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가 초능력을 얻게 된다면, 그 능력은 누구 손에 있어야 할까?’
영화 〈하이파이브〉는 이 간단하지만 묵직한 질문을 유쾌하면서도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던진다. 심장을 비롯해 폐, 간, 신장, 각막, 췌장 등 여섯 개의 장기를 이식받은 이들이 우연히 초능력을 갖게 되고, 그중 한 사람은 신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관객이 마지막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이는 그 힘을 움켜쥔 사람이 아니라, 끝내 그 힘을 나누고 연대하는 사람들이다.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통해 한국형 오락영화의 정점을 찍었던 강형철 감독의 신작 〈하이파이브〉는 오랜만에 돌아온 코믹 액션 활극이다. 하지만 전작과 비교해 구조적인 완성도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심장병으로 쓰러졌던 태권도 소녀 ‘완서’(이재인)를 중심으로, 장기 이식 후 각각의 능력을 얻게 된 다섯 인물은 서로 다른 개성과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문제는 이 흥미로운 조합이 서사적으로 충분히 확장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영화는 캐릭터들을 통해 사회적 약자성과 트라우마, 그리고 그 극복을 이야기하고자 하지만, 시간의 제약 속에 대체로 ‘수박 겉핥기’로 흘러가며 감정의 밀도가 얕아진다. 초반부 설정의 참신함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과거 헐리우드 슈퍼히어로 영화의 구도를 반복하는 장면들이 많아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액션은 매끄럽지 않아도 메시지는 분명했다
극 중 악역인 사이비 종교 교주 ‘영춘’(신구/박진영)은 췌장을 이식받은 뒤 남의 젊음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얻고, 그것을 절대적 권력으로 삼으려 한다. 그는 다른 이식자들의 능력을 강제로 빼앗으며 신적 존재가 되기를 꿈꾼다. 박진영은 이 역할을 통해 인상적인 변신을 보여주며 신구와의 2인 1역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낸다. 그러나 능력은 누구에게 주어져야 마땅한가? 영화는 그 질문의 답을 ‘힘을 나누는 자’, ‘연대하고 책임지는 자’에게서 찾는다. 이식받은 초능력자들이 각자의 상처를 보듬으며 다시 손을 잡는 장면은, 진짜 초인은 신이 아니라 인간적인 연약함을 품은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이 영화의 진짜 의미는 “그 마음이 선한 사람, 누군가를 위할 줄 아는 사람”에게 초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에 있다. 이는 마치 고전적인 영웅 서사의 가치로 돌아가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하이파이브〉는 전통적인 서사 구조보다는 ‘연대’와 ‘공존’, 그리고 ‘책임의 자각’을 이야기한다. 각자 손에 쥔 능력은 결국 그들의 선택을 통해 의미를 얻게 된다.
하지만 바로 그 선택의 순간들, 특히 ‘능력의 흡수’와 ‘회복’의 과정이 처음의 설정과 어긋나는 지점이 있어, 세계관의 개연성에서는 혼란을 줄 수 있다. 특히 후반부 선녀의 능력 발현이나 기동의 회상 서사 등은 개봉 당시 일부 관객들에게 설명 부족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액션 연출은 박진영의 투혼 덕분에 후반부 들어 살아난다. 하늘을 날고 건물을 파괴하며 치열하게 격돌하는 장면은 시각적으로 시원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CG 품질이나 동선 구성, 팀플레이 액션의 창의성은 다소 평이하다. 특히 여러 능력이 조합되는 재미는 기대에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묻는다. “당신이 만약 초능력을 가진다면, 그 능력을 어떻게 쓸 것인가?” 그리고 “당신은 그 힘을 가질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의 뒷덜미를 잡는 울림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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