살아남고, 존경받고, 선택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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