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경험을 묻는 시대
대학은 과연 학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가. ‘교육의 질’이라는 말이 피상적인 수치 경쟁으로 변질된 오늘날, 이 단순한 질문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더 많은 등록금을 내고도, 더 짧은 강의와 피드백을 경험하고 있는 학생들. 그들은 단지 배움의 질뿐 아니라, ‘자신이 존중받고 있는가’, ‘지적 성장의 동반자로 대우받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2025년 6월,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HEPI)와 Advance HE는 『Student Academic Experience Survey 2025』를 공동 발간하며, 이러한 질문을 실증적으로 가시화했다. 약 10,000여 명의 대학생이 참여한 이번 설문은, 단지 만족도 조사를 넘어 학생들이 실제로 얼마나 배우고, 얼마나 소속감을 느끼며, 얼마나 대학을 ‘가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는지를 폭넓게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보고서가 단순히 대학에 대한 찬반 평가가 아니라, 학생이 경험하는 ‘시간’, ‘감정’, ‘관계’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학생의 삶을 시간 단위로 추적하고, 감정의 결을 통계화하며, 공동체적 연결감이 배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은, 여전히 등록금이나 취업률 중심에 머무른 한국의 대학정책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 특집기사는 SAES 2025 보고서를 중심으로, 학생경험이라는 렌즈를 통해 한국 대학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와 정책적 한계를 되짚고자 한다.
대학은 무엇을 줄 수 있는가. 학생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간극을 어떻게 메꿔야 하는가.
대학은 ‘돈값’을 하고 있는가
영국 학생들의 39%는 ‘등록금에 비해 대학 교육이 합당한 가치를 준다’고 응답했다.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이는 대학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기대가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팬데믹과 경기침체 이후 대학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낮아지면서, 학생들은 “그럭저럭 괜찮다”는 감각을 “만족”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이와 다르다. 사립대 등록금은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수업의 질이나 학생지원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낮다. 교육부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연 750만 원 수준이며, 여기에 교재비·실습비 등 부대 비용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연간 1,000만 원에 가까운 부담이 발생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얼마나 많은 강의를 듣고 있는가’, ‘교수는 나의 피드백에 얼마나 응답하는가’에 대한 정보조차 투명하게 알기 어렵다.
SAES 2025 보고서는 ‘가성비’가 아니라 ‘정서적 가치(value-for-feeling)’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학생들은 단지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장하고, 존중받고, 연결되기 위해 대학에 오는 것이다. 등록금에 대한 만족도는 바로 이러한 비물질적 경험이 충족될 때 높아진다. 이는 한국 대학이 등록금 동결, 취업률 향상만으로는 학생의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학생은 하루 몇 시간을 배우는가
“대학에서 배우는 시간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이는 SAES 2025가 가장 구체적으로 다룬 질문 중 하나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대학생의 평균 주당 수업 시간은 약 14시간, 자기주도학습을 포함한 총 학습 시간은 약 30시간 내외로 집계되었다. 이 수치는 전공과 연령, 등록 형태(전일제/시간제)에 따라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드러난 점은 학생들은 학습시간이 적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단순한 ‘양’보다 수업의 질, 교수자의 준비도, 피드백의 깊이를 더 중요하게 평가했다. 다시 말해, 1시간의 강의라도 학생을 존중하고 사고를 자극하며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구조라면, 그것은 학습 경험으로 강하게 인식된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이와 비교할 때 명시적 수업 시수는 더 많을 수 있지만, 실제 체감 학습시간은 오히려 짧은 경우가 많다. 많은 학생들이 “교수는 강의만 하고 질문은 받지 않는다”, “과제는 많지만 피드백은 없다”고 호소한다. 강의는 제공되지만, 진짜 배움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의 2024년 공시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의 평균 주당 강의 시간은 16.7시간이다.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는 실제 학습 몰입도, 상호작용 정도, 피드백의 질을 가늠할 수 없다.
SAES 보고서는 이런 현실에 경고를 보낸다. “학생의 시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경험의 밀도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는 한국 대학이 앞으로 교육과정의 질을 논할 때, ‘시수 중심 평가’에서 ‘상호작용 중심 설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강의보다 중요한 것, 소속감과 환대
SAES 2025에서 가장 인상적인 결과 중 하나는 학생이 느끼는 ‘소속감(sense of belonging)’이 전반적 학업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단순히 수업이 잘 되느냐보다, “이 대학이 나를 환대하고 있는가”, “나는 이 공간에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감정이 학생의 학업 태도와 성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소수자 학생, 장애학생, 비전형적 진입 경로 학생들이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구조에 주목했다.
이들은 학문적 능력과 상관없이, 자신의 정체성이나 출신 배경으로 인해 ‘내가 이 공간에 어울리는 사람인가’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며, 이러한 감정은 학습 몰입도를 저해하고 중도탈락 가능성을 높인다.
한국 대학은 어떨까? 정책적으로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여전히 ‘정규 코스’를 따라오지 않는 학생들에 대해 제도적 지원도, 정서적 배려도 부족하다. 지방 출신 학생, 1인 가구, 취업 준비생, 경력단절 여성, 외국인 유학생 등은 다양한 맥락에서 고립감을 호소하지만, 대학은 이를 ‘개인의 적응 문제’로 환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영국은 이미 2010년대부터 학생경험관리팀(Student Experience Office)이나 웰빙센터(Wellbeing Hub) 등을 통해 소속감 제고를 정책적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한국 대학도 ‘강의 잘하는 교수’, ‘시설 좋은 캠퍼스’ 이상의 기준을 갖추지 않는다면, 배움 이전에 머무르기 어려운 공간이 되고 말 것이다.
웰빙과 정신건강, 놓친 사각지대
대학생활은 단지 강의실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강의에 몰입하고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기본적인 심리적 안정감과 정서적 회복탄력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SAES 2025는 대학생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제도 전반의 책임’으로 조망하며, 고등교육기관의 대응 부족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최근 1년 이내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그 중 30% 이상이 불안과 우울 증상을 정기적으로 경험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학교 내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지원 기관의 접근성이 낮거나, 나의 문제가 충분히 심각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는 한국 대학의 상황과도 유사하다.
최근 5년간 대학생 심리상담 이용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담센터 이용률은 전체 재학생 대비 5~10%에 그치며, 그나마도 1~2회 단발성 이용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전임 상담교수가 없는 대학도 적지 않으며, 상담 인력 1인당 담당 학생 수가 1,000명을 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더 큰 문제는, 한국에서는 정신건강 문제가 여전히 ‘낙인(stigma)’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학생들이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으면 취업에 불리하다”, “교수가 알게 될까 봐 상담을 꺼린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결국 대학은 ‘웰빙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정서적 고립을 방치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SAES 보고서는 대학이 단순히 상담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학생과 구성원 전체의 ‘심리적 안전지대’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시작은 정서적 언어의 공유, 지지 기반 커뮤니티의 구축, 사전예방적 지원 시스템의 제도화다. 이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대학 교육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다.
표현의 자유, 갈등인가 교육인가
SAES 2025는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에 대한 항목도 포함시켰다. 응답자 가운데 35%는 ‘캠퍼스 내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응답했고, 20%는 ‘나의 의견이 다수의 시선에 맞지 않을까 걱정해 표현을 자제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지 정치적 사안에 대한 반응만이 아니라, 젠더, 인종, 종교, 정체성 등의 주제를 다룰 때 발생하는 긴장감을 반영한다.
흥미로운 점은, 표현의 자유와 소속감이 반비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특정 의견이 지나치게 자유롭게 표현될 때, 그 대상이 되는 집단은 오히려 ‘배제당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으며, 이는 캠퍼스 내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은 모든 발언을 허용할 것인가, 아니면 일부 표현은 규제해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 앞에서 다시금 고민에 직면한다.
한국의 대학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다. 대자보 철거, 초청 강연 취소, 소수자 관련 행사 중단 등은 모두 표현의 자유와 정서적 안전이 충돌할 때 대학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드러내는 사례다. 많은 경우, 대학은 ‘중립’을 이유로 갈등을 회피하거나, ‘민원’을 이유로 행사를 제한하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결과적으로 어느 한쪽의 침묵을 강요하거나, 표현의 다양성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SAES는 표현의 자유를 교육의 일부로 가르쳐야 한다고 제안한다. 즉, 표현은 단지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다뤄져야 하며, 그 기준과 원칙은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국 대학에도 유효한 메시지다. 표현을 관리할 것이 아니라, 표현을 배움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과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일이다.

AI는 교수의 대체자인가, 학습의 동반자인가
SAES 2025 보고서의 새로운 항목 중 하나는 ‘생성형 AI에 대한 학생 인식’이다. 학생의 절반 이상이 AI 도구를 학습에 활용해본 경험이 있으며, 그 중 다수는 에세이 작성 보조, 개념 요약, 자료 검색, 피드백 시뮬레이션 등에 AI를 활용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들은 동시에 AI의 정확성과 윤리성에 대해 깊은 불안을 갖고 있었다.
보고서는 AI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확산되고 있는 ‘이중 의존’의 구조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시간절약과 작업 효율 면에서 AI를 선호하면서도, “어디까지가 내 작업이고, 어디서부터 AI의 개입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써도 되는 걸까?”라는 윤리적 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교수자나 대학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을 경우 더 심화된다.
한국의 상황은 유사하면서도 한 단계 더 뒤처져 있다. 대다수 한국 대학은 여전히 AI의 교육적 활용을 ‘표절 위험’ 또는 ‘통제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일부 교수는 ChatGPT나 Claude 등 도구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교육부 차원에서도 공식적인 활용지침은 마련되지 않았다. 그 사이 학생들은 학습의 그림자 영역에서 AI를 독자적으로 활용하며, 오히려 불투명성과 오용의 위험에 더 노출되고 있다.
SAES는 대학이 이제 AI를 단순한 툴이 아니라 학습 파트너로 가르쳐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주장한다. 기술의 진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조율’할 수 있느냐는 역량이다. 이는 교수의 재교육, 학사 운영 기준의 재설계, AI 리터러시 프로그램의 정규화 등 도서관·학과·행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스템적 대응을 요구한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서, 한국 대학의 AI 교육 준비는 ‘기술 도입’이 아니라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의 부재’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학생 경험의 격차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학생들이 경험하는 대학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SAES 2025는 전공, 지역, 소득 수준, 출신 배경에 따라 학생의 학습 경험, 소속감, 만족도가 현저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통계로 입증한다. 예컨대, 예술계열 학생들은 피드백과 창의적 지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지만, 취업 지원에 대한 불만이 컸고, 반대로 공학계열 학생들은 학습시간은 길지만 정서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도시권 캠퍼스 학생들이 지방 소형대학 학생들보다 전체적으로 만족도가 낮았다는 점은, 단순한 물리적 인프라보다 ‘대학이 자신을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가’라는 심리적 요소가 만족도를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격차는 더 구조적으로 고착화되어 있다. 수도권-지방 간 대학 격차, 사립-국립 간 재정 불균형, 대형-중소형 대학의 행정 인프라 차이는 단순한 교육 수준 차이를 넘어, 학생의 삶과 진로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지방 중소대학은 교육 여건 부족, 강의 다양성 미비, 학생지원 체계 부재 등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 결과 학업 몰입도, 자존감, 진로 계획성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하고 있다.
SAES 보고서는 학생 경험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단지 장학금 확대나 캠퍼스 리모델링 수준의 접근이 아니라, 학생이 체감하는 교육의 질, 응답받는 경험,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구조적으로 평준화할 수 있는 공공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국 역시 지역혁신플랫폼, 대학 간 공유대학 모델 등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학생의 경험’보다는 ‘대학의 생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제는 대학 중심이 아니라, 학생 중심으로 격차를 설계하고 지원을 조정하는 관점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경험을 말해야 한다
한국의 대학 정책은 오랫동안 지표 중심의 성과관리 모델을 채택해왔다. 등록금 동결, 취업률, 교육여건지표, BK21과 같은 연구성과, 대학혁신지원사업 지표 등은 모두 ‘정량적 성과’를 중심으로 대학을 구분하고 재정을 배분하는 체계로 작동해왔다. 이러한 구조는 일정 부분 성과 유도에 효과적이었지만, 동시에 교육 현장의 실제 변화와 학생 체감 경험 간의 괴리를 심화시켰다.
예를 들어, 강의 만족도 지표는 대부분 ‘설문 점수’에 의존하지만, 실제 학생들은 설문에 무관심하거나, 중간값으로 응답하는 경향이 강하다. 상담 프로그램 도입 여부는 평가되지만, 그 프로그램이 학생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는지, 접근성이 충분한지는 평가되지 않는다. 교육부의 대학정보공시제도 또한 주요 항목이 ‘졸업생 취업률’이나 ‘학생 1인당 교육비’ 등에 집중되어 있어, 정작 학생의 학습 몰입도나 성장 경험을 보여주는 지표는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반면 SAES는 정책이 지표로 환원되기 전에, 학생의 감각과 목소리를 반영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학생이 언제 가장 외롭고, 어디에서 학습을 포기하며, 어떤 피드백을 통해 성장감을 느끼는지를 기록하는 방식은, 단순한 만족도보다 더 정밀한 교육 품질의 거울이다. 한국의 고등교육정책이 지속가능성과 신뢰를 확보하려면, 이제는 수치를 넘어서 ‘경험의 질’을 가시화할 수 있는 평가지표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학생 중심 대학, 무엇을 재설계할 것인가
‘학생 중심 대학’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수사(修辭)가 되어선 안 된다. 학생을 교육의 객체가 아니라 학습의 주체이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대학은, 그들의 시간과 감정, 기대와 불안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학생의 경험’을 정확히 듣고 기록하며, 그 결과를 교육설계에 반영하는 체계의 구축이다.
SAES 2025는 이를 위한 좋은 사례다. 학생이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하루의 시간표, 교실 밖의 불안, 배움의 질감을 묻고 분석함으로써, 대학과 정책결정자에게 현장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데이터와 통찰을 제공한다.
이 보고서가 한국 고등교육에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당신은 학생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들이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그 감정을 대학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학생 중심 대학은 정량 지표로는 설계할 수 없다. 그것은 경청과 응답, 조율과 설계의 연속적 과정이다. 앞으로의 대학은 ‘선발’보다 ‘머무르게 할 수 있는 힘’, ‘가르침’보다 ‘응답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갖춘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 길에서 한국의 대학도, 한국의 정책도 이제 학생의 ‘시간’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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