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학 분석의 차원을 바꾸다
KAIST(총장 이광형)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미국 메이오클리닉, 그리고 인공지능 기반 헬스테크 기업 토모큐브와 함께 절개 없이도 암 조직의 3차원 구조를 실제처럼 관찰할 수 있는 첨단 광학 기반 ‘3D 가상염색 기술’을 개발했다. 이 혁신 기술은 향후 디지털 병리학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병리학은 암 조직을 수십 장의 얇은 슬라이드로 절단한 뒤 염색해 관찰하는 방식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이 방식은 3차원 구조인 조직의 단면 일부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공간적 관계나 세포 간 연결 구조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KAIST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홀로토모그래피(Holotomography, HT)’ 기술을 활용하여 암 조직의 굴절률 분포를 3차원으로 정밀 측정하고, 여기에 인공지능 기반 딥러닝 알고리즘을 접목시켜 화학적 염색 없이도 실제 H&E(Hematoxylin & Eosin) 염색과 유사한 가상 병리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고해상도 미세 구조 구현… 임상 적용 가능성 확인
연구팀은 대장암과 위암 조직을 대상으로 기존 슬라이드보다 2~10배 두꺼운 최대 50μm 샘플에서 세포핵, 혈관, 근육층, 샘 구조 등 미세한 해부학적 세부사항까지 고해상도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생성된 가상 영상은 실제 염색 영상과 높은 유사성을 보이며, 세포핵의 부피, 표면적 등 다양한 병리 지표를 정량 분석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기술 검증은 토모큐브의 홀로토모그래피 장비를 활용해 한국과 미국의 병원 및 연구기관에서 진행되었으며, 다양한 조직에서 일관된 성능을 확인함으로써 범용성과 신뢰성도 입증되었다.
박용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병리학의 분석 단위를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한 획기적인 성과”라며, “종양 경계나 미세 환경의 공간 분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암 진단과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량 분석이 가능한 가상염색 영상은 향후 인공지능 병리 분석, 임상 진단 자동화, 정밀 의료 구현 등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KAIST 박주연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5월 22일자로 온라인 게재되었다. (논문명: Revealing 3D microanatomical structures of unlabeled thick cancer tissues using holotomography and virtual H&E staining)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사업,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글로벌산업기술협력센터사업, 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으며, AI 기술과 광학 이미징의 융합을 통해 의료 진단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H&E 염색 방식은 병리학에서 200년 넘게 사용되어 왔지만, 물리적 절단과 염색이 수반되는 이 방식은 표준화가 어렵고 조직 손상의 위험도 높았다. KAIST의 이번 연구는 이러한 제약을 넘어 염색이 필요 없는 ‘디지털 병리’ 시대의 초석을 마련한 셈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제안한 기술은 수십 장에 달하는 슬라이드 제작을 생략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뛰어나며, 조직의 3차원적 정보를 유지한 채 정밀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학계와 의료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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