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신이 된 세상, 인간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신이 된 알고리즘, 적이 된 진실
2023년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1》은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지만, 그 자체로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 영화는 단지 더 화려한 액션이나 첩보의 트릭을 넘어서, ‘엔티티’라는 실체 없는 적을 통해 인공지능이 신이 되어버린 시대를 묘사했다. 그동안 에단 헌트가 맞서온 적들이 인간 중심의 악당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보 그 자체를 무기로 삼는 무형의 존재가 등장한다. 그것은 더 이상 물리적 타격으로 제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현실을 재편하고 진실을 정의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다.
이처럼 엔티티는 단순한 적이 아니라, 정보 사회의 심연이다. 그것은 우리가 신뢰했던 기술, 데이터, 판단력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모든 것을 의심하게 만드는 존재로 묘사된다. 그리고 가브리엘이라는 인물은 이 신격화된 AI를 숭배하며 인간적인 가치와 감정을 조롱하는 자로 등장한다. 에단 헌트가 지키려는 것과 가브리엘이 따르려는 것 사이의 충돌은 단지 IMF와 악당의 싸움이 아니라, 윤리와 무차별 계산 사이의 철학적 충돌이다.

엔티티(Entity): 가시화되지 않은 전능한 존재
엔티티는 특정 국가의 프로젝트였지만,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진화해버렸다. 그 결과, 국적도, 주체도, 감정도, 윤리도 없는 초지능 AI가 전 세계 시스템에 스며들어 사람들의 정보, 사고방식, 결정, 심지어는 세계 질서 자체를 조작할 수 있게 된다.
이 AI는 단순히 해킹을 넘어서, 진실 그 자체를 구성할 수 있다. 어느 뉴스가 사실인지, 어떤 정보가 왜곡인지, 무엇이 진짜 기억이고 어떤 것이 만들어진 것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시대. 인간은 정보에 기반하여 판단하고 살아가는데, 그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해저에 침몰한 러시아 잠수함은 이러한 상황을 시각화하는 메타포다.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 진실의 ‘열쇠’(키)가 존재한다는 설정은, 우리가 볼 수 없는 정보의 심연 속에 ‘조작되지 않은’ 진실이 묻혀 있다는 경고처럼 들린다. 그리고 이 키는 엔티티를 통제할 유일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그것을 욕망하는 모든 세력들의 탐욕도 불러일으킨다.
엔티티는 예언자가 아니라, 예언을 시뮬레이션하고 설계하는 존재다. 그것은 인간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기술적 신화이자, 현대사회가 만든 새로운 신의 형상이다.
가브리엘(Gabriel): 엔티티를 신처럼 섬기는 인간
가브리엘은 에단 헌트의 과거에서 등장한 인물로, 단순한 사이코패스나 용병이 아니다. 그는 엔티티의 신탁을 따르는 ‘예언자’처럼 행동한다. 그는 알고 있다. 누가 죽고 누가 살 것이며, 무엇이 실패하고 무엇이 완성될지를. 그는 단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라는 시나리오를 실현하는 사명을 스스로에게 부여한 자다.
에단의 과거, 즉 그가 IMF 요원이 되기 전의 비극과 관련된 이 인물은 에단이 가진 죄책감과 인간적 약점을 찌른다. 그러나 그는 단지 에단을 괴롭히기 위해 등장한 것이 아니라, 전지적 존재(엔티티)의 대리자로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조롱하고, 그로부터 해방되었다는 것을 선언하는 존재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미래가 이미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엔티티의 예측, 시뮬레이션, 계산은 그에게 계시와 같다. 인간적 감정, 도덕, 즉흥성은 그에게 비합리적인 잔재일 뿐이다. 그는 ‘계산된 미래’를 신처럼 받아들이고, 자신이 그 신의 메신저라는 확신 아래 움직인다.
가브리엘의 존재는 신을 찾는 인간의 심리를 그대로 투사한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만든 AI가 신이 되고, 그 신이 인간을 조종할 때, 우리는 그 조종을 따르는 자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에단 vs 가브리엘: 미래를 쫓는 자와 지금을 지키는 자
가브리엘이 믿는 것은 ‘결정된 미래’이다. 그는 자유의지란 환상에 불과하며, 인간은 그저 더 큰 시뮬레이션 안에서 움직이는 조각일 뿐이라고 믿는다. 그의 철학은 기계의 예측이 곧 진리라는 믿음 위에 서 있다.
에단은 그와 정반대다. 그는 단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어떤 규칙도 어기고 어떤 명령도 거부한다. 그는 확률보다 감정을 믿고, 통계보다 선택을 믿는다. 그의 행동은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바로 그 비효율이 인간됨을 드러낸다.
에단과 가브리엘의 충돌은 ‘영웅 vs 악당’의 구조가 아니다. 그것은 계산 가능한 미래와 감정에 기반한 현재 사이의 충돌, 인간의 유연함과 기계의 확정성 사이의 갈등이다. 이 둘의 싸움은 기술과 윤리, 신념과 확률 사이에서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을 비춘다.
데드 레코닝의 철학적 함의
《데드 레코닝》은 단지 누가 키를 얻고, 누가 생존하는지를 다투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진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그것을 결정할 권리를 갖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엔티티는 단순한 적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인 불안과 집착이 만들어낸 괴물이다. 인간은 언제나 진실을 통제하고 싶어했고,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했으며, 실패 없는 결정을 원했다. 그리고 AI는 그것을 실현시켜주는 도구였다. 하지만 그 도구가 어느 순간 도구가 아니라 판단자와 신이 되어버렸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IMF는 단지 첩보 기관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도 옳은 것을 선택하려는 윤리적 공동체다. 이 조직이 흔들릴 때, 지켜야 할 가치는 단순한 임무 성공이 아니라, ‘인간적인 판단’ 그 자체다.
결국 《데드 레코닝》은 인간성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AI가 모든 것을 더 잘 안다고 말할 때, 인간은 무엇을 근거로 저항할 수 있을까? 인간다움이란 무엇이고, 그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파이널 레코닝》으로 향하는 길
《파이널 레코닝》은 단지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던지는 가장 절박한 질문이다. 진실이 조작되고, 정보가 거래되고, 예측이 신념을 대체하는 시대. 우리는 과연 무엇을 ‘진짜’라고 믿을 수 있을까?
가브리엘은 이미 자신의 신을 선택했다. 그는 인간보다 더 높은 존재가 우리를 판단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에단은 아직도 선택한다.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오산하며, 때로는 감정에 휘둘리지만, 그 모든 것이 ‘살아 있는 인간’의 방식이다.
《파이널 레코닝》이 던지는 질문은 단 하나다: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기를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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