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인문학부터 전갈붙이 진화사, 웹소설 창작까지…다층적 지성의 캠퍼스 확산
‘아프리카 인문학’ 대장정, 인문한국 3.0으로 출범
전북대학교(총장 양오봉)가 국내 인문학 연구의 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전북대 프랑스·아프리카연구소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인문한국 3.0(HK 3.0)’ 사업에 최종 선정되며, 2025년부터 2030년까지 6년간 총 120억 원 규모의 아프리카 인문학 연구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게 됐다.
이번 연구는 전북대를 중심으로 부산외국어대, 한국외대, 한림대 등 4개 대학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된다. 연구 주제는 ‘아프리카 넥서스 인문학’으로, 대륙의 역사·사회·문화·언어 등을 총체적으로 탐색하고 글로벌 인문학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출범식은 6월 13일 전북대 인문사회관에서 열렸으며, 주한 튀니지 대사 카이스 다라지(Kais Darragi)의 초청 강연도 함께 진행돼 튀니지 MZ세대의 변화와 민주주의 이후의 사회상을 조망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이존화 연구부총장은 “이 프로젝트는 전북대가 인문학 국제화를 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학 차원에서도 연구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전갈붙이의 진화 비밀을 풀다…정경훈 석사과정생, 학술대회 최우수상 수상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전북대의 연구 역량이 빛났다. 농축산식품융합학과 정경훈 석사과정생은 ‘2024 한국응용곤충학회 학술대회’에서 동아시아 전갈붙이(Allochthonius)의 진화사를 규명한 논문을 발표해 최우수 구두발표상을 수상했다.
정경훈 학생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각지에서 수집한 전갈붙이 표본을 기반으로 대규모 계통지리 분석을 수행했다. 이 연구를 통해 전갈붙이가 과거 대륙 전역에 분포했다가 기후 변화와 지질학적 요인에 따라 ‘피난처(refugia)’에 제한적으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전갈붙이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섬 지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종 다양성이 급격히 증가했고, ‘해양 횡단 분산(trans-oceanic dispersal)’이라는 진화학적으로 희귀한 현상도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이는 동아시아 미소절지동물의 진화와 생물지리에 관한 통시적 분석이라는 점에서 큰 학술적 의미를 가진다.
정 학생은 “동아시아 생물지리와 기후 변화가 어떻게 생물의 진화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통합적으로 조명하는 중요한 사례였다”며 “국제 협력과 학문적 후원을 아끼지 않은 지도교수와 공동 연구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글쓰기의 디지털 전환…웹소설 작가 되기 프로젝트로 창작의 문을 열다
학술연구 못지않게 문화창작 영역에서도 전북대는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중앙도서관은 6월 26일부터 ‘웹소설 작가 되기 프로젝트’를 운영해 디지털 글쓰기를 중심으로 한 인문학적 소통과 창의성 향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현직 웹소설 작가의 지도로, 시놉시스 작성부터 프롤로그 구상, 1:1 피드백, 작품 완성까지 웹소설 창작 전반을 교육한다. 참가자는 대학 구성원과 지역주민 총 10명이며, 이 중 30%는 지역주민을 우선 선발함으로써 지역사회 참여를 유도한다.
수업은 온라인 실시간 화상강의로 6주간 진행되며, 하반기에도 추가로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다. 설동훈 중앙도서관장은 “이 프로그램이 대학 구성원과 지역주민이 함께 창작의 기쁨을 경험하며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창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며 “문화적 연대 속에 인문학이 살아 움직이는 도서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과학, 인문, 창작이 만나는 곳…전북대의 다중 지성 실험
전북대학교의 최근 활동은 과학·인문·문화 콘텐츠를 아우르는 다층적 지성 실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해양 횡단 분산이라는 드문 진화 패턴을 규명한 곤충학 연구, 대륙 간 역사와 문화를 연결하는 아프리카 인문학 대장정,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창작 역량을 강화하는 웹소설 프로젝트까지, 각기 다른 분야의 활동이 ‘지식의 경계를 넘는 실천’이라는 공통의 지향점으로 수렴되고 있다.
이는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학내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열린 캠퍼스’로서의 전북대학교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전북대는 이러한 지성의 융합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고, 지역과 호흡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북대 #아프리카인문학 #인문한국3 #전갈붙이진화사 #응용곤충학회 #계통지리학 #웹소설작가되기 #디지털글쓰기 #지역사회연계 #학문융합캠퍼스 #열린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