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륨·알루미나 기반에 초소량 백금 적용… 고성능·친환경·경제성 모두 확보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프로필렌(propylene)을 기존보다 100배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신개념 촉매가 KAIST에서 개발됐다. 이번 연구는 고가의 백금을 극소량만 사용하면서도 상용 촉매보다 높은 성능을 구현한 혁신적 성과로, 프로필렌 생산의 경제성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필렌 생산, 더 적은 백금으로 더 높은 효율 구현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 연구팀은 2025년 5월 12일, 값싼 금속인 갈륨(Ga)과 알루미나(Al₂O₃)를 기반으로 하고, 백금을 단 100ppm(0.01%)만 첨가한 고효율 촉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촉매는 현재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고농도 백금(10,000ppm) 촉매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프로필렌은 주로 프로판(propane)으로부터 수소를 제거하는 프로판 탈수소화(PDH, propane dehydrogenation)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백금은 C-H 결합을 분해하고 수소를 떼어내는 핵심 촉매로 사용되어 왔으나, 가격이 높고 재사용 시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KAIST 촉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기존 성능을 뛰어넘는 혁신적 결과를 달성했다.
갈륨과 백금의 이중 기능 촉매 전략
새로운 촉매의 핵심은 역할을 분담한 이중 기능 시스템에 있다. 갈륨은 프로판의 탄소-수소 결합을 활성화해 프로필렌을 생성하고, 백금은 반응 중 남은 수소 원자들을 결합시켜 수소 기체(H₂)로 전환해 촉매 표면에서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두 금속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백금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갈륨과 백금의 최적 조성비를 과학적으로 규명했으며, 이 비율에 따라 촉매 성능이 정량적으로 변화한다는 지표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이원기능촉매(bifunctional catalyst)의 이상적인 설계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백금의 소결 현상 억제… 20회 이상 반복 반응에도 성능 유지
기존 백금 촉매의 큰 약점 중 하나는 반복 사용 시 백금 입자들이 뭉치는 ‘소결(sintering)’ 현상으로 인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세륨(Ce)을 소량 첨가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세륨은 촉매 표면에서 백금 입자의 응집을 억제하여 소결을 방지하고, 이를 통해 20회 이상의 반응과 재생을 반복한 후에도 촉매의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결과를 얻었다.
최민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백금 사용량을 1/100 수준으로 줄이면서도 성능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증한 것”이라며 “촉매 비용 절감, 교체 주기 감소, 폐촉매 배출 최소화 등 경제적·환경적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필렌 생산 공정의 패러다임 전환 기대
프로필렌은 플라스틱, 섬유, 전자제품 등 다양한 산업에 필수적인 원료다. 기존에는 나프타 분해(naphtha cracking)를 통해 주로 생산되었지만, 최근 셰일가스에서 에탄 중심의 생산이 확대되면서 프로필렌 공급이 줄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프로판 탈수소화 방식의 프로필렌 생산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KAIST 연구팀은 갈륨 기반 촉매의 안정성과 백금의 높은 촉매 활성의 장점을 결합해 이상적인 PDH 촉매를 설계하고자 했다. 그 결과, 백금 0.01%만으로도 기존 상용 백금-주석 촉매(백금 0.7% 이상)보다 높은 활성을 얻는 데 성공했으며, 촉매의 장기적 안정성도 확보했다.
분석기술과 실험으로 검증된 촉매 메커니즘
연구진은 촉매의 활성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수행했다. 갈륨의 활성 표면을 측정하기 위해 프로필렌 승온 탈착 실험을 진행했으며, 백금의 수소 재결합 능력은 수소-중수소 동위원소 교환 반응을 통해 확인했다. 이를 통해 갈륨과 백금이 각각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특정 비율에서 최적 성능을 발휘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또한, 세륨을 도핑함으로써 소결 억제 효과를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결과적으로 기존 촉매에 비해 성능 저하율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으며, 산업 공정에서의 적용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에 2025년 2월 13일자로 게재되었다. 최민기 교수가 교신저자로, 박사과정 이수성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한화솔루션㈜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연구진은 향후 대규모 공정에 적용 가능한 실증 실험을 거쳐 상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외 석유화학 산업의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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